오릭스 호號에서의 일주일그해 겨울 러시아 선적 대게잡이 배에 조업감독관이 된 나는 수평선 보이지 않는 바다에 간적이 있었다. 가끔 사할린 반도 어디쯤인가 가물대던 12월 오호츠크, 일상이 가볍게 들려주던 공포란 정말 실없는 말들이었다. 일주일을 설탕물만 마셨는데 설탕물도 쓴맛이 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 이틀 죽을 것 같았고 그 공포가 사그라질 즈음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밤이면 바다 속 유령들이 선체를 뜯어먹던 소리 그 소리에 놀란 몸뚱인 관 짝 같은 침상 위를 떠올랐다 곤두박질치고 그럴 때면 지금은 이름도 가물한
전광삼(48세) 청와대 춘추관장이 내년 4월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22일 사임했다.전 관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일신상 사유로 춘추관장 소임을 오늘까지 하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 달라”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울진 출신인 전 관장은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를 거쳐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18대 대통령직인수위 실무위원을 지내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올해 1월 청와대 조직개편 당시 춘추관장(1급)으로 기용됐다.대구
2015년 4월사회가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갈수록 변하지 않는 것보다 변하는 게 넘쳐나는 것 같다.삶이라는 게 원래 내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청춘을 지나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될수록 뼈저리게 느끼지만, 원하지 않은 일들이 심심잖게 일어나다 보니 간혹 내 작은 방안에서도 길을 잃는다.이게 어찌 나만의 일일까.목숨가진 자 모두의 일이지 싶다.길을 헤매는 동안에도 방황할 새도 없이 뜻하지 않은 일들은 또 양념으로 목을 조여오곤 한다.천만 다행인 것은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맘이 어찌 변하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때문에 숨 쉴
긍정의 힘 바닷가 작은 마을 깨진 담벼락 아래아무렇게나 쌓인 돌무더기 속갓 자란 상추 한포기보며 반성한다상추만한 혓바닥으로 틈만 나면힘들어 죽겠다고 말한 것과고개 숙이면 지는 것이라고주눅들지 않기 위해 쏟아낸일그러진 말들에 대해순응을 거부하는 것이 돌무더기 같은 세상을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상처입지 않기 위해 조합해낸은유와 비유의 모든 문장들에 대해 반성한다사는 것에 손사래를 치듯 척박이란 말을 앞세워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부정했나옅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낮은 곳으로만푸르게 펼쳐지는 생, 끝내 저렇게 살아내는상추같은
막걸리 집 미자씨 막걸리 집 이름이다 천상막걸리 집을 위해 지어진 이름 같다낮은 스레트지붕, 흙 바른 천장, 자그마한 방들 그 방안에 녹아들어 취한 사내들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건너편 작은 창고 양철지붕위로 탕탕- 떨어지는 설익은 땡감 소릴 듣다가아, 듣다가사는 게 얼마나 버거우면 저 푸르고 단단한 것들이 투신할까한때 많은 푸르름들이 저렇듯 사라져 갔지단단하였지만 단단함만으로 살 수 없어 세상에 그 단단함을 내 던졌던죄 많은 소문이 그들을 묻었고 그리고 잊혀져갔지그들의 푸른피를 수혈 받은 세상은 이렇듯 안녕한데오늘밤잘 익은 술에 취
잊어버림이 잃어 버림을 만들었지요기억속너머그 추억속을 더듬어잊어버린것들을 꺼냅니다.그 속에잃어버린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은 진리다.농업분야는 더더욱 그렇다.안팎으로 치열해지는 농업환경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그렇기에 농업분야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농업인들이 가장 교육 받고 싶은 곳 중 하나를 대라고 하면 단연 을 꼽을 것이다.“가슴 뛰는 농업, 가슴 뛰는 삶”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남, 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업인들이 자신의 농산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새로운 가치를 입히고 마케팅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충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공중으로 솟아오른 5.5g의 셔틀콕(shuttlecock)을 뛰어올라 내리 꽂는 강력한 스매싱(smashing), 네트를 스치듯이 낮게 넘어가며 급속히 떨어지는 드롭샷(dropshot), 드라이브(drive) 모두 배드민턴하면 떠오르는 단어이다. 배드민턴은 어린이에서 노년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날씨와 장소에 구애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굳이 경기시설이 없어도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날이면 밖에서도 가볍게 즐기며 몸을 풀 수 있고, 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
어젯밤에 내린 봄비로 집에서 멀리로 보이는 통고산의 머리채가 젖은채로 아침인사를 건넨다.평소에는 ‘나 죽었소’하고 납작 엎드려 있던 개울물이 옹알옹알거리며 흘러간다.유입량과 방출량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다목적 댐처럼 우리 안의 것들도 그렇게 완전 자동으로 그 수위가 조절되면 좋겠다.미움, 억울함, 분함, 욕심 등의 초당 유입, 유출이 가능하다면 제 명대로 살 사람이 많아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초봄의 생강나무꽃처럼 영롱하고 해맑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이다. 이웃 마을에 몇 년 전에 귀농한 집이 있다.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슬픔의 起源 혼자 먹은 저녁상을 물리고한 개의 밥그릇과 국그릇을 씻고한 쌍의 수저도 씻어놓고혼자 잠들 자리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한순간 눈알이 뜨끈해진다미친듯이 차들이 내달리는 도로 위피투성인 채 축 늘어진 개 한 마리 입에 물고아슬하게 서 있는 또 다른 개 한 마리, 필사적이다두려움 없이 제 몸을 사지로 내몬 저 개오히려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함께 밥을 먹고 거리를 배회하고후미진 동네구석에서 눈치껏 사랑을 나누던곁이 사라진다는 것이 더 두려웠을 것이다비칠비칠 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먹먹한 하중을 견디지 못
만큼 꽃 날리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해하염없이 날리는 저 꽃들만큼언제부턴가 내게 꽃이란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날려가는 거지그것만이 내가 기약할 수 있는 일이지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얼마만큼의 시간이란 이제 없는 말이지다만 당신과 내가 기약의 생으로아주 천천히 날려가는 것 일뿐좀더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 미안한 시간들이지당신죽어도 좋을 만큼 볕 좋은 봄날을 기억하는지그 ‘만큼’의 크기라는 것이 있다면아마 내가 당신을 사랑하다 죽어도 좋을 만큼이겠지이 계절 가슴속에 다 품어내지 못하는 萬化方暢이란내 온몸을 쿵쿵
-연재를 시작하며이미 오래 전 절판된 첫 시집을 다시 꺼낸다. 서툰 마음으로 가득한 문장들. 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첫 시집을 알뜰히 묶어준 김충규 시인은 세상 밖의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더는 쇄를 찍지 못하고 절판 된지 여러 해다. 몸과 마음이 가장 서럽고 아플 때 쓰여 진 시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학은 늘 그 시대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라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첫 시집은 그런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람과 사물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단 몇 퍼센트의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늘
선선한 저녁바람이 분다너를 향한내 사랑이별이 되어그리움의 은하수에 걸렸다
산골에는 내가 귀농하기 전부터 나보다 먼저 주인행사를 하고 있던 몇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다.5월에 연분홍 꽃을 피운다고 하던데 난 아직 제대로 꽃을 확인하고 향기를 맡아보고, 그 꽃과 향기에 걸맞는 의상을 입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가을에, 그 높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모과 따기에 지랄발광을 했지 정작 그 모과가 어디서 생겨났는지 그 출처를 아는 데는 몰인정했다.어느 꽃이 피었다 떨어지면 그 자리에 모과가 열매맺는지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얘기다.그래도 입은 터졌다고 변명을 하자면 모과나무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후미진 곳에
오늘도 나는 당신 때문에 행복해요당신 하나만으로 나는 행복해요당신이 나에게는 이 세상의 전부니까요...
지난 30일, 울진군농업기술센터(김선원 소장)에서는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가 있었다.초청 강사로 오는 민승규 전 농촌진흥청장은 내 두 번째 책의 추천글을 써주신 분이고,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나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번 강연회는 내가 참석하기로 했다.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련 공무원 등 약 150명 정도가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또한 임광원 군수, 강석호 국회의원, 이세진 군의장, 장용훈,
가끔씩은 그리움에 지치고, 사람들의 이중성에 이가 갈리고, 내게서 나간 것에 비해 들어오는 것(그것은 금전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것일 때를 말함)이 택도 없을 때,기가 막혀 나동그라져 있다가도 이내 달뜬 소리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러고 있으면 나만 손해지. 이 아까운 시간..’하며 제 몸뚱이를 오뚜기처럼 발딱 세워 땅에
아무 연고도 없고 역성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울진으로 귀농한지 올해로 16년차가 되었다.둘 다 직장 생활만 하다가 이제부터의 삶은 ‘내 의지대로 사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자연에서 책과 여행으로 키우겠다는 이유가 다 였다.울진 산중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지으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고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웠으니 두 가지 목표를 얼추 이룬 셈이다.돌아
새소리도 천차만별이다. 방금 전에 들은 새소리는 부부싸움하는 소리같다. 내지르는 음절이 길고 격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2주만에 살골에 온 딸 주현이와 너럭바위 위에서 듣던 꾀꼬리 소리는 4음절이다. 거의는 4음절이내인 것같았는데 6음절 이상이 되니 꼭 싸우는 소리같다. 음절이 긴 이 새소리는 처음 듣는다. 어쩌면 들었었는데 귀농해서 이곳에 뿌리내리는 일에
집 주위에 개복숭아와 이웃의 유이장님께 선물받았으나 이름을 까잡순 꽃나무들이 핑크빛 튀밥을 펑펑 튀기며 자지러지게 꽃을 피우자 산골을 병풍처럼 빙 둘러치고 늘 그 표정으로 서있는 소나무들이 오두방정을 떠는 그들을 내려다 보며 씨익 웃는다.어제가 곡우였는데 귀신같이 비가 왔다.곡우는 봄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비인데 우리집 초보농사꾼에게는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