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 속에 바깥 나들이 하기에 좋은 때가 요즘이지만 허리, 다리 편찮은 할머니들은 마을회관 나들이가 제일로 만만하다.유모차에 의지해 마을회관으로 출근하신 할머니들은 오늘도 마흔여덟장 동양화와 함께 펼쳐보는 민화투와 윷놀이에 세상 시름을 날리고 계셨다.-만데 왔니껴? 누군동 들어와 있다가 국시 한 걸 먹고 가소.-국시 다 삶아가는가?-참내 물이 끓어야
가뭄에 갈라지는 논을 보며 타들어가던 농부의 가슴이 1박2일 맛나는 단비로 해갈된 뒤 맞이한 22일 울진읍내 5일장은 그야말로 화창한 날씨 속에 타지에서 온 상인들과 지방상인들이 어울려 크게 섰다. “동서 자~아 갔다온가...?”“예 형님 장보러 갔다옵니다”“자~아 뭐가 좀 났든가? 맨날 하는 반찬땜 신
귀농하고,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에게 편지를 쓴다.뻑하면 배신 때리고, 그 놈의 입 간수 못해 내가 한 말 죄다 남의 귀에 쏟아 부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보다 귀농하고 너를 믿고 한 말이 참으로 많았다.너에게는 기쁜 일보다는 속앓이를 하는 일을 더 털어 놓았었지.주현이가 아프다고, 그래서 오늘 포항 병원에 다녀왔다고, 초보농사꾼과 말다툼했는데 참 밉다고
달력을 찢었습니다.7이라는 숫자가 어찌나 씨게 달려드는지 뒤로 자빠질뻔했습니다.벌써 한 해의 반을 살았습니다.살았는지, 그저 흘려 보냈는지는 나만이 아는 일이겠지요.오늘같은 날, 뒤로 남아있는 반년을 생각하며 이를 꾹 깨물고, 양손에 힘을 불끈 줘보지만 해마다 연말의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습니다.7월,인디언들은 이 달을 사슴이 뿔을 가는 달이라고도 했
선우야,오늘은 답운재밭에서 아빠와 퇴비 뿌리는 일을 도왔어.원고 정리하느니 뭐니 하면서 아빠 일을 못도와 드린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오늘은 삽들고 나섰지. 아빠는 엄마 책내는 원고 일이나 하라셨지만 농사 일이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누가 옆에서 조금만 거들어 주어도 한결 수월하잖니. 오랜만에 답운재밭을 갔더니 밭 옆 개울가에 양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너무 심하게 단면적으로 변해 버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것 아니면 저것, 흑 아니면 백, 왼쪽 아니면 오른쪽,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획일화된 사고만이 우리 사회를 깊숙이 점령해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볼 때가 너무 많다. 집안에서 뿐 아니라 오랜 친구들과의 대화 때에도 그런 것을 확인할 때가 잦으니 이젠 어느 새 우리 모습이 그런 식
귀농하면서 아이들과 약속한 것이 달랑 둘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한 해에 최소한 한번은 기회가 닿는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풍습을 익히고 삶의 모습과 그 문화를 배워 보자는 것이었다. 해마다 그 약속을 지켜 왔고 올해도 땜빵할 차례가 되었다. 지난번에는 주현이가 여행을 골랐으니 올해는 선우가 여행지를 고르게 되어 있었다. 선우는 뜸도 들이지 않고 거침없이 &
아침에 새들의 노래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추운 겨울에는 어디서 몸을 피하고 있다가 이렇게 봄이 왔다고 떠들어 대는지 신통하기까지 하다. 도시에서는 그 놈의 고막을 터뜨릴듯한 사발시계의 철 후려치는 소리에 잠을 깨다보니 하루 중 골 때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소리에 잠을 깬 산골의 아침은 머리가 온화하다. 거기에 햇살까지 보태주면 무엇
우리들의 미래 들여다보기 때때로 저는 밥만 먹고 사는 밥벌레 같다는 생각에 거울 앞에 서기가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지난 번 울진 고등학교 인터렉트 동아리 아이들이랑 지도 선생님을 따라 찾아간 할머니 앞에서는 제 살찐 몸 때문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어린 아기마냥 마른 몸으로 때 묻은 이불 아래 자그맣게 누워 계신 할머니를 안으면서는 몸 둘 바를
친정 엄마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갔었다. 어제 맘 같았으면 새벽차를 탔어야 옳았다. 그러나 처녀가 임신을 해도 할 말이 있다고 했듯이 발목을 잡는 급한 일들.... 첫차 놓치고, 둘째, 셋째 차 놓치고....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발을 동동거리다 탄 서울행 버스.... 그렇게 목동의 한 병원에 도착하여, 달랑 한 시간 엄마 얼굴을 눈에 넣고
전 이 나라에서 그간 쭉 행해온 도시개발이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을 국가가 잘 정비해 주는 것은 좋으나, 그들을 내쫒고 넉넉한 사람들만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모순 된 세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군요. 물론 도시 환경정비란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쾌적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몇 날 며칠 동안 이삿짐을 날랐다. 오두막을 허물고 그곳에 새 보금자리를 짓기로 했기때문이다. 남들은 말한다. 새 집을 짓게 되어 얼마나 좋으냐고. 그러나 대답은 No다. 좋기보다는 '추억어림'때문에 어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심한 날은 가슴이 울렁거리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나처럼 철저히
안개 비 오는 날의 연속이라 그런지 노을이 갑자기 그립다. 짱짱했던 해가 막 좌판을 걷을 무렵이면 먼 산 아래 노을이 붉은 속살을 펼쳐 보이곤 했었던 가을날들. 그 붉은 속살 아래 서면 내 얼굴도, 오두막도, 노란꽃도 모두가 덩달아 붉게 전염된다. 뚜렷한 형체는 어디로 가고 노을의 관리하에 들면 모든 것이 부드러워지고 몽롱해진다. 노을의 구성 성분에 환각제
요즘 아침 잠을 깨워주던 새들이 기특하기만 했다.창호문 가까이에다 대고 모닝콜을 해주니 하루가 도시에서보다 부드럽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그런데 요즘 또 하나 터득한 것은 그런 새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거다.아침에나 인식했던 새들을 밭에서 일할 때도 그들과 늘 함께 있다
(마)구 들전편(11호)에서는 전통흙집의 “벽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벽체공사가 마무리되면 난방공사가 뒤따르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난방이 주거생활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우리 민족의 전통 난방방식은 온돌구조이다. 온돌이란 순수 우리말로 “구들”이라고 하는데, 흔히 백수가 누워
군이 지난 2월 국무조정실에 국제행사 승인신청을 한 '2009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4월 26일 오후 국무조정실 국제행사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 국제행사로 승인돼 4년 만에 다시 울진엑스포를 열게 됐다.군은 “「2009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는 친환경농업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울진의 참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친환경 농업! 자연과 인간을 지키는 생명
철늦은 민들레꽃의 샛노란빛이 화사하기 보다는 측은하다.남들은 벌써 다녀갔건만 무엇을 하다 이제서야 홀로 피어 섞이지 못하는지.그 집안에 복잡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몸살을 앓다가 이제야 몸을 추스려 그래도 제 할 일을 하려고 서둘러 늦은 꽃을 피운 것인지...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나처럼 성격이 느긋하여(좋게 얘기하면 느긋하고 좀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느려
생강나무꽃, 개나리, 진달래, 금낭화, 붓꽃 순으로 산중의 봄을 장식하는 꽃들...지들끼리 묵언의 약속이 있었던 것처럼 해마다 그 순서는 꼭 지켜져 피고 진다.뭐 어쩌다 뒤바뀔 수도 있으련만 어떤 자연의 충격요법에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한 것만은 두 눈으로 해마다 확인하고 있다.뻑하면 배신때리는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
(라)벽체기둥과 지붕이 마무리 되고 나면 다음의 시공순서는 벽체의 완성이다.어떤 방법으로 벽체를 시공하느냐에 따라 그 집의 외형과 모양이 잘 지어진 집인지 아닌지 결정된다.벽체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에 대하여 요즘 사용되고 있는 황토 벽구조의 종류에 대하여 열거하여 본다. ①심벽조황토집 벽체중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서 과거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대표적인 벽체의
내가 멀리 떨어진 뒷간가는 길로 들어서면 철지난 밭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파드득거리며 놀라 날아아간다.눈이 더 오기 전에 겨울양식을 마련하려 했는지, 연말이라고 일가 친척이 모두 모여 망년회를 하는지 몰라도 내가 방해를 한 것같아 슬 미안해진다.저러다가도 눈이 사정없이 내리면 온다간다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그럴 때 뒷간가는 길이 허전함은 말하면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