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거드는 보람으로 일합니다"

농촌의 일손 부족과 고령화로 인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해의 이맘때는 일년 농사의 시작인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이다. 농업의 기계화가 보편화되면서 논에 직파하여 못자리를 만들고, 모를 쪄서 줄 모를 심던 모습은 추억 속의 사진에서나 봄직하다.

나아가 이제는 모도 위탁 영농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못자리를 직접하는 것이 많은 일손이 필요함을 감안할 때 우리 농촌의 노동력 부재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지역에서도 모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위탁영농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울진읍 고성리에서 13년째 위탁영농을 해오고 있는 주기정(47세)씨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주씨는 위탁영농을 처음 할 시점에는 “농가들이 직접 볍씨를 가지고 왔었다. 그런데 일부 농가에서 품종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섞이는 문제점이 발생해 이제는 대부분의 볍씨까지 구매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기정씨가 싹을 틔워야 할 모판은 어림잡아 3만개 정도이다. 볍씨만 12톤 정도가 들어가고 상토로 사용될 흙들이 톤백(500kg 정도를 담을 수 있는 큰 마대자루)에 담겨줘 마당 곳곳에 가득하다. 한마지기(150평)를 심기 위해서는 서면 지역처럼 다소 추운 곳은 14판 정도가 소요되고, 평균 10~12판이 심겨지는 양이다. 4월부터 6월, 모내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행여 모가 싹을 제대로 틔우지 못할까 주씨는 하루하루가 노심초사다.

한 번에 육묘하우스에서 키울 수 있는 모판의 개수는 7천5백개 정도인데, 곰팡이가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로 인해 실패한 적도 몇 번 있었고, 그로 인해 마음고생도 엄청 했었다고. 남의 일년 농사를 자칫 망칠 수 있으니 이해가 됐다.

모판 3만개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자별로 3~4천개의 모판을 논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숫자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하우스에서 최대한으로 기를 수 있는 숫자는 1만5천개 정도이다.

위탁영농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농촌의 일손은 점점 없어지고 좀 편하고 쉽지 않을 까하고 하고 했는데, 더 고생했다”며 주씨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몸은 좀 편해졌는데, 농가가 요구하는 기일에 제때 맞추지 못한 준 적도 많아 마음 고생이 많았다는 것. 지난해에는 폭설로 인해 하우스가 무너져 복구 비용만 몇천만원이 소요됐다. 다행히 모를 키우는 데는 별지장이 없었다고 놀란 가슴을 쓰려 내렸다고 한다.

하우스에서 모판을 키우지만 여전히 일손은 필요하고 부족하다. 2년전까지는 동네사람들을 사서 했지만, 이제는 여의치 않아 육묘를 맞춘 사람들이 일손을 거든다. 공공근로 등으로 인해 힘든 일은 안할려고 하다 보니 농번기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모판 계산을 잘못해 정작 자신의 모는 다른 데서 구해오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주씨는 130마지기를 경작하고 있고, 이앙 작업은 700~800마지기를 해주고 있다. 말 그대로 이 시기에는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적정 온도(20~24℃) 유지를 위해 온풍기를 돌려야 하지만, 엄청난 난방비로 인해 요즘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기정씨의 육묘하우스 앞 논에는 싹을 틔운 모판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10년도 넘으면 조금씩 익숙해질 만도 하겠지만 ‘농사는 매년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는 주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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