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고유의 美(아름다움)'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첫째 '자연의 美'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자연에 순응해 살아왔다. 재해를 당해도 하늘이 노해서 벌을 내린 것이라고 믿었고 날씨가 가물어도 인간의 죄를 징계하는 하늘의 처사라고 믿어 천신에 제사를 올렸다.

우리 선조들의 옛 그림들을 감상하노라면 자연을 대상으로 그린 산수화가 많다. 그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높은 산과 바위, 깊은 계곡, 졸~졸 소리가 들리는 듯하는 냇물, 그리고 바위 위에 돛자리를 깔고 천렵을 즐기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 그림은 눈에 보일둥 말둥 쬐끄맣게 묘사되어 있다.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대 자연속에 한 부분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중심의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화는 대체로 인물 중심이다. 사람 모습이 크고, 자연 모습은 작게 그린 예가 많다. 단적인 예이지만 유명한 모나리자 그림을 보면 사람은 크게 앞에 그려져 있고 뒷 배경으로 자연의 모습이 보일둥 말둥 그려져 있다. 서양문화는 인간 중심의 문화이다.

둘째 '곡선(曲線)의 美' 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민족은 선비문화, 양반문화로 곡선이 몸에 밴 민족이다. 옛 전통 건축물의 지붕이나 추녀를 보면 모두 끝이 약간씩 올라가는 곡선이다. 추녀 끝도 중간 부분보다 귀 모서리 부분이 앞으로 많이 튀어나와 있다. 이런 모양을 통해 무거운 기와 지붕이 날엽하게 보인다. 이 곡선을 아름답게 잘 조절하는 목수가 유능한 목수이다.

기와지붕의 곡선은 우리 민족뿐이며 주변 모양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바뀌기도 하였다. 여인들의 버선 코도 뽀족하게 올라온 곡선이다. 초가지붕도 찐빵같이 둥그런 곡선이고 뒷산의 무덤도, 어머니의 젓 무덤도 동그란 곡선이다. 여인들의 눈썹 모양도 초생달처럼 동그랗게 그린다.

우리 민족의 혼 속에는 이런 곡선문화가 편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곡선은 부드러운 느낌, 경쾌한 느낌, 어머니의 품속같은 포근함을 준다.

셋째 '여유의 美'이다. 우리 민족은 성품이 본래 느긋하다. 뺨을 한 대 맞고도 엔간하면 참는 민족이다. 그래서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못하고 당하고 만 살았다. 우리의 고유 의상인 한복을 보면 전쟁에 적합하지 않는 복장이다. 바지의 허리 춤은 넓어서 뚱뚱한 사람이나 깡마른 사람도 당겨 입으면 모두 맞도록 되어있다. 키가 작은 사람은 당겨 입으면 되고, 키 큰 사람은 조금 내려 입으면 그만이다. 옷 전체가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입는 양복은 몸에 꼭 맞는 옷이라 조금 살찌거나 야위어도 입지 못한다. 여유가 없다.

우리 민족은 이런 여유로운 문화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다. 요즘 청소년 범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길에서 싸우다가도 어른이 지나가기만 해도 싸움을 멈추었다. 선생님 말씀이 부모의 말씀보다 더 무서웠다. 그래서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당당히 말대꾸를 한다. 선생님의 말도 잘 듣지 않고 가벼운 체벌에도 휴대폰을 들이대는 세상이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옛날 보다는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많이 쇠퇴되었다.

어른들도 이혼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변해가고 있고, 남편 말에 순종하는 것을 굴종이라 생각하는 시대이다.

그러다 시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형제간에 싸우는 모습이 다반사이고 부부 간에도 툭하면 이혼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비뚤어지게 가고 있는 걸까?

원인을 찾자면 끝도 없는 논쟁이 되겠지만 서양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가치중심이 지나치게 이기주의, 자기중심주의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 싶다. 서양문화가 편리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그렇다고 우리 본래의 정신세계를 잊으면서까지 무작정 쫓아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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