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내에는 전국 어느 곳 보다도 백일홍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평해-온정간 도로의 백일홍 가로수는 이미 전국의 명소로 소문난 환상적인 길이 되었고, 덕구온천 도로의 백일홍도 한창 잘 자라고 있다. 그 외에도 삼척 경계인 도화동산의 백일홍을 비롯하여 공간이 있는 곳마다 백일홍이 심겨져 있다.

울진의 기후와 토질이 백일홍 재배 적지인지는 모르지만 여름 내내 불야성을 이루고 있어  많은 이들이 백암온천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백일홍 축제를 제안하고 있다.

백일홍을 다른 이름으로 '배롱나무'라고 부른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배롱나무라는 말은 백일홍나무를 소리나는 대로 부르다 보니 배기롱나무→배롱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여 보통 꽃들은 10일이면 지는데 배롱나무는 7월말부터 피기 시작해 100일을 간다고 백일홍으로 부른다.

배롱나무의 원산지는 본래 중국이며 목본식 부처꽃과에 속한다. 약용으로 많이 쓰여 잎은 자미엽(紫薇葉), 뿌리는 자미근(紫薇根)이라 하여 아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특효이며 부인병 약제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고문헌 중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지로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綠)을 꼽는데 이 책에는 꽃을 총 9품으로 분류하였으며 그중 매화와 배롱나무를 1품으로 분류하여 최고의 나무로 쳤다.

중국에서는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하며 꽃 색깔에 따라 자미(紫薇), 홍미(紅薇), 백미(白薇), 취미(翠薇) 등으로 구분한다.

'자미(紫薇)'라는 말은 '자미원'에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의 황제를 상징하는 별자리 이름인데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가 머물렀던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薇省)'으로 고치고 성(城)안에 배롱나무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배롱나무 꽃을 온 집안이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하여 만당홍(滿堂紅)이라 부르기도 하고, 나무의 매끄러운 피부를 긁으면 이파리가 떠는 듯 하다하여 '파양수(간지럼나무)'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나무가 매끄러워 '사루 스베리(원숭이 미끄럼)'이라 부르며, 나무 표면의 매끄러움이 마치 여인의 살결 같아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배롱나무' 하면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 몇 있지만 그 중에서 손꼽히는 배롱나무는 부산의 동래정씨 시조 '정문도'공의 묘소에 있는 수령 800년 된 고목이 유명하며. 안동 병산서원의  400년짜리, 담양 명옥헌 앞 연못가의 배롱나무 등이 유명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배롱나무를 꼿꼿한 선비의 지조와 강직함으로 여겼다. 선비들은 뜰앞의 백일홍을 바라보면서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한다'는 꽃말과 같이 정다웠던 옛벗과의 추억을 되새겼다.

조선시대 사육신인 성삼문은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作夕一花衰 (작석일화쇠)
今朝一花開 (금조일화개)
相看一百日 (상간일백일)
對爾好銜杯 (대이호함배)

엊 저녁 꽃 한 송이 지고
오늘 아침에 한송이 피어서
서로 일백 일을 마주보니
너를 대하여 즐겁게 한잔 하리라

조선시대 송강 정철은 한때 부친을 따라 전라도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연인인 '강아'를 자미화에 비유하여 시를 지었다.

詠紫薇花 (자미화를 읊다)
一園春色紫薇花 (일원춘색 자미화)
  看佳人勝玉釵 (재간가인 승옥채)
莫向長安樓上望 (막향장안누상망)
滿街爭是戀芳華 (만가쟁시연방화)

봄빛 가득한 동산에 자미화 곱게 피어
예쁜 얼굴은 옥비녀보다 곱구나
망루에 올라 장안을 바라보지마라
거리의 사람들 모두다 네 모습 사랑하여 다투리

백일홍 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왜 이것 뿐이겠는가?

제물로 바쳐지려던 처녀가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구해준 은인과 백년을 약조하였지만 이무기의 목을 베고 돌아오는 청년의 배 깃발이 피로 물든 것을 보고 자결함으로서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몽실이와 바우의 애끓는 전설을 비롯하여, 갓 시집온 새색씨가 시댁의 '자미수(紫薇樹)'를 눈여겨 보려했다는 이문열의 소설 한 대목과 같이 백일홍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 받는 꽃이다.

이제 울진의 백일홍 꽃길도 전국적으로 꽤나 이름 나 있다.

백일홍에 대한 수많은 사연과 선비들의 찬시를 배경으로 '백일홍 축제'를 기획해 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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