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의회가 지난해 개원당시부터 새누리당의 독식 현상으로 ‘나눠 먹기식’ 패거리 정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세진 의원의 당선과 의장으로 선출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냉소와 비아냥이 가득 담긴 표현들이 지역신문 게시판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이른바 끼리끼리 편먹기에 휩쓸리고 군의회는 사소한 문제도 충돌로 비화하는 등 점점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내홍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역 군의원은 이번 사태를 통해 비리와 부정을 떨치고 더욱 민주적이고 열성적인 의회로 군민 앞에 환골탈태해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의회를 통해 단죄해도 충분”…4명의 군의원 입열다

초선인 4명의 군의원들은 현재까지 별도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어, 기자가 26일 오후 이세진 군의원 사퇴 등과 관련한 입장을 들어봤다.

김창오 의원은 이세진 군의원 제명조치 등 사퇴관련 질문에 “의회내에서 간담회를 통해 의원간 의견조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장유덕 의원은 “군민들의 뜻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군의회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되고 송구스럽다”며 “책임져야 될 부분이 있지만, 곧 정례회가 열려 윤리특위를 구성하게 된다면 이세진 의원의 징계 수위 등 논의를 거친 후 공식의견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의회내 해결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형욱 부의장은 “범군민대책위를 구성해 이세진 군의원 퇴진을 위한 군민의 뜻을 모은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 없다”며 그렇지만 “임시회를 열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든지, 의회규칙을 통해 단죄해도 충분할 텐데 3명의 의원들이 무슨 뜻을 갖고 장외투쟁을 벌이며 의회를 흔든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몇 차례의 의원간 간담회 시도가 무산됐다. 이제는 정례회에서 의원간 의견소통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이들 의원들은 전국적 망신살로 점점 확대될까봐 안타까워하는 일부 군민들의 우려를 인식한 듯, 의회내에서 조용하게 해결되길 바라는 눈치였다.

남은경 의원은 “죄송할 따름이다. 윤리위가 열리면 이 의원의 사퇴 등에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합리적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장유덕 의원은 “1차 성명서가 발표되던 7일 일요일 오전 입장발표를 하겠다는 장시원 의원의 ‘함께 하실 의원님이 계시면 함께 논의하겠다’는 문자를 확인, 남은경, 백정례 의원과 의회사무실에서 내내 기다리면서 장시원 의원과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성명서 내용도 몰랐다”며, 동참 여부를 결정할 조건 자체가 아예 차단됐던 저간의 사정을 설명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그러던 중 남은경 의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으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태수습과 해결할 시간을 갖고 의회차원의 공동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장시원 의원에게 개인적 의견표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3명의 재선의원이 지극히 자기 위주의 일방적인 주장만 해 4명의 초선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다. 사태수습 시간을 갖고 의회차원의 공동입장을 표명할 기회는 외면하면서, 장외로 나가 자신들의 결백을 소리 높여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런 의혹들이 말끔하게 해명되지 않는 한 앞으로 군민들은 3명의 재선의원들을 지켜볼 때마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 침묵하는 군의원의 동반사퇴 주장과 ‘오십보백보’

지난 17일 울진문화원이 주관하는 경북선비아카데미 강좌에서 ‘맹자강독’을 진행하고 있는 김덕환 동양대 교수는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를 설명하면서, 한마디로 말하면 KBS2 개그콘서트 인기코너인 ‘도찐개찐’과 같은 뜻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요즘 이 코너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풍자 개그형식으로 비판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십 보를 도망한 사람이 백 보를 도망한 사람을 비웃다. 이 이야기는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3.)에 나오는데, 전투 중에 오십 보를 달아난 사람이 백 보 달아난 사람을 비웃었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오십 보 도망 가놓고 백보 도망간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은 것 같다. 오십보나 백보 모두 도망을 갔다는 사실은 같은데, 자신보다 더 멀리 도망간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중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군의장 소나무 절도사건으로 인해 울진은 전국적인 망신살을 뻗치게 됐고, 지역의 각종 사회단체가 앞장서 이세진 군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선 군의원 3명도 2차례 성명서에서, “우리는 절대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고 이세진 의장이 이번 사건에 끝까지 무한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윤리특별위원회구성을 통한 제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서 책임을 지게 하겠다”며 “이세진 군의원이 자진사퇴를 거부할 시 7월 군의회 정례회에서 이세진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세진 군의원 사퇴’ 요구는 이제 일부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모든 군민이 분노하고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지역 일부 여론은 이에 더해 전체 군의원 사퇴는 물론 기초의회 폐지까지 거론하는 등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책임지고 자성하는 군자는 보이지 않고 남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보다 과대포장하고 헐뜯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면서 “군자(君子)는 스스로에게 잘못된 원인을 추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잘못된 원인을 추구한다(《論語》〈衛靈公〉21.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말했다.

또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굽힌 사람치고 남을 곧게 한 사람은 없다고.(왕기자 미유능직인자야(《孟子》<滕文公下> 6. 枉己者,未有能直人者也)

요즘 지역사회도 남의 책임은 과장하고 자신의 책임은 조금이라도 덜어 미화시키는, 이중잣대가 횡행하는 현실이 가증스럽다.

한 걸음이라도 이번 사건에서 도망치지 않았는지? 거짓과 위선이 넘치는 세상에 한 줌의 양심이라도 팔지 않고 자신이 바로 섰는지?

군의원 모두에게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군의원이라는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일어난 군의회 의원 전체에 대한 우려와 불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군자의 엄격함이 참으로 그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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