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起源

김명기 시인l승인2015.07.11 12:38l조회수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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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起源

혼자 먹은 저녁상을 물리고

한 개의 밥그릇과 국그릇을 씻고

한 쌍의 수저도 씻어놓고

혼자 잠들 자리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한순간 눈알이 뜨끈해진다

미친듯이 차들이 내달리는 도로 위

피투성인 채 축 늘어진 개 한 마리 입에 물고

아슬하게 서 있는 또 다른 개 한 마리, 필사적이다

두려움 없이 제 몸을 사지로 내몬 저 개

오히려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함께 밥을 먹고 거리를 배회하고

후미진 동네구석에서 눈치껏 사랑을 나누던

곁이 사라진다는 것이 더 두려웠을 것이다

비칠비칠 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먹먹한 하중을 견디지 못한 가슴은

아슴하게 무너져 내리는데, 슬픔은

저렇듯 필사적인 몸부림에서 터져 나오는 것인지

살아 있는 것들에게 생을 잣는 일이란

누군가를 향한 끝없는 미망(未亡)이어서

결국 혼자서 나눌 수 없는 거다

오늘 내 가슴에 모서리가 없는 것도

이 순간 저 개들과 슬픔을 나눠가지며

무너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기: 1969년 경북 울진 생, 2005년 계간『시평』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같은 해『문학나무』신인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시집『북평 장날 만난 체게바라』와 연구서『북으로 간 시인들(공저)』맛 칼럼 집『울진의 맛 세상과 만나다(공저)』가 있다. 현재 북면 두천에 거주하며 주인 예술촌에서 두 번째 시집과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김명기 시인  sbehdg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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