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은 진리다.

농업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안팎으로 치열해지는 농업환경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렇기에 농업분야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농업인들이 가장 교육 받고 싶은 곳 중 하나를 대라고 하면 단연 <한국벤처농업대학>을 꼽을 것이다.

“가슴 뛰는 농업, 가슴 뛰는 삶”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남, 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업인들이 자신의 농산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새로운 가치를 입히고 마케팅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충전하는 곳이다.

그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취재하기 위해 충남 금산군 추부면으로 향했다.

▲ 빈자리 하나 없이 강의장을 가득 메운 농업인들

전국에서 폐기된 빨간 우체통이 학교 주위에 둘러쳐져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대학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폐우체통을 이용하여 우체통이 주는 그리움, 기다림, 희망, 설레임, 꿈을 연상하게 하는 발상에서 이 대학이 늘 강조한 “역발상”의 힘을 떠올리게 했다.

강의장 문을 열고 들어 갔을 때, 150명이 넘는 농업인 등이 자리가 없어 간이의자를 놓고 더위를 잊은 채 강의장을 달구고 있었다.

스타 농업인의 산실인 이 대학은 2001년 개교하여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벤처농업대학>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이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민승규 박사는 농업진흥청장과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등 농업분야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분이다.

▲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이끌어가는 민승규 박사

15년 동안 전국에서 수많은 농업인재, 스타 농업인을 배출하였으며 경영마인드를 강조하여 농업인들에게 시장의 변화를 꿰뚫어보고, 도전적 사고와 마케팅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에너지와 열정의 충전소이며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이 대학은 원서만 내면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3 :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입학했다손 치더라도 졸업할 때는 졸업논문으로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교수진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지옥문’으로 통하는 심사에서 통과해야 한다.

지원자격도 엄격하다.

첫째, 한국벤처농업대학 선배들의 추천이 있는 농업 CEO

둘째, 농업관련 분야에 종사하며 벤처농업에 관심이 있는 농업 CEO

셋째, 그 외 농업관련 기관에 재직중인 자가 지원자격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지자체에서의 보조사업으로는 본 대학을 지원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즉, 1백20만원의 교육비를 자신의 비용으로 내고 배우려는 의지와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식문화 스쿨, 상품개발 스쿨, 예비농업 스쿨, 소비자 탐구 스쿨, Agro-Art 스쿨이라는 다섯 개의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져 그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연구하는 곳이라는 점이 또한 특이하다 하겠다.

이곳은 농업인만 오는 곳이 아니라 농업 관련하여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수강생으로 등록하고 있는데, 이번 15기 교육생만 보더라도 이완섭 서산 시장과 <삼村로망스>라는 프로로 인기몰이를 했던 강 레오 셰프도 수강생이다.

이 대학의 강사진은 전임교수진 외에도 각계 각층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 수강생인 강레오 셰프와 함께

강의장에서 지식전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의분야도 농업분야뿐만 다방면의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요리가, 방송인, 대기업 CEO 등 폭넓은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 강사를 초빙하여 농업인에게 고부가가치를 높이는 가공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활용, 디자인, 마케팅 등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또한 이 대학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허영만 화백도 강사로 다녀갔고, 필자가 간 날은 이영돈 피디가 강사로 왔다.

▲ 이영돈 PD와 함께

이 날은 ‘21시간 철야 워크숍’이라는 충격적인 일 말고도 <한국벤처농업대학>을 10년 전에 졸업한 4기생들의 ‘졸업 후 지난 10년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대한민국 최고 기술명인’으로 선정된 박노은 사장 등 4명의 졸업생들의 발표가 있었다.

박노은 명인(67세, 태안읍 송암리)은 자신의 사업적 성공을 설명하면서 부도를 맞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들려주었는데 성공뿐만 아니라 인생의 고비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설명하여 그 자리에 모인 150명이 넘는 참석자에게 10여 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또 우리의 약재로 만든 화장품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하늘호수 대표 서미자 대표(56세, 경북 거창)의 성공담을 듣는 동안에도 감탄사와 박수가 쏟아졌으며 효과적인 벤치마킹의 장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4기 졸업생 회장인 김정오 사장(64세, 경남 거창)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스타팜 땅강아지농장 대표이며 사과부문 신지식인이면서 사과 명인으로 선정된 분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벤처농업대학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모든 것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였다. 땅 한 평도 없어서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을 때이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교육은 희망을 주고, 열정을 갖고 앞길을 내다 보게 해주고, 살아있는 교훈이 되어주어 지금의 성공을 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폐우체통으로 울타리를 만든 '한국벤처농업대학'의 역발상 모습

대부분의 농업교육이 교육기관에 전적으로 일임하여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강사의 전문성과 적극성이 문제되어 농업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독특한 교육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은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스타 농업인을 배출하였으며 ‘농업인의 생각을 바꾸어 우리 농업을 변화시키자’는 목표 아래 오늘도 강의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계경제가 패잔병처럼 기력을 잃었고 국내 농업환경 역시 여러 가지 복병을 안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모험과 도전이라는 정신 아래 한 계단 한 계단 발돋음하고 있는 농업인들의 모습에서 한국농업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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