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찍다

 

가을 나들이 나선 할매들이 늙은 회화나무 앞에서

까르르 소녀처럼 웃으며 사진 찍는다

이빨 시리지 않은지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있는 힘껏 허리 펴고

몇 백 년을 산 나무그늘 속에서

그녀들 아직 어린아이다

그러고 보면 몸이란 생각이란 그늘에 묻혀

혼자 늙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속살까지 온통 시멘트로 땜질한 채, 살아남기 위해

늙어가는 것마저 저당 잡힌 나무보다야

옥죄인 생의 매듭을 스르르 풀듯

사진기를 들이대면 웃음이 터지고 허리가 펴지는 순간

그녀들의 연대기는 입에 문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어느 곳에선가 다시 시작해도 좋겠다

포즈가 바뀔 때마다

물드는 회화나무 품속

물먹은 가을빛이 무르익어가듯

바늘구멍 사진기 시간의 초점 속으로

더디게 자라나는 그녀들이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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