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방관하거나 침묵해선 안돼

[편집자주]
"원전이 계속해서 들어선다면 울진은 죽음의 땅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먼 훗날 우리 후세들은 죽음의 땅인 울진을 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미친 짓 했다고 손가락질 할 겁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만 생각해서 후세들에게 짐이 되는 원전건설은 더 이상 안됩니다''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최대의 핵단지화 추진에 반대하여 최근 창립된 `핵이 싫은 사람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목리 소재 `옥정사' 승윤 주지스님. 승윤스님은 2시간 만남 동안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원전반대 운동에 동참하게된 이유를 들려주었다.


▶ 종교계 인사로서 일반단체도 아닌 반핵 단체의 회원으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웃으며)알려져도 괜찮습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 원전으로 인한 폐해를 많이 보아왔었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늘 마음의 짐이었지요. 이제는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기 전에 이 길이 옳다고 생각되면 나아가는 것이 맞지요.
울진땅에서 과거를 살아온 조상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후세들에게 밝은 미래를 남겨주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원전반대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이익 앞에 무릎 꿇고 변절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핵이 싫은 사람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어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 원전으로 인한 폐해는 있지만, 어려운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민들도 많이 있습니다.

▷ 원전은 지역민들에게 놀고 먹는 경제를 활성화시킨 주범입니다. 울진 미래를 내다보는 생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되어야 하는데, 놀고 먹고 마시는 퇴폐적인 소비문화를 보고 지역경제활성화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많은 지역 젊은이들이 원자력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원전에서 몇 달간 일 하다가 일이 없으면 놀고, 일이 있으면 다시 원전으로 나갑니다.
당장 벌어먹기에는 원전이 좋은 것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원전추가건설보다 우위에 선다면 지역민들은 영원히 원전의 장단에 따라 춤출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 원전의 위험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고, 7,8,9,10호기 원전추가건설이 예정되어 있는데도 지역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 지역민들은 이미 원전건설에 따른 각종 혜택의 사탕맛을 보았기 때문에 그 맛을 못 잊는 것 같습니다. 원전이 안전하다면 월드컵 경기장 유치처럼 서로 유치하려고 할텐데, 원전은 혐오시설이기에 어느 지역도 유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원전을 울진에 한 두 개도 아닌 세계최대규모의 핵단지화를 만드려고 하는 것을 그냥 지켜본다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지만 많이 먹으면 반드시 속이 불편합니다. 코 밑만 바라보고 가면 결코 바른 길을 갈 수 없습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후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 이제 원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울진은 원전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하지만 원전과 울진군민, 찬성과 반대론자들간의 불신과 갈등은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습니다.

▷ 그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조상대대로 더불어 살아온 지역민들이 원전으로 인해 반목과 갈등의 골이 패여서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역 여론을 왜곡하고 지역민들간의 분열을 조장해선 안됩니다. 지역민들은 더 이상 원전에서 주는 사탕맛에 이끌려 일방적으로 따라가선 안됩니다. 서로 사심을 버리고 어떤 길이 울진 땅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계시다면...

▷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이번 미국테러사건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었지만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울진 또한 원자력으로부터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원전반대는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방관하거나 침묵해선 안됩니다. 종교계에서는 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스님이나 많은 불자님들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승윤스님은 옥정사 주변에 녹차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100년이 지난 뒤에도 지역민들이 와서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시원 기자 (swjang@uljin21.com)
저작권자 © 울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