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으로 산골이 다 얼어버린 날, 퇴비가 도착했다. 퇴비를 받는 사람도, 퇴비를 가져온 사람도 입이 얼어붙어 말을 아낀다.

다른 곳에서는 어떤 꽃이 봄의 전령사라느니 하며 알록달록한 꽃사진을 줄기차게 올릴 때, 산골에서는 퇴비 사진을 올린다.

산골 봄의 전령사는 퇴비니까. 농가마다 퇴비가 나타나면 봄이 코 앞에서 알짱거린다는 뜻이다.

답운재밭과 깨밭골에 퇴비를 가져다 놓았고 이번에는 집 주위 밭에 뿌릴 퇴비가 왔다.

이제 겨울의 방점을 찍고 봄이라는 계절로 입성해야 하는데 산골의 눈은 녹을줄을 모른다.

날씨야 어찌 되었든 가을에 밀레의 <만종>과 같은 모습으로 들녘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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