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산골을 할퀴고 지나갔다.

금강송면의 깊고 깊은 산골 밭도 피해가 심각하다.

이웃밭의 어르신 역시 고생고생하여 고추를 심고, 야콘 등을 심은 밭의 비닐이 다 날아가 얼마 전에 흘린 땀방울이 헛수고가 되었으니 여간 마음이 아리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자라라고 이중으로 비닐을 쳐주었는데 다 벗겨져 나무를 휘감고 있다.

밭에 간신히 붙어 있는 비닐도 너덜너덜해져 그마저도 걷어내야 할 판이다.

이웃밭의 비닐 하우스도 다 날아가고 뼈대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다.

한 해의 농사가 이 지경이 되다 보니 농부의 시름은 이마의 깊은 주름골만큼이나 깊고도 깊다.

하우스의 뼈대도 휘어질대로 휘어져 재생이 불가능해졌다.

다른 골의 한 농부는 거센 바람을 안고 벗겨진 비닐을 복구해 보지만 돌아서면 다시 벗겨져 그만 삽을 놓고는 먼 산만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잦아들면 농부는 다시 삽을 들고 쓰러진 모종을 세우고, 비닐 하우스도 다시 옷을 입힐 것이다.

여둠이 내렸지만 아직도 바람은 산골의 골마다 들락날락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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