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 꽃차를 드립니다.

 

“차를 혼자 마시는 것은 제일 제대로 마시는 것이고,
둘이서 마시는 것은 잘 마시는 것이고,
3~4인이 함께 마시는 것은 그저 맛을 보는 정도이고,
5~6인이 마시는 것은 제대로 마신다고 할 수 없고,
7~8인이 둘러앉아 마시면 차를 보시는 하는 것이다. “

이 기막힌 말은 중국 당나라 때 문인 육우가 쓴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 <다경>에 나오는 대목으로 알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차를 여럿이 침튀겨가며 마시고 돌아오면 왠지 차 맛은 생각나지 않고 말, 말, 말만 머리에 말풍선처럼 둥둥 떠다녀요.

그러나 차를 혼자 마시다 보면 하루의 뜰을 점검하게 되고, 하루의 터널을 잘 건너온 자신을 위로하고 다시 용기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대도 그러신지요?

이처럼 꽃은 눈으로 보고 마음의 뜰을 평온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복에 겨운데 꽃을 먹기도 하고, 차로 덖어서 마시기도 하니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니지요.
요즘 국도가를 달리거나 들에 나가면 코스모스는 아닌데 코스모스처럼 생긴 노란 꽃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바로 금계국 꽃입니다.

이번에는 금계국 꽃차를 만들려고 해요.
황금색으로 우러나오는 금계국 꽃차는 성질이 온화하고, 끝 맛이 단맛을 느끼게 해주어 온가족이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은 차예요.
꽃잎이 닭 볏처럼 생겼다고 하여 닭 벼슬 코스모스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맨드라미만 닭 볏처럼 생긴 줄 알았는데 금계국 꽃도 그렇네요.
꽃차를 하는 거의 모든 꽃은 청정지역에서 채취해야 해요.

공해에 찌든 꽃은 씻어야 하는데 일단 씻으며 향과 맛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에 씻지 않고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해가 없는 곳의 꽃을 채취해야 합니다.
제가 귀농한 경북 울진 하고도 오지 산중은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그럼 바구니 들고 꽃을 따러 갈까요?
꽃을 따기는 너무너무 쉬운데 차를 덖고 식히고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이 오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조금만 한눈팔면 꽃이 탈 수도 있고요.

<금계국 꽃차 만들기>

1. 찜기에 한지를 깔고 꽃술이 아래로 가도록 뒤집어 놓아요.
일단 한번 놓은 것을 들었다 놨다 하면 꽃잎이 말려들고 하여 그것 펴느라 애를 애를 먹어요.

저는 한 번 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50송이나 올려서 사실 빡빡했어요.
온도는 낮은 온도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올립니다.

2. 조금씩 조금씩 습기가 제거되기 시작해요.
물론 꽃잎 끝부터 제거되지요.
이때 꽃술을 손으로 살짝 문질러주었어요.
신생아 머리 만지는 것 같아요.

▲ (왼쪽은 꽃술을 그대로 덖은 것이고, 오른쪽은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준 것)

그렇게 되면 꽃술 사이사이에 공기가 통하게 되어 습기 제거에 큰 도움이 되지요.

3. 찜기는 빼내고 이때부터 꽃이 올려져 있는 한지째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요.

온도를 조금씩 올리고 습기가 어느 정도 제거되면 꽃받침 끝에 달린 가지를 잘라주어요.

4. 꽃을 뒤집어 이제는 꽃받침 부분을 충분히 덖어주어요.

꽃받침의 수분 제거에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잠시 이야기하는 사이 꽃잎이 예쁘게 펴지질 않았어요.

하지만 '인연'이 소중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차를 마무리했어요.

수분 점검을 하고 향매 김을 한 다음 밀폐된 유리용기에 넣어 꽉 닫아두었다 한두 송이씩 넣어 차로 마시면 온몸에 따사로운 기운이 돌고, 위에 열거한 효능으로 온가족의 건강을 챙길 수 있어요.
어느 꽃이든 예쁘고 정이 가지 않을까마는 금계국 꽃은 아무 곳에나 가꾸는 이 없어도 흐드러지게 피어 보는 이들을 따사롭게 해주는 꽃이에요.
금계국 꽃의 꽃말은 ‘상쾌한 아침’입니다.

열심히 덖다 보면 땀도 나고 다리도 아프지만 가족들 생각하면 입가에 하얀 밥풀 같은 웃음이 달려요.
그래서 하트를 만들어 보았어요. 사랑한다고....

금계국 꽃의 효능은 어혈을 풀어주고, 열을 내리게 해 주고, 부기를 빼주고, 타박상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금계국 꽃차 두 송이를 끓는 물에 동동 띄웠더니 금가루가 풀리듯 황금색으로 풀려나오는 것이 여간 눈이 따뜻해지는 게 아니에요.

하루의 해가 졌네요.
개구리 소리가 요란한 것으로 보아 마실 나오라는 신호지 싶어요.
마당에 나가봐야겠어요.
물론 금계국 꽃차 한 잔 손에 들고나가려고요.

그대도 차 한 잔의 여유로 하루의 노고를 보상받으시길 빕니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 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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