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학교"를 아세요?

자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산과 숲이 그렇고, 강이 그렇고, 바다가 그렇다.

‘자연만이 사람을 살린다’는 분위기가 점점 팽배해져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그런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연구들이 행해져 왔다.

유명한 임상실험결과 중 하나는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실시한 결과이다.

당시 폐결핵이 극심하여 병원에 환자를 다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병원 뒤 숲에 임시텐트병동을 만들어 환자를 수용했다.

실험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병실이 없어서인데 이상하게 숲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치료효과가 월등하게 나오게 되어 학술보고와 함께 임상실험이 체계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육체적 건강만 그럴까?
정신적으로도 그 효과가 널리 보고 되고 있다.

이러한 좋은 조건인 자연을 일찍부터 접하며 숲 체험을 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손의 촉각과 후각,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지는 시각 등으로 자연물의 형태와 구조, 그들의 삶을 인지하고 체험해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울진에 그 답을 찾아가는 학교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자연생태학교”

이 학교는 이희세(55, 박금소야로), 이귀남(48) 부부가 재능기부로 운영하는 학교다.

숲해결가이면서, 자연환경해설사, 체험학습해설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 부부가 무료로 운영하는 자연생태학교다.

▲ (이희세, 이귀남 부부)

이귀남씨는 “울진의 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비해 아이들의 자연생태교육에 대한 인식은 미흡한 현실이예요.

다른 대도시는 의외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많은 아이들이 일찍부터 자연생태교육을 받지만 울진은 관심이 미흡해요.“라며 자신들이 ”자연생태학교“를 운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험심도 강하고, 창의력, 문제해결능력도 클뿐만 아니라 협동심과 배려심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생명존중의 마음, 자연존중의 마음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연생태학교’는 이들 부부에 의해 2016년 4월부터 시작하였으며 유치부인 ‘초록이팀’과 초등부인 ‘푸름이팀’으로 나누어 자연탐방을 간다.

1, 3째주 일요일은 ‘초록이팀’과 함께 하고, 2, 4째주 일요일은 ‘푸름이팀’과 함께 한다.

지난 26일은 ‘푸름이팀’과 함께 왕피천 은어길로 자연탐방을 나섰다.

자신의 낚시대를 소중히 들고 은어길을 걸으며 야생 패랭이, 칡이파리의 생김새, 소나무껍질의 역할 등을 배우고, 은어길 중에 있는 수로의 설명으로 우리네 옛분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은어길을 따라 이어지는 아이들의 생태교육은 하나하나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등 오감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눈망울은 왕피천 물줄기만큼이나 맑았다.

그러던 중 큰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야생자라를 보았을 때는 아이들도 함께 동행한 부모들도 환호성을 올렸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물 속에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뜰채로 떠서 관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뜰채에 함께 올려진 신기한 생명체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주위에 이러한 자연생명체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하나 깨우쳐 갈 것이다.

각자가 채집한 생명체를 선생님이 사진찍어 주면 각자가 집에 가서 생명체의 이름을 알아오는 숙제가 주어졌는데 우리가 아는 ‘숙제’의 무거움은 없고 그저 신기하고, 궁금한 마음이 앞서다 보니 아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라미 낚시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물속에서 뛰어다니며 자신의 자리를 정하고, 어디에 물고기가 많은지 스스로 체득해갔다.

또한 낚시란 끊임없이 기다리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낚시하느라 옷이 다 젖었지만 개의치 않고 신나하며 자신의 도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아침에 만났을 때보다 한층 성숙해진 듯 보였다.

이번 탐방에 참가한 박원이(죽변초 2학년) 어린이는 "이런 날이 너무 좋아요. 평소에 몰랐던 것을 알 수 있어서 이 날이 기다려져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희세, 이귀남 부부는 앞으로 ‘숲유치원’과 ‘숲체험원’ 등을 만들어 자연 속에서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8월 여름방학중인 21일~22일은 1박 2일 여름캠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연락처: 이희세 선생님 010-9147-5809)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무료(학습준비물도 부부가 준비한다.)로 이루어지는데 홍보가 미흡하여 아쉽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 주위에서 아이들은 오늘의 체험이야기를 하며 왕피천이 떠나갈 듯이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부모들이 창의력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창의력이라는 것이 책상에 앉아 공부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한 음악학교는 특이한 수업으로 유명하다.
음악학교이면서 아이들에게 악기연주를 시키는 대신 밖으로 데리고 나가 자연의 음들을 들려준다고 한다.

이렇듯 자연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이 무엇일까?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아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림, 음악, 영화, 책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경험 등이 빛을 발해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아이로 길러지는 것이다.

울진의 자연생태는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의 아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 뛰어난 자연생태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점에서 ‘자연생태학교’ 등은 우리의 아이들을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동행취재를 하는 내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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