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성공한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많이 가진 자가 얼마나 많은가로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이 얼마나 적은가라는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사회가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사회 구성원의 정서가 건조하고 팍팍할수록 이 잣대가 더욱더 절실해지지 않을까 되뇌게 된다.

오늘의 인터뷰는 이처럼 취약계층, 소외된 사람들과 어깨동무하고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름 아닌 울진지역자활센터를 이끌고 있는 황천호 센터장을 만났다.

황천호 센터장은 2009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였고, 2015년 서울대경영대학원MBA(경영전문가)을 수료하였다.

전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부회장과 경북지역자활센터협회장, 경북전문대학 겸임교수 등으로 폭넓은 활동을 한 바 있다.

현재 경북사회복지협의회 이사와 경상북도사회보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는 복지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험이 인정되어 1997년에는 울진군수표창과 2005년에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08년에는 자랑스런 도민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14년에는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두 번이나 받는 등 이 방면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 울진자활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황천호 센터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1. 자활센터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어떤 대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곳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울진지역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하여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2004년 4월에 개소하였다.

쉽게 설명해서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교육, 기술, 자격증취득, 심리. 정서지원 등을 통해 자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저소득층이라 함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뿐만 아니라 사업실패 등으로 신용불량 상태에 있는 사람, 질병을 갖고 있거나 가족해체 등을 경험한 사람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 관리하고 있다.“

♦ 2. 그렇다면 어떤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자활기업으로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간병사업단이 있는데 전문간병사 양성교육을 마친 간병사들이 활동중이며, 버섯사업단은 친환경 농업을 통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솥급식사업단이 있으며, 청소사업단은 아파트 입주청소, 관공서청소 등을 주요 활동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금실은실사업단, 회오리이동세차사업단과 중증장애인으로 구성된 커피사업단이 있다.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재가방문서비스, 일상생활지원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아주 쉽게 표현해서 위의 사업 등이 인큐베이터의 공간이었다면 인큐베이터에서 몸을 튼실히 하여 자립한 단계의 사업이 있다.

즉, 자활센터의 여러 측면의 지원으로 독립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자활기업으로는 옹달샘간병, 가온누리간병, 신나는 빗자루, 말똥구리, 청정빗자루, 우리들 영농, 흙살이농장, 산애들애영농사업단이 그것이다. “

울진지역자활센터에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굴한 아이템이 성공적인 사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그에 걸맞는 교육 및 기술 등의 지원방법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3. 일할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자활의 의욕을 고취시켜주고,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게 하는 데에 애로사항 또한 많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첫째, 사회적 편견을 무너뜨리기가 어렵다.

저소득층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는 시각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행정과 정치인들이 복지예산을 소모적으로 보는 시각과 인식에 아쉬움이 있다.

둘째, 대부분 실패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박약하다.
좋은 교육 기회 등을 제공해도 열등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아웃풋인 교육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사업으로 이끌어가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셋째, 제도적 문제로 이 사람들은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노동자처럼 주5일 8시간 근무를 한다고 볼 때, 최저 임금도 못 받는 현실이라 안타깝다.“

♦ 4. 울진자활센터라는 큰 배를 이끌고 있는 센터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들려달라.

“첫째, 자칫 오해가 될 수도 있는데 원래 자활센터를 통해 울진군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기능과 역할을 하여 다수의 군민이 함께 행복하게 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세부적으로 말하면 자기 스스로 자기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로 질병, 소외, 가난, 중독, 자살, 폭행, 도박, 도벽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 보고 관리해줌으로써 사회문제를 최소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지역사회가 안정된다고 본다.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저소득층에서 이런 경로를 통해 번 돈은 지역경제를 순환하게 하는 재원으로 쓰인다. 이런 저변의 순기능을 튼실히 해준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런 전체의 경제를 받쳐주는 기능을 자활센터에서 해주고 싶다.

셋째, 사람은 누구나 위기나 실패 앞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럴 때 재기할 수 있는 기회, 일어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고 싶다. 자활센터가 희망의 등대로 지역에서 튼실히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 (울진자활센터 센터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5. 리더에게 ‘리더의 조건’을 묻는다면?

“첫째, 지역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활센터라는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 즉 숲을 보는 안목은 모든 리더에게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전문적인 역량이 있어야 한다.

셋째,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이어야 존경받고, 인정받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6.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방면에서 지혜를 얻는다.
그 중 책에서 지혜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살면서 ‘내 인생의 책’이 되어 주고 있는 게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전우익 님이 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떠올릴 때가 많다.
그 분은 농사 속에서 자연의 섭리뿐만 아니라 내 삶을 이끌어갈 때 어떠해야 하는지의 이치가 녹아 있는 책이라 좋아한다.

그리고 종교인이다 보니 성경 속에서 마음을 다듬고 지혜를 얻을 때가 많다.“


♦ 마지막으로 취미활동을 물었더니 일에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솔직히 취미생활을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인터뷰를 대하는 열정과 자세하고 세부적인 설명 등으로 보아 그 고백에 무게가 느껴졌다.

황천호 센터장(58세)은 부인 남추자(55세)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 (오픈을 앞두고 있는 커피사업단의 핸드드립커피전문점 전경)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커피사업단에서 핸드드립커피전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여 가보았다.

이 커피사업단은 장애가 있는 젊은이들 세 명이 열정을 쏟은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성스럽게 꾸며진 커피전문점이 잘 운영되어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는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커피사업단 사람들과 함께한 황천호 센터장)

울진의 자활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황천호 센터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한겨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등이 따사로웠다.

우리는 나의 가슴 속 온도와 함께 이웃의 마음의 온도도 함께 점검해 나가는 사회 속에 있어야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기본 조건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아이템 발굴과 기술적 접근에 노력해야 하고, 어느 구석진 곳에 그늘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촉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중심에 울진자활센터가 있고, 그 배를 이끌고 있는 황천호 센터장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울진지역자활센터: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울진북로 496-11
                 (054-781-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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