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봄이 왔음은 무엇으로 판가름할까?
다른 지역에 매화가 피었느니 어떻느니 침튀길 때 산골은 뭔 소리냐는 듯 폭설이 내린다.

산골의 봄은 생강나무꽃으로 판가름 난다.
지금 산골 주위에 생강나무꽃이 피었으니 봄은 맞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눈에, 서비스로 우박이 쏟아질 때도 있으니 말이다.

▲ (아스파라거스는 뿌리가 아주 길다. 뿌리를 잘랐다.)

오늘은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유난히 호기심이 그득하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남자와 살다보니 그의 표정이 내게 전염될 때가 많다.

▲ (사진출처:구글) 퍼플 아스파라거스

초보농사꾼의 호기심 발원지는 슈퍼 푸드로 잘 알려진 ‘퍼플 아스파라거스’이다.
‘채소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스파라거스를 드디어 산골에 심게 되었다.

죽순처럼 삐죽삐죽 올라오는 아스파라거스는 백합과이며 어린 순을 식용으로 먹는다.

아삭아삭하고 맛이 깔끔하여 고기와 어울려 스테이크와 곁들여 많이 먹는데 파스타 등에도 함께 등장하는 귀한 몸이다.

아스파라거스는 그린, 화이트, 퍼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컬러 푸드가 대세이니 단연 퍼플 아스파라거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호기심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봄에 새순이 나와 5, 6월에도 수확하는데 여러 해살이 식물이다.
한 번 심으면 15년 이상을 수확할 수 있다니 기대된다.

아스파라긴산과 단백질,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50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니 놀랍다.
아스파라긴산의 어원이 아스파라거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효능 또한 주목할만하다.
혈액순환에 좋고, 빈혈예방, 동맥경화, 고혈압, 숙취해소, 글루다티온 성분이 많아 노화예방에도 한 몫하고, 간에도 좋다고 하니 여간 귀한 먹거리가 아니다.

초보농사꾼이 멀리 안성까지 가서 지인에게 사온 모종을 심는 날...
어디에 심을까 하더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북바위 옆으로 퍼플 아스파라거스의 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래야 하루하루 자라는 것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썩은 트렉터로 초보농사꾼이 땅을 콩고물처럼 갈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먼저 올라가서 퍼플 아스파라거스의 터를 잡고 했을텐데 디스크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되도록 쉬고 있는터라 앞서 다니지 않았다.

▲ (아스파라거스가 들어앉을 자리)

그러나 그게 어디 가만 있을 일인지.
트렉터 소리가 알람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나가보니 초보농사꾼이 밭을 다 갈고 삽으로 퍼플 아스파라거스가 자리잡을 자리를 파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 모종을 작게 작게 분리해 놓은 것을 보여주는 초보농사꾼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수입에 의존했개때문에 가격에 비싼 편이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농가가 심고 있다.
지금 심고 있는 이 퍼플 아스파라거스 모종은 4년된 것이다.
뿌리가 워낙 길어서 적당한 길이로 이발을 해주었다.

초보농사꾼이 구덩이를 파는 동안 난 퍼플 아스파라거스 모종을 구덩이에 하나하나 놓은 후, 많은 뿌리를 원형으로 펴준 다음 흙을 잘 덮어주었다.

퍼플 아스파라거스에 흙을 덮어 주는 초보농사꾼의 손길이 무슨 예식을 치르는 듯 신중하고 진지하다.

그는 2000년에 귀농하여 야콘을 심을 때도 그랬다.
그때만 해도 야콘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 야콘에 필이 꽂혀 그는 주위 사람들이 다 말려도 야콘농사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지도 못하는 야콘이라 택배비 들여 죄다 선물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주 TV에 나오게 되자 야콘을 알리기 시작했다.

야콘농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야콘이 알려지는데 일조한 사람으로 난 초보농사꾼 박찬득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아침마당> 출연모습)

지금껏 TV에 30번 정도 나왔는데 그때마다 초보농사꾼은 기를 쓰고 야콘을 알렸다.
그렇듯이 우리집 초보농사꾼은 약성이 좋은 것은 주저없이 심어본다.

슈퍼 약도라지도 지금 심은지 3년차다.
내년이면 수확이다.

▲ (사진 출처:구글, 퍼플 아스파라거스)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거나 이게 대박날 거라며 황황대지 않는다.
효능이 좋은 거면 언젠가는 알려진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농사를 지었다.

우리가 농사로 대박날 거라는 꿈이 있어서 귀농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귀농한 이유는 내 삶의 페달을 내가 밟으며 느림의 삶을 살자는 이유가 첫째이고, 둘째는 아이들을 자연에서 책과 여행을 스승삼아 키우겠다는 거였다.

그렇기에 농작물을 선택할 때도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퍼플 아스파라거스 또한 슈퍼 푸드로 효능이 좋으니 이 유기농을 하는 터전에 심어보자는 것이 다다.

초보농사꾼이 흙이불을 덮어주고 물을 준다.
물을 주자 흙이불이 조금 주저 앉으니 다시 흙이불을 토닥토닥 덮어준다.

그리고 몇 개는 봉화에서 사과농사를 지으시는 이한열 형님 드릴 거라며 남겨둔다.
그리고 세 개는 큰 화분에 심어 집으로 올라가는 데크계단에 두고, 하나는 꽃밭 앞에 턱하니 두는 초보농사꾼.....

아침 저녁으로 기온차가 큰 산골이라 다른 지역보다 늦게서야 싹이 올라올 것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니 매일 올라가 퍼플 아스파라거스가 자리텃을 하는지, 목말라하는지 돌볼 것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 배동분 : 2000년에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로 귀농하여 낮에는 농사와 가공에 힘쓰고 있으며, 밤에는 글을 짓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 <귀거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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