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숲은 온몸으로 운다.
잎이 무성한 오뉴월의 숲이 상체로 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온몸으로 이를 악다물고 울어서인지 날카롭다.
그래서인지 듣는 이에게 그들만의 문자로 문자메시지를 금방이라도 박을 것만 같다.

그러나 머리숫이 많은 상체를 뒤흔들며 우는 소리는 웅장하다.
온몸에 걸치고 있던 것들을 다 떨구어 내고 투명한 몸으로 우는 겨울의 그들.
그래서 12월의 숲은 가슴시리다.
우린 어느 계절이든 싸잡아 ‘숲’이라고 표현하면 그만이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다른 정서가 거기에 있다.

그들의 비명소리가 절정에 달할 때가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다.


산골에는 개가 여러 마리 있다.
상세 설명으로 들어가면, 에스키모들이 썰매를 끌던 개라느니, 얼굴이 오픈 페이스라느니, 장모라느니, 털색깔이 뭔 울프 그레이라느니, 블렉 탄이라느니 해가며 자랑을 해대는 멜라뮤트가 다섯 마리다.

이 발음도 어려운 멜라뮤트는 새끼 한 마리에 백만원이 넘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경기가 거시기하여 값이 삼풍백화점 주저 앉듯 절반 이하로 주저 앉았지만...

피는 못속인다고 울어도 늑대소리를 내고 털이며 얼굴 형태며 여간 '위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어찌나 순하던지 산골아이들이 몇 년째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날이든 비가 오든 식량 담당을 다 하면서도 좋아 죽어하는 놈들이다.

거기에 더하여, 근수로 쳐서 얼마 하는 누렁이도 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시골에 사니까 한 마리 정도면 족하다는 주의지 개라면 환장을 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느냐 하면 귀농하면서 아이들에게 약속한 것 중 하나가 시골가면 개를 키우게 해주겠다는 거였다.
그러니 빼도 박도 못할 일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가정리가 되어 이 정도지 얼마 전만 해도 열 마리도 훨씬 넘었었다.
그나마 반 정도는 자연발생적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자주 삽질을 했고 삽질이 끝나면 나무 십자가를 만들어 박아주고 그 앞에서 거룩한 표정으로 세 박씨가 열심히 기도했다는 얘기다.

그 정도로 자가정리가 되었지만 사료로 키우다 보니 문제는 사료값이 너무 많이 든다는 거다.
먹세는 왜그리 센지..
거기다가 자주 주변 정리도 해주고 해야 하지만 농사 일에 치여서 그러지 못하니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들이 밥값 차원에서 썰매라도 끌어주면 좋으련만 어려서 훈련시키지 않은 탓에 주현이를 한번 썰매를 태웠다가 애를 개끌고 다니듯하다 개울에 빠뜨린 이후로는 그 짓도 때려쳤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밥만 축내고 있는 거다.

겨울에 눈이라도 허리까지 차거나, 태풍으로 인해 길이 끊기기라도 하면 사료때문에 난리가 난다.
사람은 못먹어도 목숨붙은 말못하는 것들이 그러고 있으면 여간 마음 아픈 것이 아니다.

벌써부터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는데 산골아이들에게는 씨도 안먹히는 일이다.
누구를 주면 난리가 난다.
누렁이를 이웃집에 보냈다가 애들 둘이 개떼처럼 달려들어 따지는 바람에 되돌려 받은적도 있다.
분명히 지들에게 말을 흘렸건만 확답을 한 것은 아니란다.

그래서 선언한 것이 새끼를 낳으면 다 돌린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지난번에 낳은 새끼들은 다 선물했다.

개라면 사족을 못쓰는 주현이는 새끼들도 다 데리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궁시렁지만 철없는 지가 생각해도 이 놈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으니 그 많은 새끼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대로 부르겠다는 조건으로 눈물을 흘리며 선물을 했다.

이제 남은 놈들은 여섯 마리.
우리 부부 생각같으면 귀농하자마자 우리 식구가 된 멜라뮤트 두 마리랑, 한 쪽 눈이 시원찮은 태양이만 데리고 살고 싶지만 어쩌랴.
벙어리 냉가슴앓듯 애들이 알아서 기기를 바라고 있다.

'바랄걸 바라세요'라는 표정으로 저리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누구 노래가사처럼 사료와 물통을 들고 열심히 그 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산골아이들을 봐서라도 폭설로 고립되기 전에 그 놈들의 양식을 마련해 놓아야겠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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