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돈 버는 사람들이라 했나”

화창한 날씨 속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픈 충동을 느꼈다.

쫓기는 시간에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도 시간도 없는 터라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에 올랐다. 원남면 덕신리에 위치한 현종산(해발 414.4m)을 힘겹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페달을 밟고 올라갔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아래의 정경은, 특히 탁 트인 동해는 너무나도 맑고 검푸르렀다. ‘저 공간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무엇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남겨 둔 채 봐두었던 곳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왔다.

다름 아닌 평소 무엇을 하는 곳인가 궁금했던 ‘울진지역자활센터’를 찾았다. 모두가 담당한 분야에 활동하러 나갔지만, 다행히 인력관리팀 한 분의 소개로 울진지역자활센터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현장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직원의 소개로 10개 팀으로 나뉘어져 있는 팀 중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돌보미 현장 3군데를 찾았다.

제일 처음 만난 지적장애자를 돌보는 김선자(여, 51세 울진읍)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선자씨는 “지적 장애인이기에 행동은 자유스러워 ‘놀러 가자, 시장가자’라는 환자의 모든 시중을 들어 주고 있어요. 빨래와 반찬은 기본, 농사일도 때론 도운답니다” 하면서도, 지체 장애인들의 돌보미들 보단 수월 하다는 동료들에 대한 마음의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힘든 일도 많지만 반찬을 맛있게 먹는 모습과 어느 누구 보다도 자신이 방문 했을 때 부둥켜안고 좋아할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세상사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고령의 어머니는 그저 아들을 위한 돌보미 모습에 마냥 고마운 표정을 놓치지 않으심을 보며,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껴 보았다.

두 번째 지체 장애인을 돌보는 정순덕(여, 49세 울진읍)씨는 목욕을 시킨 후 “기진맥진 상태에서 휠체어에 태우다 보면, 힘이 없어 같이 넘어 질 때 그만큼 서럽고 불쌍하게 보일 수 없었다”며,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같이 부둥켜안고 운적도 한두 번 아니라면서 또한 눈시울을 적셨다.

우리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환자를 보면서 앞으로 자신이 나이 들어 후배들이 이일을 마다 않고 해 주리란 맘으로 항상 긍정적으로 일을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세 번째는 24살 때 병원에서 애기를 출산하면서 잘못되어 15년째 식물인간의 환자를 돌보는 황수경(여, 40세 죽변면)씨를 만났다.

다른 돌보미들처럼 하루 세집을 돌며 환자를 돌보지만 “힘들고 안타까운 일보다는 음식을 먹일 때 기도에 미음이지만 걸릴까? 머리를 감길 때 귀에 물이 들어갈까? 양치를 할 때 목으로 치약이 넘어갈까? 등 모든 것이 위험하고 겁이 난다”고 한다.

여름이면 1주일 두 번은 목욕을 시키는데 몸이 파김치가 되어도 본인이 씻겨준 환자의 몸이 새 뽀얗게 되었을 때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른다.

젊어서 어떤 일인들 이 정도 보수는 못 받겠냐며 하지만 남이 하기 싫어하고 남을 도우면서 돈 벌수 있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한 번도 후회 해 본적 없다 한다.

또 부모님들이 우리를 믿고 맡겨 둔 채로 평생 가보지 못한 여행을 다녀 올 때, 그만큼 또 다른 보람이 없었다며 마냥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행복해 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누가 이 사람들을 돈 버는 사람들이라 했는가? 사람들은 돈이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또 하고자 한다. 그러나 돈으로 못하는 일들도 많다.

이분들은 천사의 마음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울진지역자활센터 뿐만 아니라 각 기관에서 일하는 호스피스들의 역할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이러한 분들의 노고에 우리는 좀 더 가까이에서 더 따뜻하고 정겨운 시각으로 봐 줄 심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유월의 하늘이 시월의 새파란 하늘처럼 가슴시리고 눈부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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