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수원에 있는 농수산식품 연수원으로 2박3일 교육을 갔었다.

이 교육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2박 3일을 1차, 2차, 3차에 걸쳐 즉, 3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자기 부담 교육비가 있었지만 좋은 교육이기에 거리와 비용을 마다 않고 갔었다.

귀농하고 초보농사꾼이나 나나 끊임없이 교육을 다닌다.

주로 비싼 자기 비용과 교통비를 치르면서도 좋은 교육이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찾아다닌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교육 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교육과정을 맡은 과정장은 정호진 서기관님이었는데 그 분의 열정에 뒤로 자빠지는줄 알았다.

교육참가 전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하여 교육참석에 차질이 없도록 배려했다.

더 놀라운 일들이 교육받는 내내 뇌에 자극이 되었다.

교육생들보다 교육담당하는 분의 열정과 꿈과 패기가 넘쳐 교육생들이 그 기운으로 덩달아 춤추며 꿈꾸게 했다.

그리고 희망을 갖게 했다.

나름대로 이 분야에서 꽤 알려진 교육도 받아 보았지만 이런 진심어리고, 사심 없고, 정열이 넘치는 과정장 처음 본다.

3일 교육 내내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에 종사하는 교육생들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그리고 그 변화에 우리 농업인 등이 어떤 가치관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밤 11시가 넘어 교육이 끝나면 2차 뒤풀이 시간에도 꿈과 희망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과정장이 그 정도면 교육생들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찍어먹어 보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교육내용도 내가 농사짓고, 내 하늘마음농장 사이트에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지만 그보다 더 정 서기관님의 열정에 놀라움과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1차 교육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정 서기관님이 전화를 해 왔다.

'먼 길 어찌 가고 있느냐고, 농장을 비운 사이 혹여 비 피해는 없었냐고, 교육에 불편한 점이 있으면 2차 교육에 반영하겠노라고...'

수원에서 울진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또 한번의 감동으로 가슴 밑바닥이 온돌방처럼 달아올랐다.

산골로 돌아와 생각했다.

공무원은 두 부류다.

철밥통이라 생각하고 주어진 일만 하는 형,

끊임없이 자기계발도 하고, 주어진 일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상대하는 주민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형. 즉, 자신의 일의 경계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형이 있다.

정 서기관님은 후자다.

전자의 부류는 다는 아니지만 일을 열과 성을 갖고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런 부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민원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못하는 공무원을 비판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공무원에게 박수를 쳐주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질 않는가.

그래서 펜을 들었다.

사실 두 번째 책을 내는데 원고도 써야 하고, 야콘 밭의 풀도 평정해야 하고, 효소도 담아야 했지만 다 뒤로 미루고 펜을 들었다.

대통령과 농수산식품부장관께 각각 깨알 같은 글씨로 아홉 장의 편지지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 편지와 함께 내가 쓴 책도 동봉해 보냈다.

그것도 차를 타고 면에까지 나가 등기로 부치고 왔다.

내용이야 위에 언급한대로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공무원에게 당연히 칭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고, 그것이 세상을 밝게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토해냈다.

1주일 후, 청와대 농수산비서관에게 전화가 왔다.

보내준 편지와 책 잘 받았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어왔다.

교육가서 처음 만난 공무원인데 편지내용대로 반드시 칭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고 침튀기며 또 한번 강조했고, 반드시 이 편지를 대통령님께 전해 달라고 했다.

거의 전화를 끊을 때쯤 안 사실인데 그 비서관은 내가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연구원으로 있을 때, 같이 근무했던 남박사였다.

세상 참 좁다.

어쨌거나 재차 당부했다.

내 긴 편지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언제 서울에 오면 저녁 한번 먹자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주일 후, 그 내용이 잘 전달되어 담당 공무원에게 칭찬과 격려가 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뤼신우라는 중국 명대의 대학자이자 정치가가 쓴 글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남에게 지나치게 어려운 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의욕을 보이게끔 북돋워 줄 뿐이라"고 했다. 동감하는 말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잘한 일을 부각시켜 칭찬과 격려로 믿음을 주는 방법과 잘못을 질책하는 방법 즉 요즘 애들 말로 지적질 하는 방법이 있다.

그 효과가 어느 것이 더 크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나 우리 한번 자식 교육을 생각해 보자.

"너는 어째 그러니?"

"저 인간 저런 땐 꼭 지애비라니깐.”

"너 사고 칠 때가 지났다 했다"며 입을 씰룩거리기 보다는 웃으며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과연 난 산골소년과 소녀에게 얼마나 용기를 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지...

한참 가치관을 정립해야 하고, 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얼마나 에미의 이슬이 골고루 배이게 했는지...

생각해 보니 어째 못 먹는 술을 먹은 것처럼 아랫도리가 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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