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慈悲)의 마음으로 우행호시(牛行虎視)하시길...

"눈이 많이 왔다. 다니는데 불편하다고 해서 '왜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고생시키는가'라는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눈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라. 불평을 늘어놓는 다고 달라질 것이 무엇인가. 자연스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운 주지스님이 우문(愚問)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정신을 일깨웠다.

스님은 "불영사의 설경(雪景)이 너무 아름다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하고 눈을 있는 그대로 뒀다. '바람이 불면 부는 데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그렇게 순응하는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불영사 경내의 처마 끝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스님과의 인터뷰 약속을 잡고 먼저 들었던 생각 중에 하나가 불영사에 가면 고드름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것이 스스로와의 결심이었다.

일운 주지 스님은 "자비(慈悲)의 마음으로 우행호시(牛行虎視, 걸음은 소 걸음처럼 신중하게 정신은 호랑이 눈빛처럼 번득이게라는 뜻으로, 우행은 실천을 의미하고 호시는 깨어있음을 의미한다)해야 한다. 우행호시는 모든 사물이나 정황을 호랑이와 같은 날카로운 눈으로 통찰력 있게 직시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수행은 소걸음과 같이 느리게 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울진사람이 양보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나(我)와 너의 생명을 존중하는 양보와 배려하는 자세로 자신감을 가지고 화합을 이루어 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님은 불영사의 슬로건으로 '지구를 청정하게 세상을 행복하게'라고 기치를 내세웠다고 말씀을 이어 나갔다. "지구를 청정하게 한다는 것은 결국 몸을 청정하게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삼업(三業-身口意), '몸과 입과 뜻'을 깨끗하게 하여야 삼독심(욕심, 화냄, 어리석음)을 끊을 수 있다. 또한 삼사지행(三思之行)하는 자세로 몸가짐과 생각, 마음가짐을 청정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한 번도 생각지 않고 행동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마음 안으로부터 비워야 한다. 독화살을 맞았다면 먼저 독화살을 뽑고 치료를 해야 하는데, 독화살을 그대로 둔 채 누가 본인에게 독화살을 쏘았는가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스스로를 망치며 사지(死地)로 모는 것이다"며 집착과 욕심을 버려야 함을 강조했다.

"생명력이 넘치는, 자기 자신감이 넘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행복을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마음에 무엇을 심느냐에 따라 그것이 나온다. 자기생활에 만족하면서 자신감 있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꾸려가야 한다"고 재차 일깨웠다.

일운 스님은 불교와의 인연에 대해 묻자, "고등학교 다닐 무렵, 말 못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을 돕는 복지가가 꿈이었다(주지스님은 여전히 기본적인 수화를 할 수 있다). 당시에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 역사선생님이 계셨는데, 선생님이 출가를 하려고 했는데 3대 독자인 관계로 부모님들의 반대로 출가를 끝내는 접었다. 선생님이 불교에 관한 프린트물을 나눠 주면서 가름침을 나누고자 열성을 다했는데, 선생님이 유인물을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그때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라는 글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고민으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출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출가(出家)를 한 이후에는 1분 1초도 후회나 아쉬움을 가지지 않았고, 수행을 통해 바른 삶을 제시할 수 있는 정신적 지표를 세울 수 있었으며, 마음이 인생(우주)의 주인임을 깨우치며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영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불영사는 1,300여년을 이어오면서 울진을 지켜온 문화와 역사 정신이 온전히 살아 있는 곳이다. 울진의 정신적 지주(支柱)를 해온 곳이다. 따라서 불영사는 모든 이들이 종교를 떠나 마음 한 번 쉬어가고 달래고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곳으로 더욱 가치가 높다. 불영사로 오는 36번 국도를 문화의 도로, 즉 자연과 인간(나)이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자연이 살아있는 정신을 안주할 수 있는 사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만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 이에 불영사가 관광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명확한 입장이다. 최근 토요일과 일요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국수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며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즉 "불영사는 정산을 향상 시키는 곳, 자연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 문화체험행사도 앞으로 계속 추진하여 이런 경험을 통해 일반인들이 몸과 정신을 건강해야 한다. 산사음악회도 사월초파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님은 매월 2, 4주 일요일에 올해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법회를 열고 있다. "울진사람들이 너무 고약한 면이 있어, 문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인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남의 인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넉넉함을 배워나가야 한다”고 법회에서 설파한다는 스님은 " '된다'는 긍정적 사고와 신념으로 자신 스스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를 믿어야 한다. 덕(德)은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복(福)은 검소하고 나눔에서 생기는 만큼 극기(克己)할 수 있는 지구력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흔히들 말하는 108배는 자기를 낮추는 의미도 있지만, 과학적으로도 뇌를 운동시키는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척추를 바르게 해줘 매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산중불교가 아닌 우리들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불교로 다가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것 모두가 마음에 의한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상황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더라도 '일념집중(一念集中)'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념집중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자기 마음을 다스리고 수행해 나가야 한다. 우리들은 각자 무한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자기 가능성의 자신감을 가지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운 주지스님과의 대담은 2월19일 오전 스님의 거처에서 진행됐다. 한 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스님의 법문은 눈과 귀를 거쳐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2010년도 어느덧 3월로 접어들고 있다. '벌써 3월이야'하는 반응과 '아직 3월이다'라는 마음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에 대해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추슬러 심기일전하는 계기를 삼아야 하겠다.

스님이 말씀하셨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 귓가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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