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볼링협회 전무이사 지내며 역사 함께해

"효자종목 볼링, 운동할 곳 없어진다니..."

"백발의 시아버지가 젊은 며느리와 손자에게 하이파이브하며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조태석(53세, 남)씨의 볼링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조씨는 영덕군 강구출신으로 강구초등학교와 강구중학교를 거쳐 포항수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울진군청에 채용돼 현재 해양수산과 자원조성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볼링장을 찾았다가 가족단위로 즐기는 화기애애한 모습에 도취돼 지금까지 볼링과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조씨는 울진군볼링협회 제3대 이창우(당시 MT볼링장 경영)협회장과 인연이 돼 전무이사로 8년간 일했다.

울진 볼링 역사의 시작은 울진볼링장(대표 이상민)이 1990년 12월 지역 최초로 문을 열면서 부터다.

"당시엔 핀보이가 직접 손으로 핀을 세웠지요. 초보 볼러들이 핀보이를 못보고 볼을 투구해 다치게도 했고, 스트라이크를 치면 좋아서 캔 음료를 레인 옆 카트로 던져주며 정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볼링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1992년 울진군볼링협회가 출범을 하게 된다. 그 뒤 경일볼링장의 반자동과 94년부터 울진, 죽변, 후포에 자동화시스템이 갖추어진 볼링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울진볼링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김종률초대회장(전 영남일보기자)을 시작으로 도명호(가축병원), 이창우(당시 MT볼링장대표), 황용국(경북도민일보기자), 김종헌(성심한의원원장), 이춘우(당시 울진레미콘이사), 신상기(전 후포볼링장)회장에 이어 2011년 장헌견 8대회장으로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10여년간 도민체전에서 단 한 번도 입상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울진볼링. 그 저력의 배후에는 역대 협회장들 사이에서 알맹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낸 조씨의 공헌이 컸다는게 볼링계 안팎의 평가다.

"경주에서 열린 도민체전으로 기억납니다. 당시 협회장이 공석이어서 참 힘들었죠. 훈련장비나 간식도 제대로 지급못해 애를 태웠지만 선발된 선수 모두 웃는 얼굴로 연습에 임했지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형편없는 지원이었지만 종합우승을 차지해 선수들과 응원단 모두 부등켜 안고 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난해 울진에서 열린 도민체전 때에는 12레인의 공식경기장 규격에 미달돼 타 시군으로 분산 개최할 위기에 놓였었다.

"정말 약이 올랐습니다. 군청볼링클럽 박계홍회장을 비롯해 모든 지인을 발판삼아 경북볼링협회장과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났어요. 죽기 살기로 매달려 설득한 끝에 영주시에 빼앗길 뻔 했던 군부대회를 사전경기로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어려웠던 과정을 선수들은 전무후무할 역사적인 기록으로 말끔히 씻어 주었다.

"정말 기뻤지요. 여자부 1위 남자부 2위로 종합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회 첫 종합우승이었고, 결국 도체 최초로 울진군이 최종성적 우승을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조씨는 대회 당시 MT볼링센터 상주클럽연합회장을 맡고 있었다.

"어렵게 유치해 놓은 체전을 앞두고 협회의 내부적 갈등으로 선발경기 등 도체 불참위기까지 왔었죠. 공무원으로 공인의 입장에서 협회와 동호인들의 중간에서 오해를 해소하느라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종합우승하고 나니 볼링을 그만 두고 싶었던 마음까지 씻어 지더군요."

8년의 전무이사 역할을 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함께 겪어온 주기원, 주태환선배, 그리고 존폐 위기에 내몰렸을 때 협회장을 맡아 위상을 더 높여준 이창우, 김종헌 전직회장, 어려운 사업에도 체전경기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장헌견 현 회장의 헌신이 현재 울진볼링이 생존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울진읍 유일의 볼링장이 MT볼링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많은 동호인들이 볼링장을 떠나고 있다. 조씨는 떠난 볼링동호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끔 볼링장을 생존시키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 한다.

울진 관내에는 정식클럽을 구성하고 정기적인 활동을 하는 클럽이 모두 25개로 그 회원수는 4백여명이 된다. 이외에 직장과 동호인, 친목단체 일반동호인 등 8백여명을 포함하면 볼링인구는 대략 1천2백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씨는 부인 김영옥(50세)씨와 아들 영광씨, 딸 나영씨와 함께 모두가 소문난 볼링가족이다. 울진볼링 발전에 없어선 안 될 조씨의 헌신적인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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