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짚풀공예 명인 박만진씨

"짚신은 한 켤레 만드는데 곱게 삼으면 반나절 정도 걸리고, 좀 거칠게 삼으면 2시간이면 만들 수 있어요."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이 짚으로 엮는 것을 보고 어깨너머로 배워 지금도 여전히 짚풀공예를 즐기는 박만진(온정면, 76세)씨가 짚신 한 켤레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해줬다.

박만진씨는 지역에서 짚풀공예로 익히 유명하다면 유명하다. 지역에서 개최되는 단오제와 대게축제, 백암온천축제, 메뚜기축제 등 여러 축제의 단골 초대 손님이기 때문이다. 또한 타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행사에 박씨의 짚풀공예 작품은 지역의 특산품과 어우러지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이다. 전시된 물건들을 더 도드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차례 개최된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기간 내내 짚풀공예를 선보였다. 이 때문일까, 축제 현장에서 박씨는 손자뻘되는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짚풀로 엮은 다양한 상품들을 이익을 남기기 위해 판매한다기 보다는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그저 주기도 하고, 들어간 노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팔려도 개의지 않는다고. 박씨는 짚풀공예가 살아가면서 본인 스스로에게 즐거움과 존재감을 일깨우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박씨의 얼굴은 웃음이 항상 걸려 있었다.

지금이야 '끈'이라는 것이 너무나 흔해 전통의 '새끼줄'이 다시 조명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 부모들의 세대에서는 짚으로 역은 새끼줄이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았음을 익히 알고 있다.

박씨는 "동네 어른들이 사랑방에 둘러 앉아 짚으로 새기를 꼬고 짚신도 삼으며,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 만드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라며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내 짚신은 내가 삼고 다녔다"고 했다.

누군가로부터 배웠다기 보다는 그저 손으로 직접 만들면서 순전히 본인이 익혀왔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전에는 의성군에서 개최된 전국 규모의 짚풀공예 대회에도 참여해 상도 여러번 탔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주재료인 짚은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지은 것도 있지만 온정리가 친환경농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어 별 어려움없이 상대적으로 좋은 재료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짚신 한 켤레를 만들면 보통 짚1단 정도가 소모된다고.

박씨는 짚 이외에도 줄이나 끈으로 된 것은 재료를 불문하고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짚신도 짚으로만 만드는 것보다 나일론 끈과 같이 혼재해 만들면 더 튼튼하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박씨는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으면 깨끗하고 옷맵시도 산다"며 자신이 만든 물건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도 마른 날이면 직접 만든 짚신을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짚풀공예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이큐(IQ)가 좋아야 한다고, 즉 사진만을 보고도 본인이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눈썰미와 일머리가 뛰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흙솔, 풀솔, 다래끼, 삼태기, 키, 가방, 멍석 등 이런 것들을 찍어 놓은 사진만 보고도 어떻게 시작해서 마무리해야 되는지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가집 지붕에 올리는 이엉도 몇 차례 서울로 주문 제작해 줄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올해 설날에도 손자들이 TV에서 보았던 '장치기(골프와 비슷)'를 만들어 달라고 미리 연락이 왔다고 한다.

짚풀공예품은 박씨의 자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술 값이라도 벌라고 만들어 놓으면, 자식들이 오고 가면 다 들고 가버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씨의 집 한 켠에는 짚풀공예를 위한 작업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을 정도였다고.

짚풀공예도 박씨와 같은 세대를 끝으로 지역에서 그 맥이 끊어질 우려가 크다. 짚풀공예를 배우려 하는 젊은이가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짚풀공예는 글로써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내 살아 생전에 지역 젊은이들에게 전수해주지 못하면 명맥이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몸이 안아프면 축제 때마다 불러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며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 문화 전수에 애착을 보였다.

한편 지난 송이축제 때는 박씨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타 지역의 등공예 하는 사람을 불러들인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다양한 모양의 송이를 직접 만들어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역의 축제장에서 어느 누구보다 관광객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어린이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박씨로서는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이 갔다.

짚풀공예를 통해 지역의 홍보대사로 톡톡히 역할을 해온 박씨의 그런 마음이 축제장에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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