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에는 울진이 '문화울진'으로 변모되기를...
20년전인 1992년 울진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청년 14명이 뜻을 모아 '울진 민속박물관 건립추진 위원회'를 발족하고 매주 토요일 마다 군내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민속 사료를 수집하였다.
박물관 건립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추진위의 목적을 공감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회원들이 늘어났고 사료를 자진해서 기증하는 주민들이 많아 사료의 수집은 활발히 진행되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집된 사료는 점점 수량이 증가하여 700여점에 달하였으며, 처음에는 개인 창고를 빌려 보관하다가 폐교를 빌려 보관하기까지 하였다.
1994년 성류 문화제 행사 때에는 군민체육관에서 그동안 모은 사료들을 전시하여 군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받았으며, 범군민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보하고 울진군과 중앙 부처에 박물관 건립을 건의하였다. 1998년 위 위원회는 문화체육부와 국회, 예산처 등 관계기관을 방문하고 박물관 건립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하며 문체부에 정식으로 박물관 건립을 신청하였다.
얼마 후 문체부 심사단이 현지에까지 출장하여 까다로운 심사기준에 따라 실사를 하였고 그 결과 정식으로 박물관 건립대상지역으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정부에서는 전국에 2개소의 박물관을 선정토록 계획되어 있었으나 신청 지역이 9개소에 달해 꽤나 치열한 경쟁속에서 선정된 것이다.
박물관 건립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건립기금으로 국비 6억3천만원이 배정되었으나 울진군에서는 자부담 능력이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해 국비전액을 반납하였다. 민간단체가 갖은 노력으로 확보한 예산을 사전협의 한마디 없이 반납한 것에 대하여 많은 군민과 추진위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 후 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의욕을 상실하여 더 이상의 사료 수집을 중단하고 수집한 사료만 보관 관리하였다.
수집된 사료는 부식과 부패방지를 위한 기술적인 시설을 하여야 하나 예산이 전혀 없는 민간단체로서는 관리에 한계가 있어 애써 모은 사료들이 심하게 부식되었다. 훼손되어가는 사료들에 대한 관리문제는 매우 중요하므로 울진군 당국에서 인수, 보관해 줄 것을 수차례 호소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그 후 2005년세계친환경엑스포 행사시, 추진위가 수집한 사료들을 사용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군 당국에서는 외지에서 농기구들을 빌려와서 전시하는 이상한 행정을 함으로서 많은 군민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하였다. 그 후 2009세계 친환경농업엑스포 직전, 박물관 건립추진위에서는 수집한 사료들을 사용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자비를 들여 관내 기관장 및 유지 120여명을 초청하여 설명회를 개최하였지만 서울 등지에서 농기계를 빌려와 전시하면서도 건립추진위의 민속품을 사용하지 아니하였다.
그 후 수집된 사료들은 폐교된 갈면 초등학교에 보관하고 있었으나 2011년 11월 경 전량 도난을 당하는 수난을 맞았다. 그러나 관계기관과 회원들의 노력으로 도난당한 물건들은 한달여 만에 다행스럽게 전량 회수하게 되었다.
1995년 지방 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각 지방에는 많은 박물관이 건립되었다. 이어령 문화부 장관 재직시 지방자치단체 마다 1개의 박물관을 건립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최근 유인촌 前문화부장관도 지역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은 박물관과 도서관이라 강조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와 지자체의 정체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지금은 지역마다 박물관이 없는 곳이 없다.
인근지역만 보더라도 삼척시에 시립박물관, 어촌민속박물관, 강원종합박물관등 3개소가 있고 영덕군에도 영덕해촌박물관, 경보화석박물관 등이 있다. 울진군보다 예산이나 인구가 턱없이 적은 지방에도 박물관은 없는 곳이 없는데 이것은 박물관은 그 지역 정체성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고령군에도 대가야 박물관, 우륵전시관, 대가야왕릉전시관 등 3개소의 박물관 있고, 강원도 영월군에는 단종역사관, 김삿갓 문학관, 조선민화박물관, 묵산박물관, 곤충박물관, 엄홍도기념관 등 사설 박물관 까지 무려 15개의 박물관이 있다.
울진군에는 1983년도에 후포 등기산 신석기 유적에서 국내 유일의 장대형 석부(石斧)가 180여점이나 출토되었고, 40여구의 집단 인골도 발굴되었다. 7번 국도를 개설하면서 덕신리에서 5~6세기 유물 800여점과 기성공항 건설 현장에서도 청동기 시대의 유물과 집터가 발굴되었다. 원남면 오산리 스킨스쿠버 트레이닝 장에서도 지금까지의 학설과 다른 원삼국시대의 유물이 발굴되었는가 하면, 최근에는 죽변 드라마 셋트장 부근에서도 얼굴토기등 특이한 유물이 출토되었고 신울진 원자력 부지 건설 현장에서도 고대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이렇게 많은 유물과 유적이 출토되었지만 울진군에서는 한 점도 보유하지 못하고 모두 외지의 발굴기관에 빼앗겨 버렸다.
이것은 군내에 유물을 보관할 시설이 없기 때문으로, 박물관을 건립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귀중한 문화재가 계속 발굴된다하여도 외지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울진군은 박물관이 건립이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봉평신라비 전시관의 인라인 스케이트장 같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시설부지를 활용하거나 연호정 주변의 과학 체험관 같은 활용도가 낮은 시설을 변경하여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군수나 의원들은 출마공약을 문화 창달에 두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늘 군민들을 실망시켰다. 국가가 번영한 바탕에는 반드시 찬란한 문화가 뒷받침되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문화활동이 활발해야 한다. 주민의 지도자로 뽑힌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문화 창달에 눈을 돌려 주기 바란다.
우리 조상들의 손때 묻은 흔적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울진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민선 5기에는 울진이 '문화울진'으로 변모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