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봉사시간 2,307시간 - 봉사란 삶의 섬김이자 행복을 부르는 샘물

새마을회 이취임식 후 치러진 점심식사, 장재화(51)씨는 수백명이 먹고 난 탁자위에 남겨진 음식물 뒷정리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그렇지만 시종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밝은 표정으로 활기차다. 언제나 행사 뒷자리는 그의 몫이다. 묵묵히 행사장 궂은일과 험한 일은 앞장서 정리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울진자원봉사센터가 집계한 누적봉사 시간에서 최고 기록을 차지한 장재화씨를 만나보았다.

"학업포기나 자살 등 극한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엄마처럼 기대었던 아이들이 성장해 당당한 어른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봉사활동으로) 내가 바로 섰다는 것, 내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가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

울진학생상담봉사회에서 활동 중인 장씨의 하루는 주로 봉사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2000년부터 학생상담봉사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봉사가 언제나 먼저다.

먼저 어떻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장씨는 봉사활동 하기 전 힘들었던 가정사를 어렵게 꺼내 놓았다. 결혼 3년 후 시어머님이 편찮아지면서 시동생도 어리고 해서 뒷바라지 한다고 들어와 살았다. 3년만 살고 나간다는 게 지금까지 살고 있다며 살짝 웃는다.

장씨는 어릴 때 수녀가 꿈이었단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어떤 수녀님이 장사하느라 꽁꽁 언 할머니 손을 잡아 품에 데워 주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시동생이 포항고 진학을 원해서 남편이 우유배달 하게 됐다. 1990년 남편이 배달 중 사고로 10여 년 동안 거동이 어렵게 돼, 그때부터 가장 아닌 가장으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집안에 대소변을 받아내면서 수발해야 했던 시어머님과 아주버님, 그리고 남편과 나이어린 시동생까지 일곱 가족의 살림살이를 하면서 "내가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탱해왔다. 정말 많이 갈등하게 됐고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무렵 울진군에 처음으로 자원봉사자연합회가 시작될 때였는데, 우연히 학생상담봉사자교육을 받아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게 됐다.

최악의 가정상황 속에서 강행한 상담교육을 통해 "내가 정말 변해야겠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부터 시작되는구나"라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바로 이것이 내 삶이 아닌가!" 이때부터 봉사가 최우선인 생활을 해왔단다.

특히 상담교육을 받은 후 아이들을 돌봐주려고 학교현장에 방문했을 때 티 없이 뛰노는 맑은 아이들을 보는 순간 "저 아이들도 저렇게 씩씩하게 성장하는데 어른인 내가 왜 갈등하고 힘들어해야 하는가"라는 자성이 생겼다고 한다.

한번도 봉사활동을 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활동이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된다"라는 신념 때문이다.

내 아이에게 못했던 것을 ‘우리아이’들에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학교에 접근했다. 봉사를 통해 "내 아이만 잘 키워서 될 문제가 아니다. 늑대의 무리에 양이 들어가면 똑같이 늑대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깨닫았다.

많이 아팠고 흔들렸지만 봉사를 통해 "아픔이나 기쁨이란 것이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장씨는 남편이 쓰러지기 전 5년간 붓글씨를 함께 배웠단다. 좋아하는 글자가 '人'인데, 한 획과 한 획이 만나서 글자를 이루고 획이 조금만 길어져도 넘어진다. 그래서 너와 내가 만나 서로 배려하는 '人'자를 좋아하게 됐단다.

장씨의 상담을 받았던 수많은 아이들이 이미 성인이 됐다. 장씨는 "학업포기나 자살, 등 극한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엄마처럼 기대었던 아이들이 성장해 당당한 어른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봉사활동으로)내가 바로 섰다는 것과 내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가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주로 범죄 피해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상담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생부터 고3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성과 학습, 대인관계 등을 상담한다. 학부모교실을 통해 학부모교육도 한다.

장씨는 "부모가 제대로 서야 가정이 안정되고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버림받은 아이들이나 언어폭력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 속에 노출된 아이들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엄마가 돼 주세요'라고 할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단다.

장씨는 "아이들이 고교 졸업까지 만이라도 제대로 된 양육과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저도 도움을 받고 살잖아요,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게 사회이니 제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봉사를 하는 것은 내 삶의 중심에 무엇을 두고 살 것인가라는 삶의 가치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이 더욱 풍부하게 되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장씨에게 있어서 봉사는 무슨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삶의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뇌하고 갈등했다"며 "삶은 우리가 어느 한순간 눈감을 때 소풍 나와 참 잘살았다, 행복했다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장씨는 5남매를 두고 있다. 배 아파 낳은 아들(31)과 딸(29), 그리고 '엄마하자'고 해서 지난해 11월부터 가족이 된 고 1,2학년인 두 딸과 초등5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장씨는 울진군자원봉사센터 누적봉사시간 집계에서 726차례, 2,307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 울진군에서 최장 봉사시간을 기록했다.

2000년부터 울진교육청 학생상담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온 그녀는 현재 학생상담연합회 교육고문과 영덕지청 범죄피해자 상담위원, 울진가정폭력상담소 상담원과 웃음치료사, 음악치료사, 시낭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1년 3월까지 학생상담자원봉사자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4년 부총리 및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과 2002년 도교육감 감사장을 수상했으며, 경북아동보호전문기관(2009)과 대구지검 영덕지청장(2010), 울진군수(2010) 표창 등도 수상했다. 그는 월간 순수문학 2011년 10월호가 공모한 제215회 시 부문 신인작품상에 '삶의 향기' '어머니의 실루엣' 등 5편의 작품이 당선된 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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