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학생 친구가 적은 방명록에 눈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국민이 애도의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울진에서도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개설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울진청년회의소(JC, 회장 홍충표)는 5월 5일 오전 울진청소년수련관 전시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 안내를 시작했다.

분향소에는 추모영상 상영과 더불어 분향과 헌화가 가능한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고,  희생자 추모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원하는 방명록과 포스터잇이 준비돼 많은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 외부 나무울타리 주변에는 추모와 무사귀환을 희망하는 글귀가 적힌 노란리본들이 줄줄이 매달려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방명록에는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 모 학생의 추모의 글이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나와 같은 초등학교와 같은 중학교 2년을 함께한 친구에게!
더 이상 너희와 전화도, 문자도 이제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안산이 가게 되어도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은 너희들의 자취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고 벌써부터 그립다.
지금 나는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가끔씩 친구들과 너희 얘기를 할 때면 아직도 눈물이 나.
이 말은 너희가 볼 순 없겠지만 너희들이 좋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에 속에서 나오는 대로 적어봐.
내 친구 두 명. 이젠 볼순 없겠지만, 그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00

이 학생은 포스터잇에도 안타까운 사연을 이어갔다.

to. 혜경, 오천, 지우
혜경아, 오천아, 지우야...
인사왔어! 나야.
좋은 곳 갔지?
거기서 아프지 말고 잘 지켜봐 줘.
우리 나중에 하늘에서 만나면 즐겁게 놀자!
사랑해!
너희의 친구 00

한편 6일 분향소를 찾은 강석호 국회의원은 숙연한 분위기에서 조문을 마친 후 방명록에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고치고 새롭게 짜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남겼다.

울진청년회의소 홍충표 회장은 “첫날인 5일과 6일 이틀간 8백여명의 주민들이 조문했다”고 밝히면서 “오늘 아침 일찍 찾아온 60대 주부는 울진에 분향소가 없어 가까운 도시에라도 가서 조문하려고 했는데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더라”고 전했다.

홍 회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찾아와 조문을 하기도 하고, 연세 드신 어른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리신다”며 “여러모로 부족한 가운데 준비했지만 많은 분들이 진심어린 조문을 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울진청년회의소는 분향소 운영에 대한 경비 일체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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