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연고도 없고 역성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울진으로 귀농한지 올해로 16년차가 되었다. 둘 다 직장 생활만 하다가 이제부터의 삶은 ‘내 의지대로 사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자연에서 책과 여행으로 키우겠다는 이유가 다 였다.

울진 산중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지으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고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웠으니 두 가지 목표를 얼추 이룬 셈이다.

돌아보면 16년의 삶이 ‘이보다 최선일 수 없다’는 말을 자주 옹알이 할 정도로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했다. 울진은 ‘등이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니듯이 지역적 악조건이 껌처럼 붙어다니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올바른 먹거리를 생산해도 판로가 늘 문제였다.

그때부터 친환경 농산물과 판매 그리고 농산물 가공을 위해 전국 각지의 좋다는 교육은 많이도 찾아 다녔다. 멀리는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주관하는 교육, 금산의 벤처농업대학 등 장기교육에서부터 수원 농업연수원에서 하는 많은 교육뿐만 아니라 커리큘럼이 좋다는 경북에서 주관하는 교육 등에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발품을 팔았다.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을 때에는 유럽 등으로 눈을 돌렸다.

초보농사꾼(박찬득)은 독일,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유럽 연수를 두 번 다녀왔고 나 역시 독일, 스위스, 이태리 등으로의 연수를 다녀왔다. 그리고 올해 또 다시 프랑스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 연수와 국내 교육 등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라는 거였다. 앉아서 판매가 안 된다고, 어떤 작물을 해야 다른 지역 농가보다 발 빠른 성공을 할 수 있는지 고민만 해서는 지속가능한 삶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늘 모든 촉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전국의 모든 농가가 고민하는 것 중 최고는 ‘판매’일 것이다. 아무리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내도 판매가 안되면 헛 거라는 단순한 논리가 늘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의 머리를 무겁게 하고 있다. 그래서 귀농 때부터 생각한 것이 ‘인터넷 판매’였다.

농민으로서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할 당시 2002년에 거금을 들여 홈페이지를 자체 제작하여 운영한 결과 엄청난 방문자가 생길 정도로 활발한 운영을 하고 있다.

어차피 울진은 교통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아니라 농민에게는 지령과도 같은 과제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홈페이지 역시 오픈만 하면 소비자가 구름떼처럼 몰려오는지.. 그때부터 홈페이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KBS <아침마당>, MBC <휴먼 다큐>, , KBS <세상의 아침>, KBS <6시 내 고향> 등 20여 차례가 넘는 방송 출연은 물론, 30여 차례의 잡지 등의 기사나 기고까지 홈페이지를 알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그 노력의 결과 우리 농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농산물과 가공품의 95%를 판매하고 있다. 이제부터 본론을 이야기할 차례다.

이처럼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판매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택배비’이다. 과거에는 우체국 택배비가 5천원 기준으로 울진군의 택배비 지원금은 2천5백원이었다.

그러다 작년 초에 우체국 택배비가 6천원~7천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 이곳은 오지라서 우체국 택배밖에 없으니 비싸나따나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택배비가 이 정도로 비싸면 사실 인터넷 판매는 접어야 한다. 다른 타지역 농가들과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천원 아니 몇 백원만 비싸도 고객의 외면을 당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결국은 택배비 싸움이라고 보면 된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어야 판매가 되고 그 상황에서 높은 택배비를 제하고 나면 빛좋은 개살구다. 안그래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장기 불경기 구조하에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택배비 인상까지 겹치니 좌판을 접으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난감했다.

‘등이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인 울진에서 궁극적인 대안은 택배를 이용한 인터넷 판매밖에 없다. 택배비의 인상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제부터 울진군의 택배비 지원이 5천원 기준 천5백원만 지원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의 택배비 구조로도 어려운데 울진군의 택배비 지원비를 다시 2천5백원에서 천5백원으로 깎으면 농가들은 어쩌라는 말인지...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답답하여 한숨만 나오지만 집행부의 좋은 대안이 나오리라 기대할 뿐이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 배동분 : 2000년에 울진군 서면 쌍전리로 귀농하여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짓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 <귀거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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