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선비아카데미 첫번째 강좌, 강구율 교수 강의에 ‘호응’

송나라 때 유명한 학자 예사(倪思)는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 열 가지를 이렇게 말했다.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 두는 소리, 섬돌에 비 떨어지는 소리, 창으로 눈이 흩날리는 소리, 차(茶)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 아이의 책 읽는 소리만 들어도 정말 좋은데 자제(子弟)의 책 읽는 소리만큼은 그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고.

22일 저녁 울진문화원(원장 윤대웅) 강당에는 수강생들의 글 읽는 목소리가 낭낭하게 울려 퍼졌다. 강사를 따라 한문을 소리내서 읽는 성독(聲讀)에 익숙지 않은 몇몇은 쿡하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따라했다.

이날 전통서당에서 20여년을 공부한 강구율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낭낭한 목소리로 성독하는 시범을 보이자 어느새 박수갈채를 보냈다.

강구율 강사는 “전통사회에서 공부는, 맹자에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물이 흐를 때는 조금이라도 오목한 데가 있으면 우선 그곳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 흘러간다는 말)이란 말이 있듯이, 완전학습을 지향했다”고 설명하며 “경전을 완전히 암기하는데 성독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우리 시대가 읽어버린 소중한 공부의 모습이고 힘써 알고 찾아야 할 전통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선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대학 중용 주역 등의 서문을 암기했는데, 특히 대학의 서문은 명문장이라 문장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옛날 서당에서는 학동들이 천자문, 명심보감, 소학, 대학 등을 학습의 정도에 따라 읽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다보니, 너나없이 큰소리로 읽는 소리가 마치 오뉴월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시끄러웠다고 한다.

이어 강 교수는 “공부하는 중요한 목적은 기질(氣質)의 변화를 구하는데 있다. 사람마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인자가 다르고 환경과 습관에 따라 그 기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배움이 필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유학을 다른 말로는 자기수양을 완성하고 사회질서를 성취하는 수기치인학(修己治人學)이라고 한다. 이는 ‘스스로를 닦은 후에 타인을 다스리는 학문’이란 뜻”이라며, “결국 내가 나를 갈고 닦는 것이 먼저다. 즉 수기(修己)한 사람이 치인(治人)을 할 수 있다.

나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때문에 대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수신(修身)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대학은 천자(天子)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자아를 수련하고 인격을 완성하는 것을 인생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와 함께 소학이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 윤리와 행동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라면 대학은 제왕학 내지 리더십에 대한 공부다. 때문에 대학을 제왕학의 최고 교과서로 꼽혔다”고 소개했다.

강구율 강사는 “맹자에 나오는 표현을 인용해 “상황이 어려울 때는 홀로 수양하는 데 주력하고 능력이 되면 천하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궁즉독선기신 달즉겸선천하)”며 “결국 자기 몸을 수양하는데 힘쓰고 것이 유학의 핵심이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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