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울진군농업기술센터(김선원 소장)에서는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울진 농업.농촌 발전방안 강연회>가 있었다.

초청 강사로 오는 민승규 전 농촌진흥청장은 내 두 번째 책의 추천글을 써주신 분이고,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나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번 강연회는 내가 참석하기로 했다.

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련 공무원 등 약 150명 정도가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또한 임광원 군수, 강석호 국회의원, 이세진 군의장, 장용훈, 황이주 두 도의원, 장시원 군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 하여 울진농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강사는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과 농업진흥청장을 지낸 민승규 전 청장이었다.

민승규 전 농업진흥청장은 2000년, 충남 금산에 ‘벤처농업대학’을 만들어 ‘고부가가치 농업’, ‘돈 버는 농업’, ‘스타 농업인’을 만들기 위해 힘써 왔으며 지금은 농업인이 제일 가고 싶은 대학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민승규 전 농업진흥청장은 <농업의 성장가능성과 미래 변화>라는 강연에서 “전국의 1등이 되긴 어려워도 Only One!은 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쌀농사에서 1등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창조농업의 실행으로 나만의 상품을 만드는 일은 도전해볼만 하다는 얘기다.

또한 울진하면 바로 떠오르는 상품이 없는데 울진농업의 ‘業’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울진만의 농업을 찾아야 하고 울진만이 할 수 있는 상품개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인기 있는 수원의 못골시장과 서울의 통인재래시장을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싸기 때문에 유명한 것도 아니고, 제일 맛있어서도 아니고, 시설이 좋고 깨끗해서도 아니다. 순수한 정이 흐르고, 거기에 가면 볼거리가 있고, 흥겨움과 재미가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시장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면서부터 창조는 시작된다.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쌀, 전통주 수박, 야콘..등의 기술적인 면에서 전국 1등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기에 창의성이 가미되면 Only One!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내가 귀농해서 여러 지역의 농업인들을 만나본 바로는 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들 대부분은 “사과농사에는 내가 최고다, 쌀농사는 나 쫓아올 사람이 없다, 콩 농사만큼은 내가 고수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최고다 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인내와 고생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우리의 농촌이 윤기나게 살게 되었는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렇게 각 ‘종목’에서 1등을 달려도 우리의 농촌현실은 힘들기만 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농사만 잘 지어서 팔리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다.

고구마에, 사과에 재미를 입히고, 멋진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을 만족시키고, 쌀에 또 다른 스토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내 상품이 선택되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민승규 전 청장이 강연에서 강조한 것이 “창조농업”이다.

내 농산물에 창의성을 가미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울림은 강연회에 참석한 농업인의 가슴을 뛰게 했고 순식간에 열정이 가득찬 강연장으로 탈바꿈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의 <전환기 시대의 창조농업>이라는 강연이 이어졌다.

“한국농업의 생산성은 세계농업에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다면 국내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해 고려해야 하면서 어마어마한 소비자를 가진 중국과 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고민을 농민 스스로 해봐야 한다. 자국의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없는 중국이라 중국의 농산물수입지장은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Market Share는 고작 0.6%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한국의 먹거리에 대한 신뢰도는 하늘을 찔러 한국의 수입상품에 한극상품명을 그대로 쓰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공략이든 해외 시장공략이든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한다. 1인 혹은 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저출산율,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환경변화 등을 잘 읽어야 한다. 그래야 그 트렌드에 맞는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상력, 창조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농협양곡 대표인 김병원 대표는 <제2의 인생사용설명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우리 농업인들은 부부 중심의 노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 각자는 자존감을 갖고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해야 농업생산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모든 강의는 끝이 났다.

여타 교육이면 여기서 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승규 청장의 강의스타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석 농업인의 다양한 고민, 애로사항 그리고 건의사항을 듣는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시간이 이어졌다.

농업인의 허심탄회한 건의사항들에 대해 세 분의 강사와 군수, 농업기술센터 소장,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장, 울진군 지부장 등이 각 사안별로 성심성의껏 답하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겠다.

이것으로써 모든 강의가 끝났다.

참석한 농업인들은 재밌고, 가슴 뛰는 교육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교육은 마약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교육을 받았을 때는 하늘을 찌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약기운도 점점 주식시세처럼 바닥을 쳐 처음의 열정도 식기 마련이다.

그래서 농업교육은 평생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울진뿐만 아니라 전국의 내놓으라 하는 교육을 다니고 또 해외로 눈을 돌려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등의 교육열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 또한 지난번에 독일, 이태리, 스위스 등을 돌며 전통을 기본으로 한 식품가공과 농민들의 협동조합실태 등을 배운데 이어 돌아오는 12월에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과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배우기 위해 다시 독일과 프랑스, 프라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을 다녀올 예정이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경쟁력은 점점 치열해지고 세계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거기에 우리의 농업은 더 살벌하여 바람 앞의 촛불처럼 서있다.

쌀, 사과, 고추, 야콘 농사만 잘 지으면 장땡이라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농업인에게 ‘종합예술가’가 되라고 강요한다.

농사도 잘 짓고, 디자인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아야 하고, 환경변화를 꿰뚫어 보는 안목도 키워야 하고, 거기에 소비자가 재미와 흥미,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농업에 문화를 접목해야 하고 관광을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도 얻어야 하니 ‘종합예술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의학자였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쪽’을 향해 가고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듯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농업인은 우리 자신이 ‘어느 쪽’을 향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한다면 내 농산물이 “Only One!"이 되는 날 또한 머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배동분 : 2000년에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로 귀농하여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짓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 <귀거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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