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기 시인

만큼

 

꽃 날리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해

하염없이 날리는 저 꽃들만큼

언제부턴가 내게 꽃이란

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날려가는 거지

그것만이 내가 기약할 수 있는 일이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얼마만큼의 시간이란 이제 없는 말이지

다만 당신과 내가 기약의 생으로

아주 천천히 날려가는 것 일뿐

좀더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 미안한 시간들이지

당신

죽어도 좋을 만큼 볕 좋은 봄날을 기억하는지

그 ‘만큼’의 크기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내가 당신을 사랑하다 죽어도 좋을 만큼이겠지

이 계절 가슴속에 다 품어내지 못하는 萬化方暢이란

내 온몸을 쿵쿵 두드리고 지나가는

당신의 또 다른 이름

특별히 명명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저 흐드러져 날리는 저 꽃 같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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