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로 퇴비가 도착한 날, 난 봄이 멀리 않은줄 알았다. 그때부터 내 입에서는 개구리튀어나오듯 "봄"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제밤부터 허락도 없이 내린 눈으로 퇴비도, 나무도, 집도 모두 하얀 이불을 덮고 있다. 봄마중나온 노루도 눈구경이 한창이다. 귀농 17년차 초보농사꾼은 그래도 '봄길'을 내고 있다.

어제밤에도 봄길을 내고, 이 시간에도 봄길을 내고 있다.
그에게 봄은 금방이라도 눈발처럼 일제히 자신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가보다.

금강송면 쌍전리의 봄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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