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약도라지 두번째 이야기

배동분l승인2016.09.01 07:56l조회수1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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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식해 둔 것을 캐는 날, 저 혼자서도 많이 자라 있었다.)

앞의 글에서 말했지만 1년 동안 노지에서 자란 슈퍼 약도라지를 올 봄에 캤다.
네 농가가 모여 도라지를 캐고 각자의 집으로 도라지를 나누어 갔다.

지금껏은 네 농가가 공동으로 슈퍼 약도라지를 키웠지만 이제부터는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색깔대로, 각자의 자연 조건에서 키워야 한다.

4월은 워낙 바쁜 농사철이다 보니 바로 정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물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바로 가식을 하기로 했다.

▲ (1년 자란 슈퍼 약도라지, 가식하기 전 모습)

가식을 안하고 미루다가 고생해서 키운 것 혹여 하나라도 죽일까봐 그 날은 늦은 시간까지 도라지 밭 정리까지 하고 헤어지느라  못심고 다음 날 바로 가식을 했다.

위치는 우리 집의 명물인 ‘슈퍼 거북바위’ 옆으로 정했다.
거북바위랑 두런 두런 이야기하며 자라라고...ㅎㅎ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초보농사꾼은 사과나무 밭에 줄 낙엽을 가지러 가느라 바쁘고 내가 맡아 가식을 했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면 장땡이라는 개똥 철학이 있으니 뙤약볕에 용을 쓰며 가식을 했다.

▲ (흙이불을 덮은 모습, 가식기간 동안 잘 자라주겠지...)

먼저 호미로 골을 탔다.
초보농사꾼이 관리기로 타주면 수월할 일이지만 호미로 해결하려니 여간 땀을 빼는 일이 아니었다.

골을 탄 다음 슈퍼 약도라지를 일렬로 줄 세웠다.
긴 뿌리가 심하게 꺾이는지도 신경써야 하고, 간격이 너무 옹색하지 않은지도 도끼눈을 뜨고 들여다 봐야 했다.

일렬로 파릇파릇 줄지어 세운 다음 흙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불을 덮어줄 때는 먼저 밭에서 1년 동안 살 때 흙에 묻혔던 부분까지 충분히 덮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가식이라고 해도 정식을 할 때까지 며칠 걸릴지 몰라 공을 들여 심었다.
그렇게 잘 가식해두면 언제 심어도 바로 정식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보물인 거북바위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으니 그 옆에 가식해 놓은 슈퍼 약도라지를 혹여 밟을까봐 나무말목을 박아주고 줄까지 쳐놓았더니 근사한 슈퍼 약도라지 텃밭이 되었다.

복사꽃이 텃세를 하지 않고 슈퍼 약도라지를 환영한다는 뜻인지 꽃잎을 흩날린다.
영화 속 한 컷같다.

▲ (슈퍼 약도라지가 심겨질 닥터 비닐통을 만들고 있다.)

급한 농사 일 하면서 슈퍼 약도라지의 정식을 위해 필요한 많은 양의 흙을 확보해야 했고, 슈퍼 약도라지의 집이라 할 수 있는 난방용 닥터 비닐의 조립 등을 준비해 놓고 본격적으로 슈퍼 약도라지를 정식하기로 했다.

▲ (가식해 둔 기간 동안 잘 자라있음을 확인하는 초보농사꾼)

드디어 정식하는 날,
가식한 것을 뽑아보니 그 사이 생각보다 훌쩍 자라 있어서 놀랐다.

슈퍼 도라지를 정식하는 일은  포크레인을 이틀 불러 작업하였다.
흙에 왕겨와 퇴비 등을 썩고 커다란 통 속에 흙을 채웠다.

▲ (흙을 섞는 모습)

포크레인 바가지가 워낙 크다보니 통 입구에 딱 맞지 않아 흙을 퍼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많은 통 속에 흙을 다 퍼담았다.

그리고 가식해둔 슈퍼 약도라지를 캐다 몇 뿌리씩 통 속에 정식을 해주었다.
이제 2년 동안 도라지의 집이 될 검고 커다란 통 속에 들어 앉아서도 싱싱함과 당당함을 보이는 슈퍼 도라지.

검은 난방용 닥터 비닐로 된 통에 도라지를 다 심고 나서 남은 도라지는 초보농사꾼이 일일이 삽으로 퇴비봉투에 흙을 다 퍼담은 다음 슈퍼 약도라지를 심었다.

포크레인이 할 일을 이 폭염이 계속되는 날 몇날 며칠을 그렇게 삽질을 해서 많은 양의 도라지를 다시 심었다.

난 그 도라지들이 더 잘 자라주어야 한다며 농담을 할 정도로 초보농사꾼은 인간 도구가 되어 그 많은 삽질로 흙을 퍼담았다.

그의 노고가 결실로 맺는 날, 난 오늘의 이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으므로....

검은 닥터 비닐통이든 퇴비봉투의 통이든 모두 함께 줄세워 놓았으므로 서로 등을 기대었듯이 잘 자라줄 것이다.

그들에게 흠뻑 물을 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상토를 두껍게 깔아주었다.

당분간 새 집에서 몸살을 할텐데 그때 상토의 영양을 공급받고 태양으로부터 가뭄도 방지하는 등의 이유로 정성껏 두껍게 상토를 깔아주었다.

▲ (어둠이 내릴 때까지 상토를 덮어주었다.)

그 후에 고온에 가뭄이 심했으므로 물을 자주 챙겨 먹였다.
물을 자주 주니 두껍던 상토도 제 자리를 찾았으므로 그 위에 왕겨를 이불처럼 덮어 주었다.

▲ (왕겨 이불을 덮어주었다.)


폭염도 잘 견뎌내고 훌쩍 커버린 슈퍼 약도라지!

통 속의 풀도 뽑아주고, 포대가 줄지어 서있는 중간의 골목길의 풀도 뽑아주었다.
이제 기술센터에서 배운 도라지꽃차도 만들어 보았다.



어떤 것이든 가공은 어떤 실습이든 실습을 여러 번 해보는 중에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 (도라지꽃차를 만들기 위해 바구니에 꽃을 따고 있다.)

바구니 가득 꽃을 따는 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수퍼 약도라지가 다 크려면 아직 2년이 남았지만 어떻게 가공을 하여 상품화해야 하는지, 어디를 벤치마킹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 (도라지꽃차를 만드는중)

며칠 후에 가보니 몇 닥터비닐 통이 몇 개 기울어져 있다.
비가 오고 땅이 물렀다 말랐다 하면서 기울어진 것이다.

이대로 2년을 버텨야 하는데 장마 때도 그렇고 겨울에 땅이 얼었다 녹으면 더 기울어지거나 쓰러질텐데 지금 서둘러 손봐야 한다.

▲ (굵은 지주 파이프를 박다.)

통이 워낙 크고, 그 속에 담긴 흙의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사람의 힘으로 하나의 위치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폭염주의보가 연일 내려진 날, 드디어 초보농사꾼은 엄청 두꺼운 쇠파이프를 땅에 박았다.
저 땅은 잔돌이 많아 굵은 쇠파이프를 땅에 박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쓰러지지 말라고 굵은 하우스 쇠파이프로 지지대를 만들어 주었다.)

지주가 되어줄 파이프를 박았으니 흙부대의 무게를 지탱할 굵은 쇠파이프를 통의 옆구리로 지나가도록 가로질러 고정시켜야 한다.

비닐통의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니 기울어지거나 줄에서 삐뚫게 놓여진 것을 바로 세우는 일은 세 명이 달라들어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세 명이 뙈약볕에 씨름을 해서 지주와 지탱할 파이프까지 얹고 쇠고리로 묶어주고 나니 온몸에 땀샤워를 했지만 이제야 안심이 된다.

사과밭 옆의 위치한 도라지 집에도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제 슈퍼 도라지는 초보농사꾼의 발소리와 무럭무럭 잘 자라달라는 우리 부부의 응원가를 들으며 잘 자라줄 것으로 믿는다.

어둠 속에서 보라색 도라지꽃이 어여 집으로 돌아가라고 수고한 농부의 등을 떠민다.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 배동분 : 2000년에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로 귀농하여 낮에는 농사를 짓고, 가공에 힘쓰고 있으며, 밤에는 글을 짓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 <귀거래사>가 있다.

 


배동분  sopiab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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