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부친에게 건강한 간 선물한 이진영군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처음 병원에 들어설 때부터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마음뿐이어서 전신마취를 할 때도 겁나지 않았어요."

급성 간경화로 생명이 위태로운 아버지를 위해 18시간의 수술을 이겨내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간 일부를 다시 부모에게 돌려드려, 울진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 이진영 군(울진고 3학년).

진영군이 10여일 전부터 울진집에서 요양을 하다가 11일 첫 등교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영군에게 인터뷰 요청 전화를 하고 저녁에 집으로 찾아갔다. 기자가 숨을 헐떡이며 아파트 5층까지 올라가자 발소리를 들었는지, 문 밖에 진영군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약간 마른 몸매에 안경을 낀 진영군은 아직 걷는 것이 고통스러운 듯, 손으로 수술부위를 감싸고, 허리를 구부정한 채로 걸으면서 거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힘들어 보이는 걸음걸이로 냉장고로 가더니 음료수 한 병을 꺼내어 기자에게 건네 주었다. 순간 코끝이 찡했다. 말처럼 쉽지 않은 신체 일부를 떼어 아버지께 드릴 수 있는 효심과 용기에 이미 진영군이 남달라 보이는데, 아픈 몸인데도 음료수까지 직접 건네는 그의 따뜻한 마음때문이었다.

진영군은 먼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번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도 돈 많이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진영군 아버지 이창근(45세)씨의 건강이 나빠진 것은 3년 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술, 담배를 끊고 보약을 몇 번 복용하며 지냈는데, 2년 전 울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수일 째 비상대기하면서 밤낮 없이 산불진화작업으로 인한 과로로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해 여름 근무 중에 직원들과 함께 식혜를 나눠 마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으나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씨만 식중독 증상이 있었고, 다음날 출근했다가 상태가 악화되어서 울진의료원에 입원했고 배에 복수가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서 복수를 빼고 울진에 내려왔지만 배에 복수 차는 것이 몇 번 반복되다가 결국 급성 간경화로 이어져,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씨의 동생이 조직검사를 받았지만 맞지 않아서, 아버지와 조직이 일치한 진영군이 어머니와 주위의 친지들을 설득해서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고, 진영군 18시간, 아버지 40시간의 사투 끝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진영군은 아버지에 대해 "성격이 꼼꼼하시고, 남과 말씀 나누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정이 많으시고 남 도와 주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하면서 현재 상태가 좋지 않은 아버지 걱정 때문인지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또한 진영군은 아버지가 처음 아팠던 그 날부터 간이식 수술을 한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어머니가 안쓰러워 하신 것과 잠도 못 주무시고 가슴 아파하셨던 것"이라고 말하며 아버지와 자신에게 보여준 어머니의 사랑에 고마움을 표했다.

진영군은 앞으로 몇 번 더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한달 정도 지나면 간이 원래의 상태로 복원되고, 곧 건강한 예전의 모습으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잘못 될 수도 있는 수술실 들어갈 때도 무섭지 않았는데, 평소 아무렇지도 않던 밤이 무서워졌어요. 아침에는 몸이 괜찮은데 밤에는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라며 아직 어리광을 부리는 또래의 모습이 되다가, 지금 후회가 없느냐는 기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후회는 눈곱 만큼도 없습니다. 자식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내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금, 텔레비전 드라마나 뉴스로 전해만 듣던 자식이 부모에게 신체 일부를 떼어 드리는 효를 가까운 울진에서 보고 있다. 낳아주신 은혜와 길러주신 부모님의 사랑을 점점 외면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같은 울진 하늘을 보고 같은 울진 땅을 밟고 살아온 진영군의 효심을 보면서, 살며시 우리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자. 거울에 비친 부모님에 대한 나의 모습은 어떤지…?

도움 주실 분: 농협 795-02-169858 (예금주: 이창근)
저작권자 © 울진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