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오덕훈 카톨릭농민회 상주봉광분회장

「농업위기 극복과 우리 쌀 지키기 순례기도단」의 일원으로 11월6일 울진을 방문한 한국카톨릭농민회 상주봉광분회 오덕훈(47세)분회장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WTO, 한국-칠레자유무역협정(FTA) 등에 관련된 입장을 들어보았다.

△ 최근의 무역협상이 울진,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 농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이미 쌀농사는 파탄을 맞이하고 있다. 칠레는 세계 과일 생산의 수위를 차지하는 수출대국인데 한국-칠레무역협상으로 인해 복숭아, 사과 등을 재배하는 많은 과수 농가가 피해를 볼 것이다.

△ 칠레의 과일이 한국산과 비교해 형태와 맛이 똑같지 않는데도 그런가?

▲ 몇 년 전 헐값으로 밀려들어온 오렌지로 인해 귤 재배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들이 귤을 외면하고 대체 과일인 값싼 오렌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귤뿐만 아니라 사과, 배, 감 등 다른 작물도 연쇄적인 대체소비로 인해 값이 폭락했었다. 여기에 더해 타격을 입은 농가들이 특정 작물로 전환하게 되면 그 작물마저 시장에 넘쳐나는 결과가 생겨 또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면 국내산 포도만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대신 공산품 수출이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봐서는 별 손해가 없는 것 아닌가?

▲ 물론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농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오류다. 농업은 국가안보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전 국민의 생존이 농업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농민이 농업을 포기한다면 지금의 석유처럼 불안한 자원이 돼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무역수지흑자만을 염두에 둔 일련의 무역협상으로 인해 농민의 가계가 파탄나고, 빈부격차와 계층격차가 가중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으로서의 농업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을 가진 농업을 다시 봐주길 바란다.

△ 농업의 심각성에 비추어 울진에서는 이와 관련된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 같다.

▲ 울진의 농․어업인들이 한-칠레협상의 위험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되는 농수산물수입개방으로 인해 한국의 농민단체가 전체적으로 무력감에 빠져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울진의 농어민단체들이 다시 일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힘차게 내주기를 바란다.

△ 울진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 수입개방 문제가 지금은 농업, 농민의 문제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농업 지키기 운동”은 농업인인 우리만 잘 살자는 운동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식량안보가 달린 문제이니 만큼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참고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지난 10월24일 타결된 것으로 한국산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 텔레비전, 에어컨 등 칠레 수출 주요 공산품이 무관세를 받게 되는 반면 칠레산 배합사료, 밀, 양모, 토마토 등이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이번 협정에서 쌀, 사과, 배 등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포도에 대해서는 계절관세를 적용하되 10년 안에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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