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신 (행정학박사 / 신한종합가스충전소 대표)

우리는 개혁을 논하지 아니하면 구시대적 인물로 낙인 찍히거나 아니면 수구적,또는 보수적인 인물로 치부되기 쉽상인 ‘개혁의 년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지대함을 반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에 대한 압력과 갈망,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적 활동이 폭증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생활과 이· 불이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정개혁의 중요 사례들을 언급 하고자 한다.

▲관료조직의 병폐인 무사안일주의

인.허가 및 민간의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대한 규제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때문에 수정. 보완 되어야 할 법령· 조례들이 발견되어도 규칙적용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수정·보완되는 경우는 드물고 느리며,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규정의 비현실성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방치한다.

오히려 현실성이 없는 규정에 대해 특정 공무원이 이를 수정하려 들면, 십중팔구 동료들로부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느냐’는 핀잔을 듣게되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자격증 소지자 선임을 필수로 하는 업체에서 대부분 자격증만 대여하는 규정 위반 사례를 바로 잡으려는 공무원이 있다면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요령도 없고 융통성도 없는 사람’으로 평가 받게 마련이다.

또 행정활동 영역에 새로운 시도를 도입하는 행위는 동료들로부터 평지풍파를 만드는 일로 매도되거나 ‘가만히 엎드려 있으라’ 는 충고를 받기 마련이다. 부서 내에 말썽이 나게 하고 시끄러워 지게 하는 것이 동료들에게 가장 몹쓸 짓을 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일임을 알고 고치고자 하는 공무원이 있더라도 거의 동료 또는 상사의 압력 때문에 덮어두는 것이 ‘너 위하고 나 위하는’ 처신으로 지각되고 있다.

선례를 깨는 것은 오로지 조직의 수장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관행의 개선과 개혁은 위에서 내려올 때만 못이기는 척 따라가 주는 대상이다. ‘좋은 게 좋은 것’ 이라는 생각이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따지는 사람’은 ‘골치 아픈 사람’ 이다. 그러므로 따지는 사람은 동료들로부터 ‘독불장군’ 이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따돌림을 받게 된다. 이른바 ‘집단 따돌림’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로 한 번 따돌림받게 되면 동료들과의 사적 관계가 소원해 지고 계보에 끼어들기가 어렵다.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중요시되는 사회 우리나라 관료사회에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누구와 친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개인의 입신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고있다.

학연과 지연 등으로 개인적 친분을 두텁게 할 수 있는 상위직급의 공직자와 연결되면, ‘줄이 닿는다’고 표현한다. ‘줄서기를 잘해야 출세한다’는 표현이 상식으로 통한다. 한국 관료제에서(많이 개선은 되었지만) ‘독불장군은 출세할 수 없다’는 애기는 흡사 진리처럼 통용된다. 어떤 계보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 보호자가 필요하다. 기댈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 TK출신이니, PK출신이니, 어느대학 출신이니 하는 것들이 중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에서 ‘낙하산식 인사’, ‘파행적 정실 인사’ 라는 기사를 종종 대하는 것도 이러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하관계에서만 개인적 연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평적으로 다른 부서, 또는 유관 기관과의 업무협조를 받을 때에도 학교 동기나 선후배, 또는 출신지역 선후배가 필요하다. 아니면 같은 조기축구회 회원쯤이거나, 친목계모임이라도 함께하는 관계쯤은 되어야 업무협조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다. 타 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할 때에, 그 기관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먼저 찾는다. 그러한 문제 해결방식은 경험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행정업무 수행에서 개인적 연계는 단순히 행정조직 내부의 관계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관청에 일을 보아야 하는 민간인들도 사적인 친분관계가 있는 공무원을 찾아야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무원과 민원인과의 관계에서도 법 집행에 있어 지연, 학연 및 개인적 친분 관계에 따라 편향적이고 불공정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허다 하다. 이러한 때에 5월 19일부터 발효된 ‘공무원 행동강령’ 이 행정개혁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행정편의적 행정 모름지기 공무원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그 신분과 직위가 유지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민을 위해 무한봉사를 해야함에도 불구, ‘관 편의적 행정’ 의 행정 지도와 임기응변적 대응만이 능사로 자리잡고 있다. 목전의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편리한 방법만을 선택하려 들고 군림적. 하향적 행정행태 즉 관존민비 사고를 탈피하지 못한 가운데 행정관리의 성향은 집권적이고 지위중심적이며 군림적인 하향적 행정지도 행태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피 할 수 없는 개혁의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행정개혁일 것이며, 이를 실현할 때 국민을 위한 서비스의 개발과 증진, 사회정의의 회복과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민주사회의 완성, 규제완화와 합리화를 통한 민간 자율성 창달 및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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