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내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고향 나들이 길에 올랐다. 언제 보아도 느낌이 좋은 우리 고장 울진의 산천이다. 푸른 산, 맑은 물에 하늘까지 파란색이니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모처럼 찾은 고향은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고향의 요즘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해준다. 떠나 있어도 고향에서 오는 신문은 빼놓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낯선 소식은 별로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핵 폐기장 시설 선정 문제로 주요 일간지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던 고향소식을 보면서 혹시나 군민들의 민심이 분열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했었는데 고향의 분위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온한 것 같아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군민들의 노력이 정책에 반영되어 현실로 나타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군민들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나면서 군도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문제가 풀려 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군민들도 그 동안의 응어리들이 어느 정도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얽혀있던 문제들이 하나 둘 풀려가는 이면에는 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열심히 싸워 온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 단체들이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띠를 두르고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우리 울진의 정체성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묵묵히 노력해 온 단체도 있었다.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가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찾아내 이를 세상에 알리고 제대로 보존하려는 노력들이 바로 그것이다.

울진역사연구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낸 이런 성과는 비록 현안문제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너무나 의미 있는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단체들의 활동은 비록 각각 그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들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대립과 반목의 앙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여전히 인식의 차이가 있다. 모든 분쟁은 이렇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에 충실하다 보면 가끔은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기본적인 보편성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이를 집단 이기주의라고 부른다.

이제 우리는 집단 이기주의를 배격하고 군민들의 뜻을 한 데 모아 단합을 도모해야 하는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제는 모든 군민들이 대화합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간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고 통합의 주체는 군 정부가 맡아야 한다. 군 정부에서 하는 일을 간섭하고 문제를 삼기보다는 군민들이 힘을 합쳐 군 정부에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협조자인 셈이다.

그 첫걸음으로 군민들의 마음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군이 주도하는 범 군민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전 군민이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그 구호 아래 대동단결하여 작은 집착에서 벗어나 각계각층이 폭넓게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화합을 도모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제 공은 군 에게 넘어간 셈이다.

이 땅에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는가. 이웃과 더불어 사는 풋풋하고 인심 좋은 내 고향의 정서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 푸른 동해바다는 어제처럼 여전하다. 우리 모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정이 넘치던 화합의 옛 기운을 다시 느껴보자.

............장원섭은 1957년 북면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역사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세중옛돌박물관 학예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용인송담대학과 강남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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