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을 통해 본 합리성과 생산성

무한경쟁․무국경의 지구촌 시대, 세계화와 지방화가 어우러지는 세방화(glocalization)의 시대에 있어서 합리성(rationality)과 생산성(productivity)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존중되어지는 덕목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어지는 오늘날, 고향 울진은 지역고유의 문화, 한국고유의 전통성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지역이기에, 이를 잘 활용한 속담전략적 대처방안의 모색은 그 의미가 매우 클 수 있을 것이다.
속담은 오랫동안 그 민족이나 그 사회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오늘날까지 그 타당성이 인정되어 온 살아있는 민족문화의 지혜이다. 그것은 과학처럼 체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前科學的인 단계의 것으로서, 보편적인 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과학』에 가깝고, 감성적인 것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경험』에 가깝다. 이러한 속담은 前代敎育에서 일종의 교재였으며, 옛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탄생시켰다.
속담을 통하여 경제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합리성에 대하여 살펴보자. 합리성이란 일단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일관된 노력이다. 끊임없는 선택의 딜레마에서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조상들은 어떤 소비방법으로 합리성을 추구했을까? 동일한 가격의 상황이 주어졌을 경우 그들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같은 값이면 과부집 머슴살이’, ‘같은 값이면 검정소 잡아먹는다’, ‘같은 값이면 처녀’, ‘같은 새경이면 과부집살이’와 같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지혜를 찾아냈다. 더욱이 각각의 재화를 소비해 나감에 있어서 각각의 재화소비를 증가시킴에 따라,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 ‘흉년의 떡도 많이 나면 싸다’, ‘듣기 좋은 노래도 장 들으면 싫다’, ‘말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 많으면 장맛도 쓰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많다’, ‘싫은 매는 맞아도 음식은 못 먹는다’, ‘역마(驛馬)도 갈아타면 낫다’, ‘술취한 후에 한잔을 더함은 없는 것보다 못하다’, 고 함으로써 관련 재화를 한 단위씩 추가적으로 소비함에 따라 거기서 얻어지는 만족정도가 점점 줄어드는, 즉, 한계효용체감원리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적게 먹으면 약주(藥酒)요, 많이 먹으면 망주(妄酒)다’, ‘작게 먹고 가는 똥 누지’, ‘작작 먹고 가는 똥 누지’, ‘음식은 반드시 삼가고 절제가 있어야 한다’, ‘모든 음식은 마땅히 알맞게 먹고 뜻에 쾌하게 하여 기(氣)를 상하게 하지 말라’, ‘입에 맞는다고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마음에 쾌적한 일이라고 하여 분에 넘치지 말라’, ‘분수에 넘친 생각은 헛되이 정신을 상하게 할뿐이며, 하망한 행동은 도리어 화만을 부르게 된다’라고 함으로써 한계효용균등의 원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해나갈 것을 제시한다.
한편 모든 재화 생산에서 기준으로 삼는 생산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같은 양의 생산요소로서 더 많은 재화의 용역을 생산하거나 적은 양의 생산요소로서 같은 양의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생산성 증가의 경우에 대하여 先人들은 ‘곤쟁이(곤지)주고 잉어 낚는다.’ ‘보리밥알로 잉어 낚는다.’ ‘새우 새끼로 잉어 낚는다.’ ‘한되 주고 한섬 받는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등 다양한 생산성 극대화의 묘안을 발견해 냈다.
반면에 생산성의 감소를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투자나 비합리적인 생산성 상황에 대하여 그들은, ‘기름을 엎지르고 깨를 줍는다.’ ‘노적가리에 불붙이고 튀각 주워 먹는다.’ ‘노적가리에 불지르고 싸라기 주워 먹는다.’ ‘노적심에 불 붙혀놓고 박산 주워 먹는다.’ ‘집 태우고 못 줍기.’ ‘집태우고 바늘 줍기.’ ‘한 냥짜리 굿하다가 백냥짜리 징 깨뜨린다.’ ‘한 푼짜리 푸닥거리에 두부가 오푼’ ‘헌 분지 깨고 새 요강 물어준다.’ ‘재산을 잃고 쌀알을 줍는다.’ ‘계(契)타고 집판다.’ ‘돼지 값은 칠 푼이요, 나무 값은 서 돈이다.’ ‘한 냥짜리 장설에 고추장이 아 홉 돈어치라.’ ‘떡도 떡같이 못해 먹고 찹쌀 한 섬만 다 없어졌다.’ ‘떡도 떡답게 못해 먹고 생떡국으로 망한다’. ‘물장수 삼년에 궁둥이질만 남았다.’ ‘놀던 계집이 결판이 나도 엉덩이 짓은 남는다.’ 라고 표현한다. 더욱이 생산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고 오히려 손해만 뒤집어 쓴 상황에 대해서도, ‘개구멍에 망건(網巾)치기.’ ‘게 잡아 물에 놓았다.’ ‘내 것 주고 뺨 맞는다.’ ‘내 것 잃고 내 함지박 잃는다.’ ‘모래 위에 물 쏟은 격.’ ‘못먹는 잔치에 갓만 부순다.’ ‘빚주고 뺨 맞는다.’ ‘죽 쑤어 개 바라지한다.’ ‘죽 쑤어 개 좋은 일한다.’ ‘중놈 돼지고기 값 치른다.’ ‘객주(客主)가 망하려니 짚단만 들어온다.’ ‘어장이 망하려면 해파리만 끓는다.’ ‘밀가루 장사하면 바람이 불고, 소금장사 하면 비가 온다.’ ‘북어 한 마리 주고는 제상 엎는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 등으로 비생산성을 강하게 경계한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속담은 경험주의를 극복한 산물로서, 삶에 있어서 경험이 제일이라든가 또는 이론 따위는 쓸모 없는 일에도 경험은 유용하다고 하는 지위를 능가하고 있다. 감성적이면서 속담이 인생의 『엣센스』라든가 경험의 『결정』이라든가 혹은 대중의『영지』라고 하는 것은 경험주의를 초월한 지적 재산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 합리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울진인, 울진군의 정책적 기조가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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