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전이 본격화 될수록 각 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노력 또한 매우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선거사를 보면 대부분 타락과 부정, 금권과 지역감정이 뒤섞인 혼탁한 양상을 보여왔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돈봉투가 건네지고, 각종 흑색선전과 루머가 난무하였고, 소지역주의가 판을 쳤다. “당선되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후보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 임했고, 유권자들 역시 여기에 편성해 표를 던져 왔다.

확실히 선거과정에서의 돈과 연고, 유언비어와 소지역주의는 후보자의 당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후보자 선택의 기준

최근 우리나라의 중앙정치는 가장 후진적이라는 혹평을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후보자가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 인격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후보자가 돈과 연고, 유언비어 그리고 소지역주의에 의해 표를 사다보니 새로운 정치는 애당초 기대할 순 없게 된 것이다.

무릇 대의민주정치는 국민들에 의해 뽑힌 대표자가 국민을 대리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제도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자 대리인이며, 국회는 이러한 국민들의 대표자가 모여 국가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을 발굴하고 진지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해결책을 강구하는 장(場)인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는 무엇보다 먼저 기본적인 인격(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표자에게 인격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선진국일수록 보다 엄격하다. 미국의 경우 현직 의원이 대학 다닐 때 졸업논문을 남의 것을 베껴 썼다고 해서 사회문제가 되어 의원직을 사퇴한 예가 있다. 우리의 경우 서구민주국가에서와 같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병역사항, 납세실적, 전과여부, 재산축적과정 등은 공개되고 또한 심판받아야 한다. 다행히 후보자의 자격과 도덕성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주민들이 충분히 어떻게 알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그리고 후보자의 전문적인 식견, 즉 정책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다방면에 걸친 국민적 관심사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적 능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느 후보가 정책능력을 갖추었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후보자의 정책능력은 후보자의 과거의 경력과 업적 그리고 공약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약의 경우 해당 공약이 누구를 위한 공약인지, 해당 공약이 얼마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볼 것을 권한다.

유권자가 정치를 개혁한다!

근래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는 이젠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권자들 역시 혈연, 학연, 지연 및 돈에 의한 투표성향을 나타내고 있고, 특히 좁은 지역에서 다시 “네 동네, 내 동네”로 가르는 소지역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중앙정치의 폐단과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유권자들은 그러한 문제인물을 대표자로 선출하는 정치적 파라독스(paradox)를 나타내 보인다.

최근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낙선자운동”이니 “정보공개운동”이니 하는 것들은 연고, 돈과 소지역주의에 기준해서 공직자를 선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소문, 의혹 등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투표권을 행사하자는 의미도 더더욱 아니다. 다름 아닌 후보자의 인물과 도덕성, 그리고 정책능력을 보고 제대로 된 국민의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도대체 시민의 대표가 될 자격조차 갖추지 않은 사람을 금전이나 혈연, 학연 그리고 소지역주의에 휩쓸려 뽑아준다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각종 선거제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황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유권자들의 각성과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때이다. 어느 후보가 도덕성을 갖추고 있고, 전문적인 식견을 지니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철저히 후보자의 자질과 전문적 정책능력을 보고 표를 찍자.

...... 동우대 행정학전공 교수, 행정학박사, 울진읍 대흥리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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