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서울 남산의 한 아파트를 폭파시킨 적이 있다. 거대한 아파트를 폭파시킨 이유는 다름 아닌 남산의 자연경관을 헤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건물을 짓고 또 철거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임은 물론이다.

"잠 못 드는 시애틀의 밤"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시애틀은 아름다운 숲 속의 도시로 유명하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숲 속의 시애틀을 보기위해 찾아들고 있다. 원래 시애틀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당국과 지역대표, 전문가,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지가도 높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세계에서 가장 쾌적하고 아름다운 숲 속의 도시가 되었다.

최근 무분별하게 구상, 추진되고 있는 개발양상들을 보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저기 호텔과 유흥시설이 들어서고, 고층 아파트가 생기고 호화저택이 들어서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자율과 분권, 그리고 개발분위기에 주변자연은 황폐화되고 있다.

그런데 20-30년 후 울진원전이 문 닫고 난 후의 울진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온갖 흉물스런 앙상한 건물들로 가득 찬 폐허의 광산도시, 태백시를 닮지나 않을까 저으기 염려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이젠 지역개발이 진정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또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물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아울러 개발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선 지역의 생태적 특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개발계획으로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용도지역지구제를 통해 지역마다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짓고, 도로는 투수형 포장을 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체계를 확립하며, 가능한 한 푸른 녹지대를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도심공원을 조성하고, 주택옥상과 벽면을 녹화하고, 하천과 호수는 자연형으로 조성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및 재활용을 강화하고,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를 만들며, 주민들 스스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가는 등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지역자원과 문화재, 유적 등을 절대 보존형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소도읍육성사업은 ‘녹색울진’ 건설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외향적 팽창에 급급하기보다 고밀도형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벽돌건물들을 보면서 조만간 우리 지역도 20세기 서구선진국에서 실패한 경험들을 고스란히 답습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아무런 비젼도 없이, 체계적인 계획이나 방향도 없이 전근대적인 공간잠식형 개발에 다름아니다. 특히 도시의 지나친 평면적 확산을 막기위해 용도지역지구제의 강화, 개발제한구역의 확대, 교외건축의 고도제한 등의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사람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는 나무와 숲이 주는 효과가 크다. 숲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잇점을 가져다준다. 환경행정이다 환경운동이다 하는 거창한 얘기들은 다름 아닌 숲을 조성하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개발로 숲을 파괴한 만큼의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필자는 고향 울진이 숲으로 뒤덮인 숲속의 도시로 가꾸자고 주장한다. 숲 속의 울진, 한번쯤 상상해 보시라! 모양없는 벽돌 건물들로 즐비한 황량한 도시보다 아늑한 숲속의 도시가 우리들 및 우리의 후손들에게 몇 백배 낫지 않은가. 특히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파괴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관광객 감소는 물론이려니와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이 빈곤에 빠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동우대 복지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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