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하기 그지없는 죽변 장날 풍경

울진장날 다음날인 죽변시장에는 도대체 장사꾼이 얼마나 올 것이며 장보러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속에 죽변 5일장에 가시는 외지 장사꾼의 차에 얻어걸려 시장을 찾아보았다. 한산한 시장 분위기에 한 숨만이 토해져 나왔다.

 

-어머이요! 어디서 오셨니껴?

-온양서 왔니더만은 만데요! 미역 한단 골래 보소 지방꺼라 마신니더.

-글쎄요... 울진장하고 비교해보러 왔니더만 장인데도 별로 분잡하지는 않네요.

-말마소 어제 울진자아 가지고 나갔던 미역 그대로 갖고 나왔니더. 이래 장사 안돼 우에 사니껴.

 

정말 귀가 막힌 노릇이 아닌가 싶어 한숨지을 때 그나마 시장의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평소 잘 아는 할매 옆에 정겹게 한 움큼 건빵을 편 상에 내려놓는 할머니 웃음으로 분잡하다.

 

-에이고 성님요, 장에 만데 이래 나와 뻐찌라이 앉아 있니껴?

-마할여편네 지랄도 언제는 않나와 있더나.

-오늘 지가 우찌다가 머리치장 함했다고 막걸리 한 대빡 산다니더(미역파는 어머이소리다) -지가 몬 도이 있나 차비밖에 없을꺼로.

-몬소리요 성님요 기다레보세이 내 한 주발 사올테꺼네.

-근데 감자까래 파라가꼬 모자리면 성님좀 보티세이(캐캐묵은 감자가루 아니길 바란다.)

-어와 지랄도 내가 수로 먹나 만데 내는데야 지 쳐 먹고 싶어 발광 하네야. 허허!!

 

바삐 어디론가 달려간다. 어느새 헐레벌떡 하며 다녀온 할머니 손엔 생새우 몇 마리.(참말로 귀가 막힌다.)

 

-어디서 쪼 왔노?

-어와야! 모가 내가 쪼 와요 시장 문 앞에 파는 거 얻어왔지 헤헤...

-어이 보게 동상 이걸로 막걸리 안주 한다네 갓잖에 말이 안나오네.

-여 간빵도 있고 이거면 닥사이 시더 고마

-됐다마 나는 안주 부실하면 안마신다. 치와뿌라 딴거 가온나(살짝 삐죽이신다 재미로)

-성님도야 똥개 훈련시키네야 참말로. 아무꺼나 잡수소와 모처럼 머리치장했다고 내가 한턱 쏘거만은 별 시럽게 왜 이리노야.

-이제 다 늙어 빠졌는데 먹는거라도 잘머야지야. 우리 정제 들어가면 음료수 어제 먹고 남은거 개락이다 가 나온 나 보자.

-모로요 나도 여다 두나치나 요다 놨는데 오데 가뿟니껴.

-자네가 언제 그다 놔나야 들고 가디 어디다 쳐 에뿌러 놓고 왔는고.

-달구지 성하이꺼네 아깨 갔던데 가보고 오게 거다 놔 두고 왔는동 지꺼무 답답다.

 

한 사발 약간 된 젊은 손아래 데리고 노자니 한심하고, 무시하자니 정이 붙고 어쩔 줄 모르시는 백발 할머니의 옆주름으로 숨은 미소가 마냥 흘러나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머리치장 할머니는 어디에서 무슨 안주 구하느라 아직 나타나지 않을까? 아님 고마 집에 가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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