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호떡 포장마차에서 새나온 얘기

구수한 된장찌개가 딸려 나오는 2천원짜리 보리밥이 먹고 싶어서 시장 새마을레스토랑으로 가는데, 호떡포장마차에서 할머니 세분이 나누시는 재미난 얘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 보게 거기 탕깨에다가 짐나는 오뎅 국무로 한 개 떠 주게.

- 글시더. 뜨뜨한거 농갈래 먹시더마.

- 언제 이래 만나가지고 머 보는가.

- 맞니더. 머면 얼마 먹는다고 오늘 요기 시다이 하고 가시더마. 자요 여있니더.

(풀빵을 하나 집어 설탕을 팍 묻혀 손윗사람 입에다 넣어 드린다.)

- 자네도 먹게 자꾸 내만 챙기지 말고.

 

그 사이 주인아주머니가 어느 시장에서의 젊은 새댁의 얘기를 꺼낸다.

 

- 호산 장날에 사과 파는 어마이인테 와서는 글쎄... 사과로 1상자 산다고 2만원 선불주고 버스로 아들이 타지 학교 가는데, 생활비 쥐카 보내야 된다면서 시간이 없어 먼저 보내주고 농협 가서 돈 찾아 올 테니 10만 원만 우선 빌려 달라 하더라니더, 쌩판 모르는 여편넨데.

- 들어나 마나세. 보이 토꼈꾸만은. (젊은 할매의 예리한 감각이다.)

- 글케 마시더 끝까지 들어보세이! 고마 이 어마이가 모가 씨엔는동 안팔리는 사과 한 상자 챙겨노란 소리에... ‘어이 여있네’ 하면시로 ‘빨리 아 보내고 오게’하며 줬다 하잖니껴! 그리고는 고마 안오더라요. 그런 망할 여편네가 어디 있니껴 글쎄... 세상 참 무섭디더 그 소리 들어이꺼네.

- 십만원 고마 홀딱 날렸네야. 얼마나 속상했겠는고 쯧쯧... 나쁜 년 천벌 받을 년 그년은 어디가도 죄 받고 사네.

 

연신 입에 꾸역꾸역 넣어시던 할매가...

 

- 여 오면 입맛대로 멀세. 오늘은 날씨가 뜨가서 잘 안팔릴따 만은 추워지면 이제 노날따.

- 5백원씩 더 내가지고 저 꼬재이도(오뎅)먹세. 풀빵하고 붕어빵오 좀 더 내놓게.

- 이래 머면 인제 마 짝하니더.

- 성님네는 나락은 다 벳니껴?

- 몰세. 전번 비바람 치고 날릴 때 나락오 진조시 내 놨잖가. 일으킬 일손이 있는가. 나 몰따 하고 있었디 할바이가 누구네 거들어주고 기계 데려와 다 벳는 모야이데.

- 얼마있다 성님네 누가 잔치라메요?

- 우리 조카며늘 본데는 못가고 그 쪽에 갈똥 아직 몰세.

- 아고 이제 고마 일나시더. 배가 터질시더 얼마 먼는동.

- 그리세. 담에 또 보세. 모타고 간고 자네는.

- 차 시간도 멀었는데 마 나는 걸어갈시더. 성님네들 가시데이.

- 어이 가세. 담에 또 보세 얼른가게.

 

내 보리밥 생각은 어디 간데없고 할머니들의 짧은 정겨운 자리에, 10만원짜리 남의 아픈 사연을 들은 것이 조금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서로가 아파해주는 모습을 보며 아직은 우리 동네만큼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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