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1리에 사시는 두 어른 내외분이 김장할 배추를 씻는 아름다운 모습에

정림1리에 사시는 두 어른 내외분이 김장할 배추를 씻는 아름다운 모습에...

-이 추운데 그랑 한대에서 배추 씩니껴.

-그래도 우이니껴 집에 상수도에서 씩꺼이 답답해사서 나와 씩니더 흐르는 물도 깨끗코 만개 편니더.

-그렇네요! 두 분이 너무 정겹고 보기 좋아 사진 한 판 찍어 드리려고요.

-다 늙은거 찍어 모 할라꼬요! 어디 내 주니껴. 하하 글탐 잘 찍어보소. 허허 젊은 양반.

-그냥 저가 찍고 싶어서요 하하하...!

 

토요일 바깥 날씨는 그리 따뜻하지도, 예리 할 만큼 쌀쌀하지도 않은 날씨에 모처럼 자전거에 올랐다. 덕구온천 주위에 맛난 것 먹는다는 기분 좋은 맘으로 내리 부는 바람을 가슴에 안은 체 페달을 힘들게 밟고 가는 도중 시야에 들어온 풍경이다.

 

-두 분이 사시는 것 같은데 이리도 많이 합니까.

-우리만 먹니껴 밖에 아들네들 딸네들 보내 주고 영감 할마이 둘이 멀꺼 좀 놔두고 글치요.

-아들 딸래미들 팔자 폈다 그치요.

-우이니껴 자식들이라고 객지에서 먹고 산다고 바삐 회사 댕기는데 김치 담굴세 있겠니껴. -농사도 짓잖아요.

-우리 멀꺼만 쪼매 짓고 있니더. 아직 움직꺼릴 수 있으이 만파이잖니껴.

-집에는 김장 담갔니껴.

-아 예. 어쨌든 맛있게 담구시고요 두 분 건강하시니 좋으시네요! 저는 이만 갑니데이.

-예 얼릉 가시소 덕구까지 갈라면 채럼 멀었는데. 세사 자전거 타고야 젊으이 좋니더.

(콧노래가 괜히 흘러나온다)

-“흰머리에 먹칠하고 빠진이에 박씨박고 아에타에 놀러가세나 ♬♬~” 어느 날 할머니들께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부르시던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도 모른 체 신나게 밟고 올라갔다.

(중당을 지날 무렵 길가 한 모서리에 풀썩 주저앉아 있는 취기가 있는 할아버지 모습)

-할아버지 이 위험한 커브 길에 이리 앉아 계시면 우입니까. 정강이는 왜 그래요.

-조짜 커버마리 막 도는데 지차로 막았다고 어떤 니나가 내리디 삿대질 하고 욕오하기에 귀통배기로 눈알이 빠지도록 바사뿌띠, 이 젊은게가 초때삐로 두 까뿌래 가지고 이리 다 까엤잖어. 그리고 어디로 갔는동 마할노무 새끼가.

-인 니나들이 어른을 이랬뿌고 갔단 말이래요. (참 속상했다. 진짜 걸리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절대 지방에 아들들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집은 어디신교.

-집도 절도 없으니 신경 말고 어서 가든 길이나 가뿌소. 내사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니.

-허허 할아버지도 참! 알았고요 조심히 다니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갑니데이.

(지방어른인듯 하였으나 누군지 끝까지 챙겨드리진 못했다. 지팡이 하나에 조그만 보쌈 하나 어깨에 메고 일어서시는 할아버지의 세월이 눈시울을 찡하게 했다.

“새끼 백발은 쓸고지 있고, 사람백발은 쓸고지 없네” (인간이 늙으면 아무짝 쓸데없다는 얘기인지라)의 구절이 많은 생각을 떠올려 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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