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장날을 맞이한 울진시장의 소리

-이보래 나로 영감한미 소개시케주던동 아니면 시집오 보내 주던 동
-어와야 참말로 다 늙어 빠져가지고 못할 소리 없네야 허허 참네
-지랄도 이여편네바래이 요새 어느 세상인데 우떴는가
-아고 몰다 고등어 한 통베기 얼릉 사러 갔다오꺼이꺼네 요 있게

두 할머니의 입씨름에 고기 배 따는 아지매는 감추는 웃음을 짓는다. 그리하여 한 모퉁이의 시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라 마냥 훈훈하다.

-이보래요 사까리 달사하이 발린 간빵파는데가 어디 있었잖니껴
-호호호...! 할머니 요즘 그거 보기 힘들든 데요 슈퍼에 가면 건빵이 있기는 있던데
-아이 그건 시레 손주 놈이 사왔는데 머 보이 안꾸도 아이래 싱가
-할머니 그거 사다가 집에 가셔서 꿀하고 설탕하고 버무려 튀겨 드시면 되는데
-맞는가 그리 해봐야겠네만은

멋쩍은 미소로 새댁의 손을 툭 치시고 얼른 가라는 시늉을 하시며 발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는 또 어디론가 살피러 가신다.


-형님요 말시더 요전앞세 철이 어마이가 돈 꼬간거 봤지요
-어이 3천원인동 5천원인동 꼬 갔잖가 만데
-그케 그게 마시더 돈오 꼬가디 안주잖소
-만데야 안 꼬갔단가
-그래 말시더 돌라하이꺼네 모라한줄 아니껴 전번 자에나왔을때 조따하잖니껴 그 마할노무 여편네가 죽에뿌고 싶잖니껴
-그 여편네 천서이 지랄이래 아무짝에도 써멀때 없네 고마 잊어뿌리게 그 깐거
-세사 난 그런 여자 첨 봤니더 잊어뿌래야지 우이니껴 때려잡소 우이니껴

장사가 안 되어서인지 어느 구석에나 후후랄라 잼나는 일 찾아보기 힘들다 남을 헐뜯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을 깨우쳐주는 소설일 것이다.

또 한편에는 며느리 흉본다.
-멀꺼 안사준다고 곤조 불러봤자 요새 며느리들 눈도 깜짝않네
-성님요 거짓뿔도 자꾸 하면 느니더 고마하소 그 집 며늘 얼마나 잘 하더라만도
-니가 모안다고야 말마래 내가 더 알지 (심술통 할머니의 이유없는 심술이 역력하시다.)
-나는 고추로 담아 이고 오는데 고마 소코리가 멀거이 짜개져 뿌래가꼬 다 쏟아 붓짢니껴
길바닥에서 다 쪼 담고 할 짓을 안했니더 얼마 부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허파가 휘뜩뒤집했니더
-말마게 우리 영감은 멀거이 다 떨어진 감 낭기에 올라갈라하디 낮아빠진 첫가지가 뿌려져가지고 자빠지면서 손가락을 뿌땠잖가
-아고 답다부라만은 고래 뿌러진거는 금갔는거 보다 고대 났디더 걱정마시소
-글세 언제 날동... 보래 자꾸 지끼지말고 이 고등어나 몇 통베기 사다 나나 찌제먹세.
-보게 고래 배까지 따서 팔면 한 소이 얼만고

새해 첫날 시장도 그리 냉정하지 않은 채 훈훈한 이런저런 투정들을 들으며 다음 장을 기약하며 붉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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