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에나 한번 만날까하는 이동네 저동네 사람들

수많은 세월에 모처럼의 잦고 많이 내린 눈이 어디가든 큰 제목감이다. 허리가 굽어졌어도 재미삼아 장에 미끌미끌 거리면서도 나오시는 할머니들의 삶도 신나고 재밌는 날이기도 하기에 손색없는 인간 장마당이다.

- 미끄라 느리 느리 그래도 자아 오네야 모 먹고 살꺼라고 성님요! 설 잘 쉿니껴?

- 어와야 지랄도 미끄라 자빠지던동 말던동 헤빠닥이 배고파 번개질해보게. 움짐달면 오지.

- 이제 길 바닦이 다 녹았디더 만도 그늘에는 안녹아뿌래 위험티더 살살 댕기소.

- 텔레비 봤는가 누이 얼마 왔단고?

- 몰시더 그거나 쳐다보고 있니껴. 손주 새끼 봐주느라고 정시 없니더 요새는.

- 성님도 모로 머가메 아 봐주소 안니나들만 자꾸 미기지말고 마할것들 지아들 믹인거만 살피지 우리는 아무짝도 필요 없디더. 할 종일 봐줘도 저것들이 아니껴. 집에 오면 지아만 챙기고 갈판인데... 하하하 (그래도 자기 손자가 제일 예뻐 죽겠지요)

 

(양지 바른 또 한 쪽 모퉁이)

- 보게 동상 올게는 왜 나로 호박오 하나도 안주노.

- 몰시더마 올해는 호박오 몇 개 못 땄잖니껴.

- 호박오 짜개보이꺼네 벌레가 천지빼깔이잖소. 지몸에 저절로 일어가지고 말시더.

- 아고 답다봐라. 바람드갔나 왜글로. 그래서 한 개도 못 멋는가.

- 야~앙. 한 도개 있는거 딸년네 줘 뿌고 올해는 마 이자뿌랬니더.

- 나는 약오 좀 해멀라 했지야.

- 만데요 또 어디 안좋니껴?

- 젊을째 벌어논거 늙어 병원에 다 쳐 발라 뿌래도 안 낳고. 이제 약값도 만만찮네.

- 늙어 나이머면 다 글치모요.

- 올게는 넘길랑동 몰세.

- 어와야 몬 소리하노야. 80도 안돼 상세 난단 말이요? 고마 씰데 없는소리 치우소마.

- 그래 딸래집에는 잘 댕게 왔는가.

- 양 거기도 눈이 많이 왔다고 갇혀 있다 왔디만은 여가 더 마이 와 있잖니껴.

- 글케 마세 얼마나 왔는동 몰세.

- 집에 오이꺼네 눈에 안때나가 다 넘어 가가지고 고마 텔레비가 안 나오잖니껴. 라지오도 맛이 가뿌랬고 삼일만에 어제 고쳐가꼬 봤니더.

- 몇일 답답았꾸만은.

- 글쎄 말시더.

- 마이 팔고 오게. 나는 참지름 집에 깨소금 빠 놨는거 찾아 올라 갈세.

- 미끄러우이꺼네 살살 댕겨 가세이 성님요.

 

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분주한 장마당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같이 않다. 하지만 별다른 가정이 없고, 별다른 인간이 없다는 생각에 서로 티격태격 살 필요 없이 그저 그렇게 아기자기한 인간의 정을 표현하며 살자. 우리들의 인정스런 마음이 다시금 가다듬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 이는 날 이었다. 모두가 복 많이 받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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