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면민 윷놀이 대회장에서

액운을 떨쳐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다양한 정월 대보름의 행사가 지역의 곳곳에서 펼쳐진 정월대보름 다음 날인 삼일절, 서면에 많이 내린 진눈개비는 전날 남은 액운들을 깨끗이 잠재우듯 온산을 하얗게 뒤덮어 불영사계곡의 운치를 더해 주는 풍경 좋은 날이었다.

서면초등학교 체유관 실내에서는 벌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였지만 윷놀이의 함성이 여전히 동네 산천을 울리고 있었다.

-마로 똑바로 쫌 서소 어와야! 그래 노면 개치면 잡혀 죽잖소.

-허 참내 그냥 놔 놔뿌레 말 다 서놨는데 몬 말이 많니껴.

-새로 쳐야 되니데이 순서 바껬니더 할바이요! 치거들랑 쳐야지 순서도 아인데.

-모가야 영감 맞는데 그냥 치게 두게.

-개로 나라 어이쌰 어이쌰 어랏차.(술 한잔 하신 할매는 니패 내패 없이 그저 좋으시다.)

-저 팀보래 안절부절일세, 사리야~ 사리야.

-왔다왔어 왔구나 걸로 잡고 또 오라이하게. 아싸 야로 좋구나.

-우리 앞에 같다노소.(남의 편 들다가 한 구사리 듣는다.)

-이 여편네 보게야 하원패 든다야 그릴라면 하원으로 가게 여 마로 서있는고 하하하...

-빠꾸때 쳐노케 어이... 알았는가.

-모다 와와와...! 아이래 때네 아이고 아까봐라.

-어와 선모 아인가 왜 그리노 반 누버 있으면 모로 치네 왜 그린고 기사라(이상하네)

-여는 선모 없다 했니더 모르면 가마 있시소 고마 히히히.

-자자 한사리 맘대로 쳐라 조고 넘어 선거 잡고 가거로...

-아이래 빠꾸 쳐가지고 쌈 붙애.

-저 아바이 마로 잘 못선다야 보이꺼네 마로 잘서야 윷은 이기는데.

한참 소리소리 지르는 사이 한쪽 게임은 끝났다. 맥이 빠진 어머이 한분이 한숨 쉬시며 의자에 앉아 계신다.

-졌는교 어머이요!

-양 졌니더! 우리는 연에연에(바로 바로) 붙어 났디 힘이 빠자 졌뿟니더.

-그래도 어머이가 최고 잘 치시디더 몸 좀 추수리시고 뭐 좀 드시고 이제는 흥겹에 노시소.

-양 고맙니더. 어디서 왔니껴? (기자의 손등을 살포시 만지시며 고맙게 쳐다보신다.)

한쪽 모퉁이 난로 가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동네 돌아가는 정담 나누시고, 본 무대에는 엉덩이 흔들어 가며 구수한 트로트에 세월 가는 줄 모른다.

한편에는 쌍전과 삼근리가 붙었다.

-이판은 윷 법이 어떴니껴?

-낙빵없고, 안전석돈 있고, 빠꾸때 있니데이 단디 알고 치소. 자자 시작하소.

-조 어마이 보게 윷 잡는거 조레 잡고 쳐야 모가 잘 나데 단디 쳐다 보게어이.

-때로 치세이 그래 가꼬 앞에꺼 콱 잡아 뿌시더.

-그냥 놔다라 뒤 똥쭈바리 따라 가다 잡거로.

-야! 숙희 어마이 비케라 늙은 사람오 뒤에 막아 놓고 우리가 모고(행동이 뭐고) 야야.

-괜찮네 젊은이들이 즐겨야지 우리사마 디가지고 못 서있을세.

승부에 열심인 한 어머이는 아랑곳없으시다.

-그냥 고다 놔라 카이꺼네.

-굴레라 굴레 저 어마이 처럼 얍삽하게 굴리꺼네 모 나오잖가 하하하.

-오 저아바이 두 번 쳤데이.

-아이세 모라하지 말게 고마 자기 차례 맞다카이꺼네.

-그래 됐다. 할바이가 소주 한잔 잡수코 몰래 글타 고마 넘어가자.(눈을 찡긋 해주신다.)

그러하다 뭐가 그리 정확한 올림픽 경기이랴! 그저 우리 동네잔치이거늘 눈을 찡긋 해주신 할머니의 여유 있는 성품과 진눈개비 내리는 밖에서 음식 제공하느라 고생하시는 각 마을 부녀회원들의 노고와 어우러져 온산을 뒤덮은 설경이 절경인 만큼이나 훈훈한 서면 면민들이 아름답게만 느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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