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작품 확보 ② 미술관장 선임 ③ 설계 및 시공 순으로 진행되어야

유영국 미술관을 짓기로 결정을 한지 일 년이 지났지만 진행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기로 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미술관의 위치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지금은 유영국선생의 작품이 어느 정도 남아 있고 그 중에서 몇 점을 미술관에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아보고 기증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있다 해도 그 수가 적으면 고을 수장이 나서서 기증자에 설득작업을 해야 할 것이고 만약에 기증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없다면 미술관 건립 자체를 재고해봐야 할 것입니다.

유족들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을 기증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것이 선생의 명예와 또 다른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설득한다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선생의 미술사적 업적과 그 가치를 이곳에서 좀 더 연구하고 발전해 나아가 지금 보다 더 훌륭한 예술가로 인구에 회자된다면 유족들에게도 영예로운 일이고 또 다른 생산성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작품의 확보가 첫 번째 해야 할 일이고,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미술관장의 선임입니다.

미술관 관장의 선임은 사업시작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그를 통해 장소 설정을 비롯한 모든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장소는 대부분 행정편의성이나 접근성에 주안점을 둘 뿐 '유영국선생'이라는 미술관의 본질에 대한 접근과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작지만 큰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유영국선생의 정신과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연결되는 생가 인근에 건립되는 것이 합당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미술관 건물은 일반 건물과는 달라서 설계 때부터 전문가가 참여해서 그 전문성을 살려 용도에 맞는 건물은 지어야 할 것입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봉평신라비전시관을 보면 전문지식을 갖춘 관장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담당공무원의 상식정도로 건립이 추진되다 보니 곳곳에서 아쉬운 점이 발견되고 있고, 특히 비문 감상에 필요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방문객들의 감상에도 불편함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전시관에 대한 기능적인 측면보다 겉모습에 치중한 나머지 전시물보다 건물에 집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더해 울진문화예술회관과 청소년수련관 전시실, 주인초등학교 아트촌 등 울진 곳곳의 예술공간은 물론이고 전국 도처의 거의 모든 시·도립미술관도 같은 지경입니다.

생각이 있는 설계사들이 제대로 된 설계를 해도 그것을 볼 줄 모르는 담당자가 그들의 상식으로 재단을 하니 엉터리 건물이 들어서고, 그러한 행위를 본 설계사들은 결국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설계를 하든가 일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 유영국선생의 예술적 철학을 담은 유영국미술관이 건립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계 과정에서부터 관장이 참여해야합니다.

전시관이라는 건물은 그 건물 자체로도 아름다워야 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그곳에 주인 노릇을 할 내용물이 중요한 것입니다.

관장이 처음부터 참여해서 좋은 선례를 남긴 예로는 이웃의 포항시립미술관이 있고 대전의 이응로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다음은 미술관관장의 선임인데 이미 관장의 공채 공고가 나왔어야 합니다. 앞의 글이 그 이유입니다.

그 공채의 기준은 우선 유영국선생과 선생의 미술에 대한 연구실적이 있거나 현재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는 자로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거나 객관적인 연구활동을 한 자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에 첨한다면 울진과 선생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하겠지요.

왜 이런 것이 갖추어져야하느냐 하면, 개인 이름을 건 미술관이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활동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서 많은 이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홍보를 하려면 선생에 대하여 전문가이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왜 개인에게 그와 같은 혜택을 줘야하는지 의문이 들 것입니다. 얼마 전에 안동시청 소속의 육상 팀이 육상 단거리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 가치는 전문가가 평가하기를 50억이라 하였습니다. 안동에 주어지는 가치가 그러하였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안동시를 홍보하는 비용만을 생각해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생의 미술관을 짓고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생산성을 가져 오는 것입니다. 선생의 업적이 미술관을 통해서 더욱더 빛이 나고 인구에 회자된다면 울진의 신인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입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관광사업은 시쳇말로 앙꼬없는 찐빵입니다. 울진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을 미술관을 다녀간 사람들로부터 인지만 되어도 이는 궁극적으로 남는 장사입니다.

이것은 경제적인 효과이고 이로 인한 문화예술에 대한 군민의 자긍심과 예술을 접하면서 갖는 예술적 감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일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더 이상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고, 법정스님은 "세상사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끝나면, 늙음과 죽음이 시작된다"고 하였습니다. 예술적 감동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구를 말함입니다.

본론으로 되돌아가서 미술관의 관장은 선생에 대하여 전문가이어야 하고 설계 때부터 참여하여야 하고 그 보다 먼저 작품의 확보가 선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작품의 확보가 선결되지 않으면 미술관의 건립조차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가족은 선생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계실 방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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