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광리의 황장봉계표석은 남방한계점이자 경북 유일 금표

예로부터 소나무를 만수지장(萬樹之長)이라 하여 모든 나무의 으뜸으로 꼽았고 오색지수(五色之首)라 하여 우리의 전통 5방색의 첫머리로 삼았다.

사람은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서 소나무와 함께 죽는다하여 소나무를 한민족의 나무라 하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 소나무 가지를 꽂은 금줄을 쳤고 사람이 생을 마감하고 흙으로 돌아갈 때도 소나무 관(棺)의 신세를 진다.

집도 소나무로 짓고 가구도 소나무로 만든다. 함지박이나 주걱, 소죽통과 같은 생활도구들도 소나무로 만든다. 장을 담글 때, 마을의 동신에게 제사 지낼 때, 나무나 바위의 자연물에 금줄을 칠 때도 소나무 가지를 썼다.

또한 소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끝없이 사랑을 베푸는 나무로 건축재는 물론 송이 송지 복령 등 약용물질도 제공해 준다. 소나무의 속껍질은 구황식품으로 옛날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식용으로도 사용하여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다.

「동의보감」에는 '솔잎은 풍습창을 다스리고 머리털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곡식대용으로 쓴다'라고 하여 약용 및 식용으로 사용하였다. 이렇듯 소나무는 인간에게 끝없이 베풀기만 하는 나무이다.

소나무는 나무 수액에 불(火)이 붙는 유일한 나무로 소나무의 푸르름을 청(靑)으로 표기하여 '청소년, 청년, 청운' 등 장래와 꿈과 힘 그리고 포부와 비전을 나타낼 때 항상 쓰인다.

또한 소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잎은 항상 두 쪽이 함께 붙어있어 싱싱할 때나 낙엽이 될 때에도 함께 붙어있어 전통 혼례상에 대나무와 함께 올려졌다.

소나무는 한번 베면 죽기 때문에 충절(忠)의 상징으로 삼았고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군자(君子)에 비유되었다.

조선시대 사육신인 성삼문은 단종 복위 운동이 실패하여 죽임을 당할 때 자신의 충절을 한그루의 소나무에 비유하여 읊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이토록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나무 중 가장 단단하고 틀어짐이 없고 오래도록 썩지 않는 우량 소나무가 있으니 바로 금강송이다. 금강송은 속이 붉다고 하여 예부터 적송, 황장목, 강송 등으로 불렸다.

금강송은 수간이 곧고 나이테가 조밀한 것이 특징이어서 횡인장강도가 미송보다 2배가 강하여 단단하고 틀어짐이 적다. 그래서 예부터 왕실에서만 주로 사용하였다. 적게는 가구에서부터 귀한 분들의 관(棺)으로 사용했고 크게는 궁궐을 짓거나 중요한 건물을 짓는 목재로 사용하였다. 지금도 문화재 보수 시에는 금강송만을 사용한다.

우량재목으로 알려지자 권력자나 일반인들도 암암리에 남벌이 성행하게 되어 조선시대에 적송(赤松) 주산지를 보호하는 정책을 썼다.

「만귀요람」을 보면 전국적으로 총 60여처에 황장봉산을 지정하였는데 그중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에만 57처가 지정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3개처는 전라도의 순천, 고흥, 강진이다.

울진의 소광리 황장목 자생지에도 보호구역이 설정되었는데, 울진의 황장봉계표석은 남방한계점이며 경북에서 유일한 금표이다. 아울러 시기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황장봉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서면 소광리 하천변의 자연석(가로 245㎝, 세로 195㎝, 높이 86㎝)에는「黃腸封界 地命生達 峴安一王山 大里堂城 山直命吉(황장봉계 지명생달 현안일왕산 대리당성 산직명길)」이라고 깊이 음각하여 이 구역에서는 벌채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였다.

지금도 울진군에는 23.14㎢에 황장목이 자생하고 있는데, 우리 울진은 정말 좋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1950년대 서면 전곡리와 후곡동 등지에서 엄청난 양의 금강송이 벌채되고, 봉화의 춘양역에서 열차로 외지에 반출되어 그런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금강송을 춘양목이라 부르며 마치 봉화지역이 주생산지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다.

물론 금강송이 봉화군 재산면과 법전면, 봉산면, 춘양면 등지에서 일부 자생하고 있으나 그 면적은 울진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2009년부터 울진의 민간단체에서 우리의 '울진금강송'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되었고 지금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음은 매우 보람있는 일로, 이 일은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미룰 일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합심하여 동참하고 당국에서도 적극 지원해야할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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