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투 재미에 푹 빠진 정명리 할머니들 이야기

"아직도 바람불면 온 동네가 쑤껑가루로 시커매요"
화마 딛고 일어서는 정명리에 새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지난해 산도 집도 가슴도 시커멓게 타 들어갔던 정명리 마을회관에는 그 때의 쓰라린 상황을 조금이나마 잊은 듯 할머니들은 둘러 앉아 민화투를 치고 있다.

- 본이 사십인가? 오십인가?

- 사십이래. 여섯며이 칠때는 석장 쥐고 열두장오 피.

- 모로 고래 약하게 치니껴. 씨게 때래뿌레. 그래야 제침이 잘 맞니더.

- 에에노 띠가 아까 죽겠네야. (상대가 자기가 먹을 오띠로 제침에 맞혀 간다)

- 싸리로 내노티 띠로 마차 가네야. 고게 참 맛있는 거세. (그때 풀이죽어 있는 할매)

- 나는 고마 장애낸거로(빚내어서) 다 잃고 못 치잖니껴. 아저씨가 돈오 좀 대주소.

- 모로 손님오 보고 돈오 꼬돌라 하는고? 기사라. (그때 똥시마를 누가 한다)

- 판파이 시마로 한데이. 마할노무 할마이가.

- 우옛던동 민화토는 알케이만 다머면 되고 시마가 최고래.

- 저 집에 청단오 불러놨네. 단디 보고 내게.

- 목다이 나와있네. 띠로 누가 깨뿌리소.

- 아께도 저리 가가더라 만은 오늘 잘 되네. 잘 되는 사람은 볼래 못 말리니더.

- 저집은 비시마 할라. 하는모야이세

새판에 비 석장이 내린 바닥에 계속 제침을 갔다 바순다. 잘 풀리던 할매인테 비가 돌아간다. 비시마다. 서로 점수를 헤아린다.

- 나는 본이래 (화투를 새로 섞는 사이 불났을 그 때 기자를 본 할머니다)

- 참말로 저 양반도 빠이 알지만도. 그때 진짜 마커놀래 자빠졌지. 그래도 사람오 안 다치게 하고 가 다행이지 휴~~. 산천이 언제 시퍼래 질랑동.

- 아직도 바람불면 온 동네가 쑤껑가루로 시커매요.

- 쭈물럭 그리지 말고 내 꼰제뿌소 고마. (옆에서 구경하던 할매 답답함에 하는 말)

- 싸쿠라가 나와야 되는데 안나오제 시사. (그때 초단을 불러놓은 할머니다)

- 에에노 똥시마로 고마 하네야. 모 그리 숩게 하는고.

- 손에 엉가 좋게 갔는가 보네.

- 달공산 나왔네. 퍼뜩 지박어소.

- 어제 나는 잠이 안와 패로 밤새도록 떴니더. (한판 굶고 있는 할매가 모로 중얼중얼 한다)

- 윷오 칠라니껴? 고향 낭기로 뺀질뺀질하이 잘 만들어 놨니더.

- 아고 하던거나 하시더. 모가 판이 시지부리하노. 방은 또 위풍도 없는데 쟁배기가 이리 시럽노. (좀 잃은 할머니 심술이다)

만사 걱정 없이 어둑해지는 초저녁 할머니들의 화투놀이에 세상 시름도, 지난해 온 동네를 시뻘겋게 만들었던 큰불도 다 잊혀져 가는듯 하다. 화마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기성면 정명리에 올해는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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