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면동회관 치매예방프로그램 현장에서

요즘 관내 농어촌 동회관마다 군에서 주관하는 등불교실을 비롯해 장수팔팔, 치매예방프로그램 등으로 온 천지가 웃음바다로 행복하다. 아침부터 점심밥 준비를 위해 대형전기밥솥에서는 수증기를 내뿜는 소리와 함께 밤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누구보다 먼저 와 자리 잡은 두 분 할머니가 화투 장수를 헤아리며 운동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 그 보게 맨나 있는동 시보게. 암만 시갈래도 안 맞네.

- 이게 우리깬가, 나무깬가? 우리꺼는 맨날 마차 놨는데 글른고.(하루 종일 갈 판이다)

10시 30분이 되자 회관은 순식간에 어르신들로 그득하다.

- 어와라 우예 오늘따라 이래 마이 모였는고? (정말 어디가도 보기 힘들 만큼 오셨다)

- 시가이 다 됐는데 마로 아직 선새이 안 오는고.

- 어와 밖에 보소 왔잖니껴. 모로 보지도 않고 지끼니껴.

강사가 교육 자료를 들고 들어온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자리 잡는다고 얼마나 시끄럽고 분주한지 모른다.

- 널찌가이 요개와 앉제라 고마.

- 문오 열어 제치소. 그 작은 바서도 보예야지 밖에 소라가지고 다 못나오이꺼네.

- 이래 털어 앉지면 미치 더 앉잖소. (벌써 자리 잡는데 10분이 지난다)

- 몬놈오 나중 온게 좋은데. 더 비잡고 얄뭉시럽거로 찡게 앉는고 허허 기사라.

- 모가 아께 먼저 와 있었거만은 함 봐주게 히히히.

- 우리 할바이는 가자고 빌어도 안오데.

- 끄집고 오지 그랬는가. 치매 걸릴라꼬 환장했는갑다 하하하...

최숙경 강사의 '주목' 소리에 그제 서야 조용하다. 닐리리맘보 가사가 적힌 교재칠판을 쳐다보며 벌써 노래를 불러대신다.

- 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맘보 ?~♪......(1교시를 강사의 지시에 따라 소리와 율동으로 신나게 웃고 즐겼다. 2교시엔 플라스틱 물병에 콩 넣고 그림 붙이는 '마라카스' 만들기로 뇌 운동을 한다)

- 나는 재주가 가지래.

- 하하 자낸 가진가? 나는 메주래. (소꿉장난 기분으로 다들 열심히 만든다)

- 자네는 그래도 이쁘게 색조이로 잘도 붙이네 글시.

- 하마 이 딴거까지 못 부치면 우이니껴 벌써 다 됐거로요.

- 마 암말도 말고 지요랑대로 내 연구대로 만드시더.

- 그래도 선새이 천처이 갈키고 재밌게 하이 조찬니껴. 까칠시라 보래요 지랄이지.

- 지끼미 그런 선새이들이 어디 있단 말이니껴.

갈면 최고령 88세 동갑네기 장씨할배와 이씨할매도 한 쪽 구석에서 열심히시다.

- 마라카스를 모두 만드셨으니 악기를 삼아 흔들며 돌림 노래 합니다. 강사의 리더에 모두 만든 물건을 들고 벌써 몸을 흔들고 난리다.

- 우리는 몬 노래 할랑고?

- 울사 초짠데 모로 우에 하는동 지켜 보매 따라 하시더.

'나의 살던 고향은' '산토끼' '마음 약해서'를 이어가며 신나게 즐기는 사이 2시간이 후딱 지난 점심시간이다. 어느새 밥상이 깔리고 점심이 차려진다.

- 자자 씨래기에 썩썩 비베 잡숫고 가소. (정말 군침이 바로 도는 시골 밥상이다)

- 기가 막히는 밥상이네요. 잘 먹겠습니다.

- 촌에는 마커다 이래 먹니더 고마. 찬이 부실해도 선생들하고 마이 자시고 가소.

“처음엔 표정들이 어두웠는데 점점 자신있어하고 밝아지는 모습에 강사나 우리 직원들이 보람을 느낀다”는 보건지소 김숙희 담당직원의 얘기들을 들으며, 진정 따뜻한 엄마들이 차린 시골밥상에 어르신들의 건강이 피어나는 갈면동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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