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사전 신고도 없이 목숨을 거둔 고추 때문에 우울한 날이 계속되었다.아무리 마음을 돌려먹으려 해도 제어장치가 내 손에서 떠난지 오래다. 보다 못한 구름이 나를 고통에서 깨워 오두막 발치에 있는 개울로 데리고 간다. 그리 언성을 높이고 흐르더니만 산골의 분위기 파악을 했는지 소프라노도 아니고, 알토도 아니고, 중간음 메조로 한 구석을 지키고 있다. 헨리 데이빗
기획/연재
배동분
2002.08.30 00:00
-
-
-
2002년 6월 24일 비가 온다. 사람이 있는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 둘러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내 마음을 내 맘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내 마음 움직이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산골에서도 간혹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도시 같았으면 친한 사람 만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침튀겨가며
기획/연재
배동분
2002.07.10 00:00
-
작년에는 고추보식을 하나도 안했다. 죽은 놈이 거의 없어서이다. 그래도 다들 그러려니 했는데 이웃에 귀농하신 분 댁은 보식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힘드시겠구나'하고 생각은 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우리 산골에도 보식의 붐이 일어 그 붐을 안탈 수 있겠는가? 고추모종에 문제가 있어 그 모종만 깡그리 죽었다. 근 삼천종이 넘는다고 하는데 아직도 자세히 알
기획/연재
배동분
2002.06.21 00:00
-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주부는 칼이 잘 들어야 일이 수월하다. 도시에서는 아버지께서 갈아주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친정에 가겠다고 전화드리면 대뜸 "막내야, 칼 신문지에 잘 싸가지고 가방에 찔러넣어 오너라'' 하신다. 그러면 난 집에 있는 칼은 다 갖고 나선다. 딸이 들어서면 딸 얼굴도 안보시고 가방 먼저 받아 칼부터 꺼내신다. 그러시고는 당뇨병으로 힘든 몸
기획/연재
배동분
2002.06.07 00:00
-
꽃씨를 뿌리려고 작년에 씨를 받아두었던 바구니를 찾았다. 바구니에서 그대로 엎드려 일년을 보낸 터라 그런지 냉큼 내 가슴으로 와 안긴다. 봉선화, 채송화, 과꽃씨등을 심으려니 여간 땅이 가문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비가 오면 심기로 마음먹고 검고 하얀것들을 다시 올려 놓았다. 아무리 가물어도 오늘 꼭 심으려고 했던것이 목화였다.씨를 어렵게 구한
기획/연재
배동분
2002.05.07 00:00
-
내가 속한 방주공동체의 연령층은 30대에서 70을 바라보는 노인네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공동체 회원 13가구중에 나와 동갑인 이곳 울진 토박이 회원이 둘이나 되어서 여러가지 도움을 받는다. 최근 된장, 고추장, 효소, 솔잎가루 등의 가공일을 하면서 3명이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특히 솔잎가루를 빻는 날은
기획/연재
박찬득 시민/객원기자
2002.04.15 00:00
-
도시에 살면서 얼마나 정신 없이 살았는가를 새삼스레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죽지 못해 일어나(늘 늦게 잠을 자니 당연한 현상!)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원고보는 일을 하다, 직장인들 Report채점하다, 과외있는 날은 또 그리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아이들이 오고 학원에 가방쥐어 주며 뒤통수에 대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얘기 되풀이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정석
기획/연재
배동분
2002.03.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