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사회가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갈수록 변하지 않는 것보다 변하는 게 넘쳐나는 것 같다.삶이라는 게 원래 내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청춘을 지나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될수록 뼈저리게 느끼지만, 원하지 않은 일들이 심심잖게 일어나다 보니 간혹 내 작은 방안에서도 길을 잃는다.이게 어찌 나만의 일일까.목숨가진 자 모두의 일이지 싶다.길을 헤매는 동안에도 방황할 새도 없이 뜻하지 않은 일들은 또 양념으로 목을 조여오곤 한다.천만 다행인 것은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맘이 어찌 변하든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때문에 숨 쉴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은 진리다.농업분야는 더더욱 그렇다.안팎으로 치열해지는 농업환경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그렇기에 농업분야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농업인들이 가장 교육 받고 싶은 곳 중 하나를 대라고 하면 단연 을 꼽을 것이다.“가슴 뛰는 농업, 가슴 뛰는 삶”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남, 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업인들이 자신의 농산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새로운 가치를 입히고 마케팅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충
어젯밤에 내린 봄비로 집에서 멀리로 보이는 통고산의 머리채가 젖은채로 아침인사를 건넨다.평소에는 ‘나 죽었소’하고 납작 엎드려 있던 개울물이 옹알옹알거리며 흘러간다.유입량과 방출량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다목적 댐처럼 우리 안의 것들도 그렇게 완전 자동으로 그 수위가 조절되면 좋겠다.미움, 억울함, 분함, 욕심 등의 초당 유입, 유출이 가능하다면 제 명대로 살 사람이 많아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초봄의 생강나무꽃처럼 영롱하고 해맑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이다. 이웃 마을에 몇 년 전에 귀농한 집이 있다.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산골에는 내가 귀농하기 전부터 나보다 먼저 주인행사를 하고 있던 몇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다.5월에 연분홍 꽃을 피운다고 하던데 난 아직 제대로 꽃을 확인하고 향기를 맡아보고, 그 꽃과 향기에 걸맞는 의상을 입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가을에, 그 높은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모과 따기에 지랄발광을 했지 정작 그 모과가 어디서 생겨났는지 그 출처를 아는 데는 몰인정했다.어느 꽃이 피었다 떨어지면 그 자리에 모과가 열매맺는지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얘기다.그래도 입은 터졌다고 변명을 하자면 모과나무가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후미진 곳에
지난 30일, 울진군농업기술센터(김선원 소장)에서는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가 있었다.초청 강사로 오는 민승규 전 농촌진흥청장은 내 두 번째 책의 추천글을 써주신 분이고,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나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번 강연회는 내가 참석하기로 했다.바쁜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업인과 유관기관장, 관련 공무원 등 약 150명 정도가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또한 임광원 군수, 강석호 국회의원, 이세진 군의장, 장용훈,
가끔씩은 그리움에 지치고, 사람들의 이중성에 이가 갈리고, 내게서 나간 것에 비해 들어오는 것(그것은 금전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것일 때를 말함)이 택도 없을 때,기가 막혀 나동그라져 있다가도 이내 달뜬 소리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러고 있으면 나만 손해지. 이 아까운 시간..’하며 제 몸뚱이를 오뚜기처럼 발딱 세워 땅에
아무 연고도 없고 역성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울진으로 귀농한지 올해로 16년차가 되었다.둘 다 직장 생활만 하다가 이제부터의 삶은 ‘내 의지대로 사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자연에서 책과 여행으로 키우겠다는 이유가 다 였다.울진 산중에서 친환경으로 농사지으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고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웠으니 두 가지 목표를 얼추 이룬 셈이다.돌아
새소리도 천차만별이다. 방금 전에 들은 새소리는 부부싸움하는 소리같다. 내지르는 음절이 길고 격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2주만에 살골에 온 딸 주현이와 너럭바위 위에서 듣던 꾀꼬리 소리는 4음절이다. 거의는 4음절이내인 것같았는데 6음절 이상이 되니 꼭 싸우는 소리같다. 음절이 긴 이 새소리는 처음 듣는다. 어쩌면 들었었는데 귀농해서 이곳에 뿌리내리는 일에
집 주위에 개복숭아와 이웃의 유이장님께 선물받았으나 이름을 까잡순 꽃나무들이 핑크빛 튀밥을 펑펑 튀기며 자지러지게 꽃을 피우자 산골을 병풍처럼 빙 둘러치고 늘 그 표정으로 서있는 소나무들이 오두방정을 떠는 그들을 내려다 보며 씨익 웃는다.어제가 곡우였는데 귀신같이 비가 왔다.곡우는 봄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비인데 우리집 초보농사꾼에게는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산골의 봄은 몇 월일까. 해마다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삭막한 숲에 새들이 찾아들어 옹알거리기 시작하고, 눈 속에서도 푸릇한 싹이 쥐젖 만하게나마 나오는 3월을 봄이라 할까? 4월에도 눈이 오지만 말 그대로 '봄눈 녹듯' 하니 많이 봐줘서 4월을, 뭐니 뭐니 해도 봄의 전령사인 개구리가 목청을 가다듬는 4월을 봄이라 할까?3월이든, 4월이든 판가름이 난다
2011년 1월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다니며 재잘거리는 새소리를 듣고 잠시 입에서 ‘봄’이라는 말이 개구리 튀어나오듯 나올뻔 했다. 눈을 더 멀리로 들면 산이 눈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생각은 그렇게 자유방임주의다.그렇게 들을 거닐다 집으로 들어오니 햇살이 있는대로 통창으로 쏟아져 들어와 거실에 엎드려 졸고 있다.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봄부터 지금까지 산골가족의 정서를 담당했던 꽃들이 스러지고 찬란했던 그들의 터전은 쑥대밭이 되었다.이제부터 나의 정서는 누가 벌충해주나 고민할 필요없다.그동안 자연 옆구리에 살면서 가슴에 비축해 두었던 꽃들의 모습과 그들이 전하는 말을 하나하나 꺼내보며 겨울을 나면 된다.자연에서 얻은 정서는 유효기간이 무한대라 한겨울 나의 정서에는 아무 걱정이 없다.다른
달이 행차하기 전, 호롱불 마냥 별 하나가 먼저 나와 다른 별들의 길을 터놓는다.그러면 다른 별들이 팝콘터지듯 이내 하늘에 삐져 나온다.그것을 보며 인생사에도 다른 이의 등대가 되어 주는 사람이 있음을 생각해 본다.그것을 보며 건조하고 뻑뻑하게 돌아가는 인생사에도 사람 사이에 녹슬지 않고 잘 돌아가도록 구리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나는 등
“언제나 나는 나의 입이 노래하면 나의 귀가 들을 뿐이구나”라고 니체가 탄식했다지.절절하고 애절한 고독의 극치구나 생각했었다.그러나 자연에 기대어 아니 얹혀서 살다보니 그 보다 더 절절한 것은 노래도 가슴으로, 후렴도 손가락의 끄덕임과 함께 가슴 안에서 불러재끼면 인디언들이 가슴 속 가슴이라고 하는 영혼이 들을 뿐인 고독의 참맛을 알게
초보농사꾼이 오늘은 겨울준비를 하러 갔다.어제도 그의 애마 세레스에 한 차 가득 나무를 해왔는데 오늘도 나무를 하러 갔다.연식이 오래된 세레스는 내게 인사라도 하듯 시커먼 연기를 뿜어주고 사라졌다.날이 저물려고 망설이는 시간.썩은 세레스가 늙은이 가래끓는 소리를 내며 가까이 닥아온다.쌩소리나게 나가보니 어제보다 더 많은 나무가 실려 있고 그의 어깨에 힘이
산골의 겨울 바람은 강도가 단순하다. 강아니면 약.드셀 때는 지붕이 다 날아갈 정도로 강하고, 안그러면 바람이 부는지 마는지 그저 싸늘한 기운만 온몸을 감싸는 그 정도다.거기다가 지붕 아래 풍경을 걸어두었는데 얼마나 바람과 놀아났는지 절단이 났다. 그만 꼭지가 떨어지고 만 것이다. 난 풍경을 좋아한다.풍경을 보면 절이 생각난다.나는 성당을 다니지만 절과 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니체가 풍선에 바람 넣듯 자꾸만 넣어줍니다.귀농 전같았으면 '좋은 말이군'하는 반응으로 끝장냈겠지만 울진의 산자락에 들어와 사는 지금은 니체 말마따나 이 인생을 다시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목에 핏대 세우며 말할 수 있습니다.그러니 물위를 걷는 게 기적이
숲은 천연염색 강연장이다.수강자가 있든 없든 제 몸을 하루가 다르게 염색해 보이며 가을을 강의하고 있다.형형색색으로 염색이 잘 되었다 하여 그것을 뽐내거나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그것에 연연하지도 않는다.때가 되면 그 아름다운 옷도 다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겨울을 난다.인간사에서는 정신나간 행동임에 틀림없다.인간이야 작은 거 하나라도 손에 들어오면 꼭 쥐고 놓을
농부들이 여름이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다.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풀과의 전쟁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패자부활전 아니면 부상병 치료를 할 때이다.주로 패자는 농부이고 부상병 또한 농부이다.당연하다.자연을 이겨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그러나 자연은 배려하는 마음도 깊어 그 부상병을 위해 파란 하늘을 선물로 준다.파리디 파란, 눈이 시리도록 파
마크 트웨인이 "뉴잉글랜드 지방은 아홉 달은 겨울이고, 석 달은 썰매타기에 나쁜 날씨"라고 했다는데 산골도 만만치가 않다. 10월부터(9월에도 간간히) 나무를 때기 시작해서 얼추 5월까지는 그 일을 계속해야 한다.낮의 기온은 봄이라 하더라도 밤기온은 현저히 곤두박질치니 거의 한 해의 반은 나무를 부등켜안고 살아야 한다. 요즘 그나마 지구온